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Rock)' 윌 네버 다이!:
‘락’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 464호
  • 기사입력 2021.03.28
  • 취재 천예원 기자
  • 편집 윤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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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풀어헤친 검은 생머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기타리스트,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가사의 맥락, 고막이 찢겨져 나갈 것만 같은 정신 없는 사운드까지…… 대개 우리가 ‘락(Rock) 음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시키기 쉬운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팝(POP)’ 음악이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정의 내려질 수 없듯 락 음악 역시 밴드의 색깔에  따라서, 노래의 컨셉트에 따라서 그 모양을 조금씩 달리한다.

이번 <문화읽기> 섹션에서는 대중적이면서도 그 어떤 장르보다도 대중적이지 못한 락 음악.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할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얼터너티브 락’?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데 대체 어디가 친숙한거냐는 의아함이 충분히 들 수 있다.  ‘얼터너티브 락’은 대체로 메탈 락의 스펙트럼을 벗어난 90년대 이후의 락 음악을 지칭하는 말로, 따지고보면 ‘데이식스(Day6)’부터 시작해 ‘잔나비’, ‘엔플라잉(N.Flying)’, ‘혁오’ 등은 모두 얼터너티브 락 밴드에 속한다.  우리 추억 속의 ‘에프티아일랜드(FTISLAND)’조차 얼터너티브 락의 후예인 셈이다. 딱 5분만 투자해 남들이 하는 ‘락 음악’ 이야기에 말 정도는 붙여볼 수 있도록,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넓은 의미의) 얼터너티브 락 밴드 ‘너바나(Nirvana)’, ‘오아시스(Oasis)’ 그리고 ‘라디오헤드(Radiohead)’에 대해 알아보자.


♠너바나(Nirvana)


너바나(Nirvana)는 90년대의 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밴드로 평가 받는다. 너바나는 기존의 대중음악에 저항하는 성격으로서의 ‘얼터너티브(alternative–대안적인) 락’과 함께 등장했지만, 역설적으로 ‘얼터너티브 락’을 메인스트림으로 전환시켰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마 인터넷을 하면서 위 앨범 커버를 패러디한 사진을 종종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위 사진 속 앨범 ‘Nevermind’는 너바나의 정규 2집 앨범으로, 빌보드 추산 총 3,000만장 가량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영국 밴드 씬의 대표적인 독설가인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Nevermind’ it stills sounds like the future of rock.”이라는 말로 ‘Nevermind’앨범을 극찬했다는 것은 ‘Nevermind’앨범이 가진 음악적인 위치를 여실히 드러낸다. 


‘Nevermind’의 오프닝 곡 ‘Smells like Teen Spirit’은 너바나의 대표곡으로서  90년대 얼터너티브 락의 시작을 열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Nevermind’가 거둔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너바나의 프론트맨인 커트 코베인은 ‘Nevermind’앨범의 사운드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고 한다. 너바나가 지향하는 저항적인 성격과 반대로 ‘Nevermind’ 앨범의 사운드는 기존의 대중음악과 타협해 지나치게 정돈되어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이렇게 커트 코베인이 추구했던 밴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달리하는 ‘Nevermind’의 성공이 그의 우울증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오아시스(Oasis)


오아시스는 ‘영국 제2의 국가를 부른 밴드’, ‘제2의 비틀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제2의~’류의 별칭이 오명처럼 느껴질 만큼 제1의 영향력을 가진 영국의 브릿팝 밴드다. 오아시스의 대표적인 디스코그래피로는 음악성이나 대중성 측면에서 대부분이 ‘Definitely Maybe’앨범과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앨범을 꼽는다. 먼저 ‘Definitely Maybe’는 멤버 노엘 갤러거가 전곡을 작곡하고 작사한 앨범으로, 그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여담이지만, 노엘 갤러거는 음악적인 재능 밖에도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도 유명하다. ‘오아시스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나!’라고 대답할 줄 아는 당황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한 독특한 화법의 소유자다.


‘Definitely Maybe’의 성공 이후 1년 후 정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발매되었다.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90년대 브릿팝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2,200만장이 판매되었다. 오아시스의 대표곡 ‘Wonder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에 수록된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Wonderall’같은 경우에는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불렸을 정도로 영국의 브릿팝의 상징적인 곡이며, 우스갯소리로 영국의 노숙자들도 ‘Wonderall’은 부를 줄 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Don’t Look Back In Anger’ 역시 ‘Wonderall’과 더불어 오아시스를 대표하는 곡이다. ‘Don’t Look Back In Anger’에 숨겨진 존 레논(비틀즈)의 흔적을 찾아본다거나, 가사 속에 등장하는 ‘Sally’의 존재에 대해 추측해보는 것은 ‘Don’t Look Back In Anger’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오아시스는 2009년 이후로 공식적으로 해체한 상태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아시스의 팬들은 그들의 재결합을 기대하고 있다. 종종 리암 갤러거 측이 은근한 재결합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또다시 보면 서로의 머리채를 쥐고 싸우고 있을 때가 더 많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재결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라디오헤드(Radiohead)


대개 대중들은 ‘라디오헤드’하면 1992년 발표된 싱글 ‘Creep’을 연상하고는 한다. 물론 라디오헤드가 ‘Creep’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라디오헤드를 ‘Creep’만으로 설명하기에는 ‘Creep’을 제외한 라디오헤드의 앨범/곡들이 영국 대중음악의 큰 흐름을 추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적으로 뛰어나다. ‘The Bends’와 ‘OK Computer’에서 출발한 라디오헤드는 그들의 작업물에 21세기 전후 세대의 정체성과 사회상을 드러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The Bends’앨범의 ‘Fake Plastic Trees’는 제목 그대로 길가의 가짜 나무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이다. 거대 자본이 이끄는 대량생산 체제와 대량생산 체제가 초래하는 환경 파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치장하느라 삶의 본질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노래의 도입부분 ‘A green plastic watering can(녹색의 플라스틱 물뿌리개는) / For a fake Chinese rubber plant(고무로 만들어진 가짜 중국산 식물을 위한 것이야.) / In the fake plastic earth (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짜 지구의)’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비판의식은 라디오헤드의 3번째 정규 앨범 ‘OK Computer’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전의 ‘The Bends’앨범보다는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대중성을 포기한 실험적인 시도가 역으로 ‘라디오헤드스러움’을 만들어내며 음악적인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OK Computer’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앨범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들의 현실에 대해 다룬 컨셉앨범이다. ‘OK Computer’에 수록된 ‘Karma Police’는 원자화된 현대 사회와 부품으로 전락해버린 개인의 현실을 비판한다. 대체로 다른 밴드들의 작업물을 비판하기만 하는(?) 노엘 갤러거조차 ‘Karma Police’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록곡 ‘No Surprises’와 ‘Paranoid Android’ 등에서 ‘OK Computer’앨범의 주제의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유명 얼터너티브 락 밴드를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너바나’, ‘오아시스’ 그리고 ‘라디오헤드’ 밖에도 ‘블러(Blur)’, ‘콜드플레이(ColdPlay)’,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등 너무나도 유명하고 좋은 음악을 가진 밴드들이 활동했고, 활동 중이다.

윗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락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면 유명한 노래를 찾아 들어보며 본인의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 세계적인 락 열풍이 다시 한 번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