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가치를 전하는 ‘팝업스토어’

  • 493호
  • 기사입력 2022.06.13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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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서 터치 한 번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취향과 체형에 맞는 의류부터 새벽에 받는 싱싱한 재료, 바다를 건너온 해외 제품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가락을 몇 번 까딱이다 보면, 어느새 집 앞이 택배 상자로 가득 찰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여러 가게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온라인이 제공하는 편리함 속, 사람들을 왜 오프라인 가게로 모이는 것일까?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공간을 활용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는 ‘팝업스토어’를 다뤄 보았다.


팝업스토어란?

팝업스토어는 하루에서 한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는 상점이다. 웹페이지의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팝업스토어의 시초는 2002년,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겟(Target)이 매장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단기간 임대한 임시 매장을 연 것이다. 이것이 의외의 인기를 끌었고, 이후 여러 기업이 벤치마킹해 팝업스토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전후로 팝업스토어가 성행했다. 주로 IT 기업과 패션, 화장품 업계에서 진행되었는데, 기업은 신제품을 소개하며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었다. 신제품을 홍보하고, 매출을 높이려는 행위로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팝업스토어가 공간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팝업스토어는 ‘제품’보다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며 공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브랜드 자체에 초점을 둔 팝업스토어

▲ 왼쪽부터 출처: 젠틀몬스터 홈페이지, 시몬스 홈페이지


지난 3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젠틀가든’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젠틀가든’은 젠틀몬스터와 제니가 상상한 판타지 세계로, 다양한 디오라마 설치물과 화려한 꽃, 호수를 활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장에서는 아이웨어 브랜드답게 망원경을 통해 숨겨진 디테일을 볼 수 있다. 이때 특징은 팝업스토어가 제품 전시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안경과 선글라스의 전시 대신,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공간에 투영했다. 제품을 단순히 홍보하는 호객 행위가 아닌, 브랜드 가치의 전달로 팝업스토어가 변모한 것이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도 이와 유사하다. ‘시몬스’는 지난 2020년,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을 시작으로 부산의 해운대와 청담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샤퀴테리 샵(육가공 식품 판매점)에서 영감을 받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때,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는 침대가 없다. 대신 롤러스케이트, 휴지통 등 이색적인 굿즈와 버거 숍을 선보인다. 시몬스에 따르면, 침대 브랜드가 주는 무거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작은 일상에서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해당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와 호흡하고 재밌게 노는 활동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하고, MZ세대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한다. 실제 해운대의 팝업스토어는 평일 50팀이 대기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여러 기업은 더 이상 제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전하고자 팝업스토어를 공간의 측면에서 다채롭게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팝업스토어

▲ 왼쪽부터 출처: 시몬스 인스타그램, Diorbeauty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가치를 투영하는 동시에 인스타그래머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을 뜻하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음식을 소비할 때, 맛뿐만 아니라 SNS에 올릴 만큼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생기고, 가게의 분위기 좋아야 ‘인스타그래머블’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SNS에 과시를 즐기는 젊은이의 소비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활용하고자 제품의 디자인을 신경 쓰거나 사진을 찍을 만한 공간을 따로 조성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인스타그래머블에 매우 적합하다. 브랜드의 가치를 투영하기 위해 신경 쓴 공간이 자연스레 SNS에 올리기에 최적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수동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인스타그램에서 ‘성수동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의 포토존이 되었다. 점프 수트와 스패너 등의 이색적인 굿즈와 외관은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하고, 반대로 해시태그로 검색해 찾아오기에 충분했다.


▲ 출처: Diorbeauty


팝업스토어는 이를 활용해 셀럽을 초대하기도 한다. 성수동의 ‘디올 어딕트 팝업스토어’는 오픈한 이후, 수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했다. 화려한 구조와 디올의 시그니처 별 장식이 눈에 띄는 팝업스토어는 디올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초대했다. 이들이 방문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팝업스토어의 인스타그래머블을 보여주며, 많은 사람의 방문을 이끌었다.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팝업스토어는 제품의 홍보 목적을 위한 단순한 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꾸며진 공간과 굿즈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팝업스토어의 위치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브랜드의 청량감과 비비드한 컬러가 어울리는 해운대를 위치로 선정했다. 또, ‘버버리’는 모든 옷에는 자유를 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제주도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처럼 기업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고려하기보다 브랜드의 가치에 최적화된 장소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가치가 응축된 위치를 통해 소비자가 팝업스토어를 경험의 집합체로 받아들이게 해준다.


과거 제품에만 집중해 경직되었던 팝업스토어는 위치와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팝업스토어로 나아가고 있다. 여러 기업이 팝업스토어에 뛰어들며, 그 모습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며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끌고 있는 팝업스토어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