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덕선, 박규현 교수의 몸과 문화

  • 395호
  • 기사입력 2018.05.11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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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을 하다보면 언제나 눈에 띄는 생소한 교과명이 하나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다루는 수업인지 알지 못 한 채 수강하는 과목이다. 필자 역시 수강신청 할 때 앞으로 무엇을 배울지 전혀 예측하지 못 했기에 과목에 대한 기대 또한 없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수업은 필자가 넓은 스펙트럼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번 ‘수업속으로’에서는 철학, 예술, 종교 전반을 아우르는 인문학 수업인 홍덕선, 박규현 교수의 ‘몸과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 수업은 아이캠퍼스 강의다. 따라서 모든 강의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교재는 ‘몸과 문화’를 사용한다. 이 수업의 큰 특징은 전공이 다른 두 명의 교수(불문과 박규현 교수, 영문과 홍덕선 교수)가 한 과목을 가르치는 ‘팀 티칭’ 수업이라는 점이다. 두 교수는 ‘팀 티칭’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서로의 강의내용이 연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면서도 각자 다른 관점에서 ‘몸’이란 주제에 접근한다. 8주차 수업까지는 박규현 교수가 진행하며, 중간고사 이후에는 홍덕선 교수가 진행한다.

이 수업의 주목적은 ‘몸’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한 현대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이다. 강의에서는 ‘몸’이라는 인문학적 테마가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까지 철학 및 문학, 예술, 과학 분야에서 어떤 사유와 논의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철학자들의 논의와 예술가들의 예술작품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예시들이 사용된다.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 자료가 첨부된 경우도 많다.



이 강의의 평가 요소는 출석 10%, 과제 10%, 중간시험 40%, 기말시험 40%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은 모두 객관식으로 치러진다. 중간시험은 주로 몸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를 다룬다. 스토아학파, 데카르트, 에드워드 홀, 루소, 니체 등 대표적인 철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에서 다룬 ‘몸’과,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묻는다. 또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의 분석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그 속에서 인간의 ‘몸’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도 다룬다. 기말시험은 주로 예술 작품에서 ‘몸’을 표현하는 방법들에 대해 다룬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그리스, 중세시대, 르네상스, 포스트모던 시대, 그리고 낭만주의 미학에서의 ‘몸’이 각각 어떤 예술적 특징을 갖는지에 대해 묻는다. 중간시험 범위는 교재의 3분의 1 정도 분량이며 나머지는 기말시험 범위이다.

과제는 세 페이지 내외로 작성하면 된다. 주제는 ‘역사적 사건을 하나 예로 들어 몸의 정치적 물음으로 해석하기’이다. 처음 과제를 마주할 때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이라 하면 강제 징용, 전쟁, 세월호 사건, 촛불 시위, 그 밖에 여러 혁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건들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몸’의 정치적 의미를 담아내면 된다. 또 이러한 주제에 관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분석해도 좋다.



이 수업의 특징은 중간시험은 매우 쉬운 반면, 기말시험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중간시험은 한 두 문제만 틀려도 상위 30% 밖으로 밀려날 수 있지만, 기말시험은 난이도가 꽤 있어 변별력을 갖는다. 따라서 중간시험을 못 봤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고, 잘 봤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결국 성적을 확정짓는 결정적인 요소는 기말시험이기 때문이다. 중간시험은 주로 학자이름과 작품명과 같은 고유명사 위주의 문제로 출제된다는 것과 기말시험은 굵직굵직한 개념들 위주로 출제된다는 사실을 알아두고 공부하면 좋다. 중간고사 범위에 포함된 ‘히로시마 내 사랑’에 대한 문제도 많이 출제된다. 따라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는 없더라도 주요줄거리와 영화의 주제, 주로 다뤄진 소재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이 수업은 철학, 예술, 종교 전반을 아우르는 교양 수업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