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맥그레거 교수의 영어토론

  • 393호
  • 기사입력 2018.04.13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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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교양 수업 중에는 영어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학우들을 위해 마련한 전문 영어 영역이 있다. 전문 영어 영역에는 모든 학우들이 1학년 때 직권배정을 통해 필수로 이수하는 ‘영어쓰기’와 ‘영어발표’ 수업보다 심화된 수준의 영어를 다루는 수업이 있다. ‘고급 영어쓰기’, ‘비즈니스 영어’, ‘시사 영어’ 등 다소 어렵고 딱딱해 보이는 수업들이 주를 이루는 이 영역에 조금 색다르고 활동적인 수업이 하나 있다. 브리짓맥그레거 교수의 ‘영어 토론’은 실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부터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중대한 사회적 이슈들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토론 수업이다. 이번 ‘수업속으로’에서는 즉석 토론을 통해 학우들의 영어실력을 빠르게 성장시켜 줄 브리짓맥그레거 교수의 ‘영어 토론’을 소개한다.



국제어 강의 특성상 수업은 오직 영어로만 진행된다. 교재는 딱히 없고, 수업 시간마다 교수가 나눠주는 프린트가 전부이다. 강의에서는 영어 토론의 기본 개념과 방법들을 배운다. 토론은 영국 의회식 토론방식(British Parliamentary Debate)으로 진행된다. 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학생들이 1분도 쉬지 않고 수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접 토론해야 하는 토론자들은 물론이며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관객들까지 토론을 평가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따라서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은 0에 수렴한다.



이 강의의 평가 요소는 퀴즈 10%, 출석, 평소학습, 과제 30%, 중간 토론 30%, 기말 토론 30%이다. 퀴즈는 영국 의회식 토론(British Parliamentary Debate)의 기본 개념을 묻는 시험이다. 토론에 등장하는 8가지 역할의 이름과 그 역할들이 토론에서 맡는 책임들을 알면 된다. 퀴즈 전에 나눠주는 5장 분량의 프린트만 잘 숙지한다면 문제는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학습은 참여도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참여도에는 중간 토론과 기말 토론을 제외한 연습 토론들의 평가가 포함된다. 자신이 직접 토론을 하지 않고 관객으로서 다른 토론자들을 평가할 때, 그 평가의 성실성 역시 참여도의 일환으로 취급된다.

중간 토론과 기말 토론의 주제는 모두 토론 당일 날 즉석에서 발표된다. 학생들이 각자 맞게 될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토론을 미리 준비해가거나 사전조사를 해 갈수는 없다. 즉, 학생들은 오로지 평소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중간 토론까지의 토론들에서 학생들은 한 명당 2분씩 발표해야 하고, 그 이후의 토론들에서는 4분씩 발표해야 한다. 토론에 대한 평가는 발표 기술, 역할의 충족, 내용의 세 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진다. 발표 기술은 말 그대로 발표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발표자의 목소리, 제스쳐, 표정, 아이 컨택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발표 능력이 중요시된다. 역할의 충족은 발표자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에서는 발표자가 제시한 주장이나 근거에 대한 논리력과 신뢰성을 평가한다.



이 수업에는 영어 능력자들이 굉장히 많다. 마치 우리학교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사람만 모아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학생들이 정말 영어를 잘한다. 재외국민 학우들과 교환학생을 온 외국인 학우들도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 계획서에도 “높은 수준의 영어를 부담 없이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이 수강해야할 강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평균 이상의 수준급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쉬는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마주할 땐, 마치 외국 대학에 다니는 듯 한 착각이 들고는 한다. 영어 회화에 완벽히 능통하지 않은 필자도 처음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수강철회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죽을 필요 없다. 이 수업의 주요 평가 요소는 원어민 같은 영어 발음이나 유연한 회화 기술이 아닌 발표의 내용과 논리력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토론에서의 8가지 역할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 할 수 있는 논리력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즉, 기본 영어 실력의 부족은 노력으로 극복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필자는 수강철회 기간에 이 수업을 철회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영어 토론을 통해 단기간에 자신의 영어 실력을 폭발적으로 향상 시키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