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도움 구하기, 정신건강에 대해서

  • 481호
  • 기사입력 2021.12.13
  • 취재 이재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 조회수 3884

고민 상담을 주제로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컨텐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해졌으며 그 숫자도 많아졌다. 어린 아이, 부부, 수험생, 연예인 등 상담을 받는 대상도 각양각색이다. 각자 가진 고민과 사연을 프로그램에서 공유하고 이에 공감을 받기도 하고 해결책을 제안 받는 구성이다.


채널 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는 육아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가족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육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지만 자녀를 키우는 시청자 뿐만 아니라 10대와 20대에게도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 속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은영 박사는 요즘 갈등 해결의 대명사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고민의 소재가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솔루션의 본질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어릴 적 갖고 있던 마음을 치유 받을 수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러한 점을 보아 정신적인 치유와 고민에 대한 위로와 상담이 많은 이들의 관심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정신 건강과 정신적으로 어려울 경우 받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 위-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 TV 프로그램, 아래- ‘양브로의 정신세계’ 정신과 의사 형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확대되는 ‘건강’의 범위

‘건강’이란 세계 보건 기구(WHO)에 따르면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 한다. 최근 건강의 기준이 폭 넓어져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며 정신 건강의 중요도도 올라갔다.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도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처음으로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보고했다. 특히 전체 연령대 중 20대가 17만 987명으로 16.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대의 우울증 환자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으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 넘게 늘어났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이 지속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활동 폭이 크게 줄어들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으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상담 도표


-‘정신과’ 라는 문턱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고 약을 먹어서 낫는 것처럼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몸의 이상과는 다르게 정신 건강에 대한 이상에 대해서는 정신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으러 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정신과 진료와 약물치료와 상담치료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이를 외부에 알리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신 건강과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손석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자문을 구했다.


Q . 실제로 상담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이 최근 몇 년 동안 변화가 있었는지, 또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현재 22년째 정신과 진료를 해오고 있는데요, 과거보다는 상담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문턱이 확실히 낮아졌다고 느끼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진료 및 약물 복용 등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는 대외적인 인식이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을 꺼리시는 분들의 숫자도 많습니다.


Q . 상담 받으러 오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대체로 무엇인가요?

자신을 나약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때문에 상담을 주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어서 도움을 받기까지 망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Q . 20대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이러한 현상의 이유(원인)는 무엇인가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대 청년들이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음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다음에 내가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연애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염려가 늘어나고, 포기까지 생각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어렵고 힘든 동시에 미래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이 없으면 사람은 우울해지고 불안해집니다. 20대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당면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 정신과 가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신과를 다니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정신과 진료는 절대로 유출되지 않는 데다가 실제로도 진료 병력이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인 사보험(실비보험, 생명보험 등)에 가입할 때 정신과 병력을 보고하면 가입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다른 질병(척추질환, 심혈관계질환, 암 등)이 있을 때 가입이 잘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망설일 필요가 절대 없습니다.


ⓒ카운슬링 센터 홈페이지, https://scc.skku.edu/scc/index.do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경우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신 건강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인식하는 게 먼저다. 병명 자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고 진단을 받아도 이 정도 힘든 것으로 병으로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회피하기 보다는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도움을 받고 싶은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지게 될 가장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할 경우 갈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공간에 대해 절대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 교내에도 정신적으로 힘들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카운슬링센터가 있다. 전문 상담가와 1:1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유사한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이 집단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상담 이외에도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수 있는 다양한 심리검사도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면 앞으로 생길 문제들에 대처하는  요령도 생길 것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크게 부담 갖지 말고 한 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