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Jazz 즐기기

  • 497호
  • 기사입력 2022.08.17
  • 취재 이경서 기자
  • 편집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604

한여름 밤 거리를 걷다보면, 밤새 우는 매미가 여름임을 알려주듯 더운 바람이 나를 감싼다. 이때 어느 지하 계단에서 재즈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간 지하의 재즈 클럽. 습한 지하 안, 연주자들의 뜨거운 열기와 땀은 한여름의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다. 이내 그들의 연주에 빠져들고, 재즈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를 감싸던 더위는 잊은 채 말이다. 


이번 문화읽기에서는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재즈를 다뤄보았다. 여러 재즈 장르 중에서도 뉴올리언스 재즈와 스윙 재즈 그리고 비밥(Bebop) 재즈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 뉴올리언스 재즈


첫번째로 살펴볼 뉴올리언스 재즈는 초기 재즈 양식이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하여 뉴올리언스 재즈라고 불린다. 1900년대의 뉴올리언스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로 많은 프랑스인과 스페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크리오요가 거주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집합된 곳이었고, 다채로운 음악이 공존했다. 이때, 흑인의 음악과 백인의 유럽 음악이 합쳐져 재즈가 탄생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음악에 기반을 둔 크리오요의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에 기반을 둔 흑인 음악이 만난 것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크리오요는 높은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비록 남북 전쟁 후 그들의 신분은 낮아졌지만, 서양 음악과 악기에 대한 교육은 지속되었고, 클라리넷으로 재즈를 연주했다. 반면 크리오요가 아닌 흑인들은 음악을 구전으로 익히며 자유로운 형태로 즐겼다. 처음에는 음악적 거리가 멀었지만, 둘 사이에 음악적 소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음악이 융합되면서 초기 재즈인 뉴올리언스 재즈가 탄생한 것이다.


[오른쪽 사진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프닝 장면]


초기 재즈 양식은 아프리카 음악의 즉흥성과 리드미컬함에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모습이다. 기본 악기로는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드럼 등이 쓰인다. 악보 없이 감각에 의존하는 집단 즉흥 연주가 큰 특징이다.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재즈의 거장인 ‘루이 암스트롱’과 ‘시드니 베세’ 그리고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가 있다.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영화 속 OST로 종종 등장하며 오랜 재즈 팬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시드니 베세’의 ‘si tu vois ma mere'가 등장한다. 3분이 넘는 영화의 오프닝에서 파리의 전경과 함께 낭만적인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는 재즈라는 용어를 처음 앨범에 사용한 밴드다. 초기 재즈가 흑인을 중심으로 연주됐던 것과는 달리 멤버가 모두 백인인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노래 중 ‘Tiger Rag’는 현재에도 많은 뮤지션에 의해 리메이크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후배 뮤지션들에게 재즈의 길을 알려준 밴드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재즈의 발상지답게 뉴올리언스에서는 재즈를 즐길 수 있는 거리인 ‘버번 스트리트’가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재즈바와 재즈 클럽이 있고, 재즈 클럽마다 각기 다른 매력의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초기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했던 곳인 만큼 그들의 발자취를 찾으며 재즈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스윙 재즈



초기 뉴올리언스 재즈 뮤지션들이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재즈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이후 경쾌한 리듬이 주를 이루는 스윙 재즈가 등장한다. ‘흔들거린다’는 뜻의 ‘Swing’이 들어간 스윙 재즈는 듣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 모두 흔들거리며 춤을 출 정도로 신나는 박자와 특유의 텐션을 가졌다. 등장 당시에는 대공황이라는 어두운 상황 때문에 관심받지 못했다. 하지만 뉴딜정책으로 상황이 점차 나아지자 국민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음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스윙 재즈가 부흥하는데, 이 시기를 ‘Swing Era’라고 부른다. 어둡고 삭막한 상황에 등장한 스윙 재즈가 이와는 대비되는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현실을 즐기게 만든 것이다.


스윙 재즈는 뉴올리언스 재즈처럼 즉흥적으로 연주하기보다는 악보를 바탕으로 하는, 비교적 단순화된 형태로 연주된다. 대중화된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재즈 장르에 비해 스윙 재즈의 대표곡은 많은 사람에게 친근한 편이다. 스윙 재즈는 빅 밴드에 의해 연주된다. 빅 밴드란, 열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재즈를 연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빅 밴드의 경쾌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에 많은 재즈 클럽과 거리에서는 춤의 장이 열렸다. 유명한 스윙 재즈의 뮤지션들이 빅 밴드를 이끌 정도로, 스윙 재즈는 빅 밴드와 함께 발전했다. 특히 스윙 재즈에 백인인 베니 굿맨이 등장하며, 재즈에 다소 배타적이던 백인 중산층도 재즈 붐에 탑승하게 된다.



스윙 재즈의 유명한 뮤지션으로는 듀크 엘링턴과 베니 굿맨, 빌리 홀리데이와 냇 킹 콜 등이 있다. 앞서 말했듯, 스윙 재즈의 대표곡은 들으면 알 만한 곡이 많다. 에어컨 광고로 유명한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과 냇 킹 콜의 ‘L-O-V-E’ 등이 예이다. 스윙 재즈를 주 소재로 다룬 영화도 있는데, 고등학교 스윙 재즈 밴드부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의 ‘스윙 걸즈’이다. 스윙 재즈와 하이틴 코미디를 결합하여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들의 도전과 성장 과정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스윙 재즈 밴드인 만큼, 많은 스윙 재즈곡이 등장한다.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부터 글렌 밀러의 ‘In The Mood’와 ‘Moonlight Serenade’ 등, 영화 속 스윙 재즈곡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윙 재즈는 비밥 재즈와 쿨 재즈 등 다른 장르가 등장하며 점차 대중 음악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스윙을 하고 있을 만큼, 스윙 재즈가 갖는 영향력과 힘은 실로 대단하다.


♬ 비밥(Bebop) 재즈



마지막으로 살펴볼 장르는 비밥 재즈다. 비밥 재즈는 춤을 위해 연주되던 스윙 재즈에 싫증을 느끼며 등장한 장르다. 스윙 재즈의 안정적인 박자에 비해 비밥 재즈는 격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복잡한 진행을 선보인다. 소규모 연주와 연주자의 자유를 확대하면서 연주자는 그들의 감상대로 재즈를 자유롭게 표현했다. 더 이상 춤을 위한 연주가 아닌 탓에 사람들에게 외면받기도 했지만, 관객을 압도할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표현하며, 음악 자체에 집중한 음악으로 거듭났다. 비밥 재즈의 뮤지션으로는 찰리 파커와 케니 클락 등이 있고, 대표곡에는 찰리 파커의 ‘Confirmation’과 디지 길레스피의 ‘Bebop’ 등이 있다.


살펴본 장르 외에도 재즈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비밥 재즈보다 더 느리고 다듬어진 음악인 쿨 재즈부터 삼바와 쿨 재즈가 합쳐진 보사노바, 비밥 재즈에서 발전한 하드 밥 등. 무더운 한여름 밤, 재즈를 들으며, 해변이 보이는 테라스 위, 혹은 지하 재즈 클럽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