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 15초로 바라보는 세계

  • 491호
  • 기사입력 2022.05.14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 조회수 4082

엘리베이터를 타고, 컵라면이 익고,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데 필요한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 사람들은 일상 속 틈새 시간을 눈과 귀가 즐거운 콘텐츠로 채우려 한다. 하지만 기존의 호흡이 긴 콘텐츠는 시간이 날 때가 아닌 시간을 내서 봐야 하는 까닭에 선호도는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빨리 감기 할 필요와 휴대폰을 가로로 돌릴 필요가 없는 숏폼 콘텐츠가 등장하며, 사람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우리의 틈새 시간에 스며들고 있는 숏폼 콘텐츠의 세계를 살펴보자.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숏폼 콘텐츠는 평균 15~60초 정도, 최대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TV보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기존의 16:9 비율의 가로 형태가 아닌 3:4 혹은 9:16 비율의 세로 화면으로 제공된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전개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른 영상으로의 이탈을 막는다. 이러한 특징은 디지털 시대에 효율적인 소비 즉, 넘쳐나는 콘텐츠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소비하려는 양상을 반영한 셈이다.

숏폼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은 제작의 용이성이다. 고난도의 편집 기술 없이 플랫폼 자체에서 제공하는 툴을 활용해 누구나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직접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참여형 챌린지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많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대중들이 참여한 ‘아무 노래 챌린지’가 바로 참여형 챌린지의 한 예로, 15초의 짧은 영상이 큰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기업, 기관, 연예인은 그 파급력을 기대하며, 숏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종 참여형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숏폼 플랫폼



여러 숏폼 플랫폼 중 시초라 할 수 있는 ‘틱톡’은 2017년 중국에서 출시된 이후 약 150개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며 세계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아무 노래 챌린지’도 ‘틱톡’에서 진행한 것으로 해당 챌린지를 기점으로 ‘틱톡’의 국내 사용자가 급증했다. ‘너답게 즐기는 거야’라는 문구를 앞세운 ‘틱톡’은 다양한 영상 도구로 전 세계 사용자의 숏폼 제작을 이끌고 있다. 특히 다양한 해시태그 챌린지를 통해 인터넷 밈(meme)을 재생산해 Z세대에게 하나의 놀이를 제공하고 있다. ‘틱톡’ 속 챌린지가 여러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에 이용되는 이유다.


사진 출처: 왼쪽부터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백종원의 요리비책


숏폼 플랫폼의 후발주자로는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유튜브의 ‘쇼츠’가 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 기능은 ‘틱톡’과 유사한데, 주로 댄스 챌린지나 메이크업 영상, 유머 영상이 올라온다. ‘릴스’는 추천 기능을 통해 팔로우하지 않은 계정의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튜브의 하단 배너에 있는 ‘쇼츠’ 기능은 유튜브의 본편 영상을 짧게 가공한 예고편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한다. ‘쇼츠’의 영상들이 본편보다 조회수가 높은 경우가 많아 유튜버들은 채널 유입 증가를 목적으로 ‘쇼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레시피나 메이크업 영상, 아이돌 영상 등 짧은 시간에 핵심만 응축해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들이 있다. ‘쇼츠’는 관련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기능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활용

사진 출처: 금요일 금요일 밤에 홈페이지


SBS의 ‘동물농장’을 10분 내외로 편집해 유튜브에 게시하는 ‘애니멀봐’처럼 예능도 숏폼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특히 스핀오프(spin-off) 형식의 숏폼 예능이 부상하고 있다. 스핀오프란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이다. 나영석 PD는 예능 ‘신서유기’의 스핀오프로 ‘아이슬란드 간 세끼’, ‘나홀로 이식당’ 등의 숏폼 예능을 선보였다. 그는 TV만 보던 시기는 지났다며, 방송 클립을 즐겨보는 시청자에게 짧은 길이의 예능을 보여주고 싶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후에도 6개의 코너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숏폼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제작하며, 숏폼 예능에 계속해 도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무신사 홈페이지


예능에 이어 많은 기업도 마케팅에 숏폼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 스토어’는 지난 4월 ‘무신사 숏 TV’를 시작했다. ‘숏 TV’는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짧은 길이의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인테리어 플랫폼인 ‘오늘의 집’도 짧은 인테리어 영상을 올리는 공간을 제공해 인테리어와 제품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돕는다. 화면 크기에 제약이 있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임팩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예능과 영화의 짧은 클립을 볼 수 있는 ‘패스트 래프’를 시범 도입해 젊은 층의 사용자를 이끌고 있다.


즐길 콘텐츠가 쏟아지는 모바일 시대에서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과정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호흡이 긴 콘텐츠는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본편 대신 요약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거나 장면을 건너뛰는 것처럼 짧고 핵심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숏폼 플랫폼들은 앞다퉈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숏폼 콘텐츠는 지속해서 확장할 것이다.


한편 숏폼 콘텐츠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음에 중독되면, 깊은 사유를 방해해 인식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것에 익숙해지면 독해력이 떨어지고, 자극적인 콘텐츠만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많은 사람은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통해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를 즐기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짧고 자극적인 것에 매몰된 것이 아닌지, 자신이 인식하는 세상이 15초로만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