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박 교수의 영어쓰기

  • 391호
  • 기사입력 2018.03.12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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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만 3년을 공부해왔던 새내기들이 세 페이지 이상의 영어 에세이를 쓰게 되는 과목이 있다. 바로 전공진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하는 기본 영어 영역의 ‘영어쓰기’ 과목이다. 1학년 학우들은 처음 마주하는 엄격한 규칙과 요구사항들에 따른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많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어렵기만 한 영어 쓰기 과목을 조금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가르치는 수업이 있다. 오늘 수업속으로에서는 아이린박 교수의 영어쓰기 수업을 소개한다.



국제어 강의 특성상 수업은 영어로만 진행된다. 교재는 모든 영어쓰기 수업과 마찬가지로 ‘Write On'이 사용된다. 수업은 교수의 PPT 강의를 들은 후 교재의 연습 문제들을 풀어보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강의에서는 영어 쓰기의 핵심적인 내용들과 기본 상식을 배운다. 또 이에 필요한 문법 개념과 다양한 어휘들을 배우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영어 에세이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상식들을 가르치는 강의다. 가끔 수업 중에 한 문단 정도의 짧은 글을 작성해보기도 하고, 교수가 제공하는 프린트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긴 강의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이면 학습적인 게임을 할 때도 있다. 학습적인 게임이라니, 조금 식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학우들은 금방 흥미를 느끼고 게임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마치 초등학교 영어시간에 선생님과 함께하는 게임에 열중하던 어린이들을 연상케 한다. 팀을 나누어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때도 있다. 확실한건 이 수업은 틀에 박힌 수업방식에서 벗어난, 유연한 강의라는 것이다.



이 강의의 평가 요소는 출석, 평소학습, 퀴즈 20%, 과제(기말 시험 포함) 65%, 중간시험 15% 이다. 역시 영어쓰기 수업인 만큼 에세이 과제들이 성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에세이 과제에는 크게 MBTI 에세이와 서론 결론 에세이, 그리고 MMS 에세이가 있다. 먼저 MBTI 에세이는 수업시간에 진행되는 MBTI 검사(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자신의 성격유형과 교수가 지정해준 파트너의 성격유형을 비교, 분석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페이지 반 분량으로 작성하면 된다. 서론 결론 에세이는 주어진 본문의 내용에 알맞은 서론과 결론을 작성하는 과제이다. 간단한 과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교수가 요구하는 서론과 결론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면서도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 과제 영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MMS 에세이다. 이 과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MMS'라는 작문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 에세이로, 교수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 페이지 분량의 주장하는 글을 작성하면 된다. 모든 에세이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절하지 않는 것과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과제 하나가 끝이 날 때 마다 학생들은 서로의 글을 검토해주는 ‘Peer Editing' 시간을 갖는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과제의 최종 제출본에 반영하는 것과 다른 학생들의 글을 성의 있게 평가해 주는 것이다.

평소학습은 수업시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인데, 평소에 발표를 최대한 많이 해서 교수에게 ‘적극적인 학생’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수업시간에 진행되는 대부분의 쓰기 활동들은 퀴즈로 간주되어 성적에 반영되니, 모든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간시험은 수업시간에 다룬 문법 개념들과 영어 쓰기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평가한다. 시험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개념들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가도 평가하지만, 더 나아가 그 개념들을 작문에 적용시킬 수 있는가도 평가한다. 따라서 열심히 공부하고서도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실망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겨난다. 하지만 중간시험은 성적에 반영되는 비율이 높지 않아 추후에 주어지는 에세이 과제들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므로 너무 낙심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영어로 세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를 써야한다니. 신입생 입장에서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공 진입을 위해 영어 쓰기 과목을 꼭 들어야하는 새내기의 입장에서 아이린박 교수의 수업은 그나마 신입생 맞춤형이라고 볼 수 있다. 딱딱한 강의형 대학 수업의 틀에서 벗어나 게임을 하거나 토론을 할 때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수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또한 이 수업은 학생의 기본적인 영어실력을 시험하기 보다는 학생이 얼마나 교수의 지시 사항을 철저히 따랐는지를 평가한다. 따라서 영어에 자신 없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영어에 자신 있다고 기세등등할 필요도 없다. 꼼꼼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교양 수업만 들을 수 있는 1학년 수업 중에서 가장 많이 배운 과목으로 아이린박 교수의 영어쓰기를 뽑고 싶다. 영어쓰기의 정석을 보다 쉽게 익히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