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 2] ‘믿거나 말거나’, 오싹한 괴담

  • 495호
  • 기사입력 2022.07.14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김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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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이 숨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거센 비가 좍좍 쏟아지는 장마철. 시원하긴 하나 어느새 꿉꿉하고 후줄근한 기분이 우릴 감싼다. 찬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은 축 처지게 할 뿐, 지루한 장마를 견뎌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때 한 교실에서는 분주하고도 은밀한 속삭임이 시작된다. 점심시간, 어두운 교실 뒤편에서 동그랗게 모여 앉은 아이들. 전교 1등이 2등에게 죽임을 당한 후 귀신이 되어 괴롭힌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저마다 본인만 알고 있었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많이 들어 식상하거나 어딘가 엉성하고 과장된 것 같은 이야기도 새롭게만 들리고, 오싹함 때문에 가라앉은 기분은 잊은 지 오래다.

지난 납량 특집 1편에 이어 기획된 2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괴이한 이야기, 오싹한 괴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우리 괴담 레스토랑에는 출구가 없습니다: ‘괴담 레스토랑’

괴담이 좋아하는 계절을 여름이라 한다면, 좋아하는 장소는 ‘학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넘치며, 이야기가 쉽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 교실에서 친구들과 무서운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떠올린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괴담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 세 명의 친구들이 초등학교에서 전해주는 괴담 애니메이션이 있다.



“괴담 레스토랑에 잘 오셨습니다. 우리 레스토랑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특별 요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의 지배인 가르송의 멘트로 시작하는 ‘괴담 레스토랑’은 일본의 옴니버스식 장편 동화이며, 동명의 애니메이션이다. 2010년부터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한국에서도 방영됐다. ‘괴담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에피타이저, 메인디시와 디저트 순으로 괴담이 제공된다. 짧은 도시 전설을 다루는 디저트에서는 이야기가 끝나면 촛불을 끄는 것이 특징인데, 마치 보고 있는 우리도 같은 교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원작이 아동용 동화이긴 하지만, 서늘하고 의미심장한 연출 덕에 어느새 출구를 찾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추억의 공포 만화: ‘무서운 게 딱 좋아!’


△ 왼쪽부터 이구성 작가의 만화책, 이동규 작가의 네이버 웹툰


무더운 여름밤, 할머니가 들려주던 귀신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형태 모를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큼 더위를 물리칠 좋은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형태가 있으면 어떠할까. 우리의 상상처럼 무서운 혹은 더 잔인하고 무섭게 생긴 귀신의 모습을 넘겨보며, 심장이 쫄깃해질 것이다.

이구성 작가의 작품인 ‘무서운 게 딱 좋아’는 여러 괴담을 담은 공포 만화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총 12권이 발매되었다. 출판 당시 잔인한 묘사와 색다른 내용 덕에 많은 학생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용호 작가는 ‘무서운 게 딱 좋아 세계 편’을 제작해 세계 무대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90년대생이라면 학교 도서관에서 혹은 친구네 집에서 숨죽인 채 한 장 한 장 넘겨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뒤에서 깜짝 놀래는 친구는 덤으로 말이다.

현재 ‘무서운 게 딱 좋아’는 네이버 웹툰에서 이동규 작가에 의해 리메이크된 것을 볼 수 있다. 2021년 여름부터 연재되어 베스트 편을 선보이고 있다. 만화책은 단종됐으며,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기에 웹툰으로 ‘무서운 게 딱 좋아’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그때 그 만화책을 추억하고자 웹툰을 보는 90년대생들은 현재 상황에 맞춰 조금씩 각색된 모습을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도시 괴담: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괴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귀신이 나오는 괴담이다. 폐가, 폐교, 산 등 괴담 속 귀신은 장소를 불문하고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도시 괴담 속 귀신은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귀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느끼게 해주며 사실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스크롤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일명 ‘갑툭튀’ 귀신으로 유명한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은 도시 괴담이다. 호랑의 ‘2011 미스테리 단편’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다. 이 둘은 모두 플래시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했는데, 움직이는 귀신의 모습과 음산한 BGM이 어우러져 독자를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클릭해서는 안 될 무서운 웹툰으로 불리기도 한다.


△ 호랑의 ‘2011 미스테리 단편’ 중 5화 ‘옥수역 귀신’


늦은 시각, 옥수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한 남성. 저 멀리 춤을 추는 듯 비틀거리는 여성을 발견하고는 모 커뮤니티에 그 모습을 게시한다. 남성이 네티즌의 반응을 살피던 중 여성은 갑자기 사라지고, 선로로 다가간 남성은 정체 모를 손에 이끌려 떨어진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옥수역에서 투신자살한 두 사람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옥수역 귀신’은 선로 위로 뻗어오는 피투성이 손의 모습이 압권인데, 해당 장면에서 독자 또한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호랑의 ‘2011 미스테리 단편’ 중 20화 ‘봉천동 귀신’


늦은 밤 집으로 향하던 한 학생은 관절이 꺾인 듯 이상하게 걷는 여성을 발견한다. 여성은 갑자기 뒤를 돌아 자신의 아이를 찾는데, 학생은 다른 곳을 가리켜 여성을 따돌린다. 하지만 이내 여성은 뒤를 돌아 학생에게 아이가 없다며 달려든다. 여성이 뒤돌아 달려드는 모습에서 플래시 기법이 사용되는데, 해당 장면에서 스크롤이 조정되어 이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다.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모두 단순한 내용의 도시 괴담이지만, 3D로 접하는 화면 덕에 입체적인 공포감을 얻게 된다. 해당 웹툰은 줄거리만 듣는 것보단 가슴을 졸이며 스크롤을 내릴 때, 극대화된 공포감을 느낄 수 있으니 웹툰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 무서운 장면에서 재빨리 스크롤을 내리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그럴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랬다더라’. 오싹한 괴담은 지금도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괴담으로 무더위를 날리고 싶은 강철 심장의 소유자라면, 혹은 본인이 강철 심장의 소유자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여러 괴담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괴담과 함께 지루한 장마와 지겨운 더위를 날려버리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