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 교수의<br> '언어학 입문'

박희수 교수의
'언어학 입문'

  • 362호
  • 기사입력 2016.12.23
  • 취재 김태경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8998

사람들은 대화할 때 얼마나 많은 단어를 사용할까? 실제로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10만 단어 정도를 사용한다. 과연 ‘언어’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이 또 있을까? 이처럼 언어는 우리의 일상생활, 그리고 협력을 요하는 사회생활에서도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언어’는 마치 ‘공기’처럼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지만, 우리 주위에 항상 있어서 평소에는 그 필요성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전공하는 인문학도라면 당연히 이러한 언어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야 하고, 설사 언어학도가 아닐지라도 교양인이라면 일상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언어를 조금쯤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수업속으로’에서는 언어(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히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박희수 교수의 ‘언어학입문’을 소개한다.

‘언어’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일까? 이 강의에서는 언어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가정하에 언어학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게 된다. 언어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동물과 다른 인간 언어에 대한 고찰, 구문론적 특징, 인지적,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언어를 살펴본다. 이렇듯 이 강의는 언어(학)의 전반적인 연구 분야를 이해하고, 언어의 이론(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으며, 언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인지적, 사회 문화적, 심리적)을 이해하는 것을 교과 목표로 하고 있다. 주교재는 김진우의 ‘언어, 이론과 그 응용’(2004)이며, 참고 교재는 강범모의 ‘언어, 풀어 쓴 언어학 개론’(2005)과 장영준의 ‘언어학101’(2014)이다.

이 강의는 교수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수업 내 그룹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지식 탐구를 지향한다. 학생들은 수업 전 교재의 주어진 부분을 예습하고, 교수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교수의 강의가 끝나면 관련 주제에 대해 발표 및 조별 토론을 진행하게 되며, 토론 후 토론 그룹별 또는 개인별 보고서를 작성 제출해야 한다. 그룹은 매 달 무작위로 달라진다. 이 강의는 ‘수업 내 그룹 활동’이 그 핵심이다. 조별 토론에서는 그 날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언어학적인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을 이끌어 내야하므로, 이를 잘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강의는 예습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매주 주어진 파트에 대한 쪽지시험을 보게 되고, 이 또한 평가에 반영된다.

평가 방법은 출석 20%, 과제 10%, 중간고사 25%, 기말고사 35%, 평소학습 10%, 발표 자원자 +0.5~2.0이다. 여느 강의에 비해서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각 영역이 또 세분화 되어있어 예상보다 수강생들의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출석은 교수가 일일이 학생을 호명하지 않고 그룹별로 출석 용지를 나눠주어 각자의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한 후 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출석은 수업이 시작될 때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조별 토론을 한 후 조별로 보고서를 제출할 때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써야해서 결과적으로는 이중적으로 출석을 확인한다. 이 그룹별 토론 보고서는 수업활동 점수로서 평소학습에 반영되기 때문에 출석과 평소학습은 거의 같은 영역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출석을 하고 수업을 도망가는 이른바 ‘출튀’는 적어도 이 강의에서는 불가능하다. 더하여, 그룹별 토론 보고서 중 우수보고서에 대해서는 건당 최종 점수에서 0.5점의 추가 점수가 부여되고 우수보고서는 시험범위에 포함된다.

과제 10%는 매주 주어진 파트에 대한 총 9번의 쪽지시험과 Noam Chomsky에 대한 조사 과제이다. 쪽지시험은 새로운 파트에 들어갈 때마다 보게 된다. 쪽지시험에서는 주로 개념과 그 사례에 대한 OX 문제가 출제된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자신만의 별명을 정하는데 아이캠퍼스에 매주 이 별명으로 쪽지시험 성적이 공시된다. Noam Chomsky에 대한 조사 과제는 각 조의 1번과 2번은 Chomsky의 변형생성문법이론 및 예시, 각 조의 3번은 Chomsky의 정치 및 사회적견해, 각 조의 4번은 Chomsky의 언어습득이론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된다. 9번의 쪽지시험과 조사 과제는 같은 비율로 반영된다.

중간고사는 25%이고 기말고사는 35%로 기말고사의 비중이 더 크다. 중간고사를 잘 못 보았다고 해도 기말고사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시험 범위는 i-Campus에 공지되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문제 유형은 객관식 20문항 (OX, 5지선다형), 주관식 (소문항 3-5개, 대문항 1개)로 동일하다. 객관식은 주로 기본 개념에 대해서 물어보며, 개념과 예시가 올바르게 짝지어져 있는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OX라고 해서 얕보면 안 되는게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면 헷갈리는 일이 많다. 5지선다형도 마찬가지다. 5개 중에 올바르거나, 올바르지 않은 답 1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고르는 것이라 개념을 확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관식에서는 여러가지 개념들을 총동원하여 언어학적인 사례를 분석하거나, 그 개념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 가를 물어본다. ‘개념’이 잘 잡혀 있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발표는 첫 강의 이후, 아이캠퍼스 쪽지를 통하여 선착순으로 자원 받는다. 발표는 그 주에 배우는 파트에 대해서 한다. 교재에 이미 나와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보다는 그 파트와 관련된 새롭고 흥미로운 이론이나 사례들을 직접 조사하고 이에 대해서 발표한다. 발표날짜는 학기 초부터 말까지 있으나 선착순이라 자신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한 주제와 날짜를 정해서 빨리 신청 해야한다. 발표 하면 최종점수에서 0.5~2.0점의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별로 큰 점수인 것 같지 않지만, A+과 B+를 가를 수도 있으며 발표하면 시험을 잘 못 보아도 심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아 웬만하면 발표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과목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성실한 사람’이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언어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어려워서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예습’이 필수이다. 예습을 하지 않고 수업에 들어가면 교수의 설명을 알아듣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별 토론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지 못한다. 이 강의는 매주 쪽지시험을 봐야하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조별 토론 보고서나 개인별 보고서를 내야한다는 점에서 수강생들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강의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교수가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더 자세히 설명해줄 텐데 지레 겁먹고 철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실히 강의를 따라가기만 하면 좋은 성적은 따 놓은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교수도 언어학 자체가 많이 어렵고 강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수강생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른 강의에 비해 성적도 잘 주는 편인 듯하다. 실제로 16년 1학기 기준으로 교수는 A와 B학점에 대해서 모두 +를 채워주었다. 하지만,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일정수준의 점수도 넘지 못한 학생들)의 성적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번 열심히 해보자’하는 학생들이 들어야하는 강의이다. 교수도 학생들만큼 열정적이고 강의도 매우 알차고 짜임새 있다. 그래서인지 노력한 만큼 배우는 것도 다른 과목에 비해서 많다. 필자에게는 1년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강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