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노르만딘 교수의 중세르네상스영시

  • 403호
  • 기사입력 2018.09.10
  • 취재 구민정 기자
  • 편집 주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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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가 되면 교실에 조용히 들어와, 모든 학생들과 정성스레 눈을 맞춰가며 마치 고시(古時)를 읊는 듯 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는 교수가 있다. 그의 수업은 완벽히 학생 중심적이며, 학생의 질문으로 시작해 이에 대한 답변으로 끝난다. 일방적이고 지루한 강의, 주입식 교육은 그의 수업에 존재할 수 없다. 처음엔 영어로 질문하고 토의하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던 학생들도, 어느새 부끄럼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된다. 오늘 ‘수업속으로’에서는 주도적으로 시를 분석하고 감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션노르만딘 교수의 중세르네상스영시를 소개한다.



이 수업은 철저히 학생들의 참여 위주로 흘러간다. 교재는 따로 없고, 교수가 학기 초에 제공하는 프린트물과 아이캠퍼스에 게시된 자료들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다음 수업에 다뤄질 시를 미리 읽어오고, 학우들과 나누고 싶은 시에 관련된 내용이나 교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을 생각해 와야 한다. 수업은 오직 학생들의 질문과 발표의 범위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시가 열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고 했을 때, 반드시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열 페이지 전부를 수업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질문이 한 페이지에만 몰려있다면, 그 페이지의 내용에 대해서만 세 시간 동안 토론하다 수업이 끝날 수도 있다. 필자가 이 수업을 수강했을 때의 경우에는 두 페이지의 이내의 짧은 시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시 전체를 다뤄 본 적이 없다. 만만치 않은 양의 전체 범위를 얇게 다루기보다는, 학생들이 궁금증을 품고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심도 깊게 토의해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다. 물론, 시험에도 수업에서 다룬 내용만 출제된다.




이 수업의 평가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며, 학생들은 둘 중 어느 방법으로 평가 받을지 학기 초에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의 평가요소는 참여 10%,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30%, 에세이 30%, 발표 10% 다. 두 번째 방법의 평가요소는 참여 10%,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30%, 에세이 40%다. 차이는 개인 발표의 유무이다. 따라서 자신이 발표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거나 에세이 작성에 자신이 없는 타입이라면, 발표가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 반대라면 발표를 안 하는 방법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먼저 중간고사는 객관식 20문제와 에세이 한 편을 작성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에세이 주제는 1~2주 전에 아이캠퍼스에 공지된다. 공지된 두 개의 주제 중 하나만 출제되지만, 무엇이 출제될지는 미리 알 수 없으니 두 문제에 대한 답을 모두 철저히 생각해 놓아야 한다. 기말고사는 객관식 20문제를 풀지, 아니면 객관식 10문제만 풀고 에세이 한 편을 쓸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 객관식에 약한 학생들은 미리 준비해 올 수 있는 에세이를 쓰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다른 준비 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객관식 문제를 선호한다. 객관식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시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 사실들만 물어본다. 예를 들어 어떤 대사를 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묻는다던가, 시의 운율 혹은 표현 방식 같은 명확한 내용만 묻는다. 변별력을 주기 위해 다소 세세하고 지엽적인 내용까지 출제될 수 있으므로, 시를 여러 번 읽어보고 꼼꼼히 공부해야 한다.


에세이는 전체 성적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므로, 특별히 정성들여 써야한다. 에세이 역시 두 가지 에세이 형식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하나는 자신만의 시를 한 편 창작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는 에세이다. 단, 시는 수업에서 다뤄진 시 형식 중 하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시들에 대해 비판적 에세이를 쓰는 것이다. 가뜩이나 훌륭한 시들을 어떤 주제와 방식으로 비판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학생들이 참고 할 수 있는 주제가 열 개 정도 제시되니 이를 활용해도 좋다.



수업에서 다루는 시들이 마냥 쉽고 재밌지만은 않다. 특히 전공 새내기들이 듣기에는 조금 버거운 수업일 수도 있다. 어려운 시들을 매번 미리 읽어가고, 참여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가야 해서다. 그러나 마치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교수님은 최대한 평가 할 때 학생들을 배려하고자 한다. 수업 전체의 평가 방식, 시험 문제의 형태, 에세이 형식까지, 평가요소의 A to Z를 전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은 아마 션노르만딘 교수의 수업 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열정과 참여를 요하는 수업이지만, 영문과 학생이라면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는,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수업이다. 중세르네상스영시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