평범하지만 자유로운 나, 동물의 숲

  • 441호
  • 기사입력 2020.04.10
  • 취재 김지현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 조회수 6149

 지난 3월 20일, 한국에서도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발매되었다. 닌텐도 스위치 관련 게임을 국내 유통하는 회사인 대원미디어의 주가가 연일 폭등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기 위한 스위치 모델을 구한다는 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다. 이전부터 그 인기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이제는 유저가 아닌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까지 그 화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동물의 숲 내 마을 카페에서 금요일마다 노래를 부르는 강아지 T.K.의 일명 ‘나비보벳따우’라고 일컬어지는 공연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고, 동물들 중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너굴도 특유의 귀여운 채무자의 이미지로 인터넷 상에서 사랑 받고 있는 상황. 오늘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의 주인공 ‘동물의 숲’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의 숲에 관해 알아보기에 앞서, 이를 잘 이해하려면 그 제작 회사인 닌텐도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닌텐도’는 일본의 비디오 게임 사업 회사이며, 자가 게임기와 게임 칩을 모두 제작해 판매한다. 비디오 게임 사업의 초창기인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 명맥과 인지도를 이어오고 있는 닌텐도는 게임 계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대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발매된 게임 중 하나인 ‘동물의 숲’은 닌텐도 EAD의 본부장인 ‘테즈카 타카시’가 별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로부터 시작되게 된다. “어머니가 플레이한 뒤에 아이가 플레이하면, 어머니가 한 일이 아이의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 이런 물음은 같은 닌텐도 EAD의 에구치 가쓰야와 노가미 히사시의 영감을 자극했고, 이들은 결국 당시(1996년) 출시되었던 닌텐도64DD가 대용량 통신 단말기였다는 특성을 살려 ‘커뮤니케이션’을 테마로 한 게임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의 숲’의 기반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타인과의 플레이, 수집과 같이 오늘날 우리가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즐기고 있는 플레이 요소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국내에서는 닌텐도 DS의 국내 발매와 함께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부터 판매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뒤로도 2010년에는 닌텐도 Wii를 통한 ‘타운으로 놀러가요 동물의 숲’, 2013년에는 닌텐도 3DS를 통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줄줄이 발매되고 인기를 끌었다.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유저는 새로운 마을의 주민이 되며 게임을 시작한다. (예외적으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에서는 촌장이 된다) 이렇게 마을 생활을 시작하면 현실과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특정한 목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게임의 그래픽디자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조금이라도 폭력적이고 경쟁적인 요소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마을에서 유저는 가장 흔하게는 돈을 갚아 집을 증축하며, 게임 내의 동물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별명이나 말버릇도 지어주고, 서로 낚시나 곤충 채집 시합을 하기도 하는데, 마을에는 계속 같은 동물 주민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사를 통해 새로운 동물 주민들이 기존의 주민을 대체한다. 또한, 특정 콘셉트의 가구나 꽃을 수집해 방과 마당을 꾸미고, 화석이나 명화를 수집해 박물관에 전시하는 등 말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는 것이 동물의 숲의 주요 콘텐츠다. 심지어 무선 통신을 통해 다른 친구의 마을에 직접 놀러 가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게임이다. 


 인터넷에 ‘동물의 숲 공략’을 검색하면, 다양한 유저들이 플레이 과정에서 알아낸 공식 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정보들이 나온다. 끝이 없이 나오는 동물의 숲의 수많은 숨겨진 설정들은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놀라워하는 점 중 하나이다. 동물들과 일정 친밀도를 쌓으면 해당 동물의 사진을 받을 수 있다거나, 낚싯대나 삽 등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그것들의 프리미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금 도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열심히 생활하다 보면 얻는 이러한 일종의 깜짝 선물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동물의 숲을 더 열심히, 보람 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닌텐도가 동물의 숲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제작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닌텐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임팩은 다름 아닌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였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중 약 1억 5000만대라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닌텐도 DS 기기에 맞추어 발매되었으며, 그 게임 역시 약 3000만 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세련된 디자인과 DIY, 멀티 플랫폼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닌텐도 스위치 속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열풍을 일으킨 시점에서 다른 ‘동물의 숲’ 시리즈를 향한 관심도도 적지 않기에, 게임 시장에서 동물의 숲 시리즈 자체 입지의 귀추를 주목해 볼 만하다.


 동물의 숲은 흥행의 의의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가 해오던 게임은 늘 누군가와 싸우고 악당을 죽이며 이겨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편안함과 자유로움의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 좀처럼 외출에 쉽지 않은 현시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동물의 숲속 마을에서 답답한 마음을 동물 친구들과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동물의 숲이 흥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해주는 제작자 에구치 가쓰야의 말을 빌리며 기사를 마친다.


“재미의 원점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매일 놀고 싶다는 소망이다.”


일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동물의 숲 - 다같이 사이좋게 느긋하게 (게임대백과, 문의식)

사진 출처 :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