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 전율,<br>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조화의 전율,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 398호
  • 기사입력 2018.06.26
  • 취재 홍영주 기자
  • 편집 양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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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학우들은 여행, 공부, 아르바이트 등 각자 방학을 알차게 보낼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번에는 긴 방학을 조금 더 특별하게 채우는 공연 동아리를 만났다. 여타 동아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규모에서 조화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 허창영 명륜 회장(프랑스어문학과 17학번)과 한주은 악장(화학공학과 17학번)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균관대학교 오케스트라는 창단한 지 올해로 32년이 됐다. 창단 초기에는 실내악단으로 시작해 관현악단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가 됐고, 약 20년 전부터 오케스트라로 활동해왔다. 정식 이름은 ‘오케스트라’이고, 대외 활동을 할 때는 ‘SKKUO’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허창영 명륜 회장은 “자신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다시 악기를 잡고 싶어 하는 학우들이 많아 지금의 오케스트라가 있을 수 있었던 같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는 회장단(명륜 및 율전 캠퍼스 회장, 악장)과 집행부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임 지휘자가 따로 있어 올해로 21년째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주고 있다. 지휘자는 20년 전 학교에서 음악의 이해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로, 과거 동아리원이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케스트라는 ‘동아리’라서 가장 큰 목적은 친목 도모다. 하지만 친목 도모의 과정이 악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단순히 놀기만 하는 것보다는 악기 연습과 뒤풀이 등을 통해 단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학기 중 정기적인 연습은 없다. 대신 신입생 연주회, 소연주회, 각종 버스킹 등을 통해 단원들 간의 화합과 악기 실력의 향상을 도모한다. 악기를 다루지 못한다고 동아리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레슨을 매칭해주고, 주점 등의 행사도 진행한다.

정기공연은 봄, 가을 연주회로 연 2회 진행하고 있다. 많은 연습량이 필요한 공연동아리 특성상 합주 시간의 확보를 위해 대부분 연습을 방학에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 간 교류가 활발한 중앙동아리의 장점을 살려 명륜 캠퍼스와 율전 캠퍼스에서 일주일에 각 두 번씩 연습 한다. 연습은 전체연습이라 부르는 합주와, 바이올린·첼로·비올라·목관·금관으로 파트를 나누어 진행하는 파트연습으로 이루어진다. 각각 파트에는 파트장이 있어 해당 파트의 밀도 있는 연습을 관장하고, 악장과 상의해 파트원들에게 음악적인 표현을 지시한다. 파트 분할 연습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

방학 끝 무렵엔 ‘Music Camp’라 부르는 합숙 훈련을 진행한다. 연주회 직전 3박 4일 동안 긴장감 속에서 연습을 진행하여 악기 실력도 훌쩍 늘고, 24시간을 단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여 매우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허창영 명륜 회장은 캠프 기간에 단원들이 수행하는 마니또 미션을 MC로서 지켜보는 것이 ‘묘미’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연주회를 제외하고는, 신입생 환영회와 MT 등 다른 동아리들과 비슷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하지만 고학번 선배들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을 오케스트라만의 특별한 점으로 꼽았다. 학교를 다니며 고학번 선배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오케스트라에는 가깝게는 07학번, 멀게는 99학번 선배들까지 활발히 활동한다. 총 엠티 때는 높은 학번의 선배들이 참석해서, 고 학번 선배를 만날 기회도 있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아달라고 하자 허창영 명륜 회장은 1년 전, ‘제31회 가을 연주회 뮤직캠프’를 꼽았다.

“저는 그때 세컨 바이올린으로 참여했어요. 뮤직캠프 동안 밥 먹고 연습, 또 밥 먹고 연습, 자고 일어나서 연습밖에 하지 않는데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뮤직캠프 때는 3박 4일간 합숙 연습 후 마지막 날 밤에 뒤풀이를 해요. 다들 지쳐서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뒤풀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곡 마지막 부분에서 파트끼리 소리가 엉켰어요. 지휘자 선생님이 “니들 술 먹을 생각 하지 마. 지금부터 12시 30분까지 연습만 해.”라 하시고는 사라져 버렸어요. 힘들게 더 연습하고 며칠 뒤에 연주회를 올렸는데, 결국 지휘자 선생님이 상당히 만족한 연주회가 됐어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교내에 밴드, 보컬, 재즈, 특정 악기를 다루는 동아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악’을 다루는 동아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오케스트라’ 동아리만의 특별한 점을 물어봤다.

한주은 악장은 동아리의 큰 규모와 그 규모에서 오는 조화, 그리고 클래식의 매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우리 동아리에는 학교에 음악대학이 없음에도 10종류가 넘는, 오케스트라 악기 대부분을 연주하는 단원이 있습니다. 이렇게 큰 편성과 인원은 다른 동아리에서는 볼 수 없는 규모로, 합주할 때 풍부한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인원 속에서 한 사람의 소리도 묻히지 않고 하나하나 들려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몸소 체험할 때의 전율은 분명 태어나서 느낀 감정 중 가장 벅찬 감정일겁니다. 클래식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 깊이 빠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연주회를 한 번만 같이 올려보아도 클래식이 지루하고 잠잘 때 듣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와장창 부수게 돼요.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자세히 공부하다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져서 개인적인 성장의 발판도 됩니다.”

허창영 명륜 회장 역시 큰 규모에서 오는 장점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생각도 덧붙였다.

“교내에 여러 밴드나 보컬 동아리들이 있지만 클래식 악기를 다루는 동아리는 저희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큰 규모의 동아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규모가 커서 갖는 장점들도 있어요. 앰프나 마이크 같은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단원들의 소리로만 채워지는 무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무대를 마치고 난 뒤 ‘드디어 끝났다.’ 라는 생각보다는 ‘결국 해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동아리에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동아리 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오케스트라’라고 대답하면 조금 멋져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균형 교양수업인 ‘음악의 이해’ 수업을 들을 때 이론 이해나 음악 감상에서 오케스트라로 활동한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케스트라이기에 가능한 점이죠.(웃음)”

명륜 또는 율전 캠퍼스 회장에게 연락해 가입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항시 모집이다. 작성 절차가 간단하고, 오디션을 보지 않으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나이나 학번의 제한이 없어 재학생 뿐 아니라 휴학생, 대학원생, 졸업생 모두 가입 가능하다.

“저처럼 예전에 악기를 배우고 오래 쉬었지만 다시 악기를 잡고 싶은 학우들, 처음으로 악기를 배우고 싶은 학우들, 전공생 뺨치는 연주 실력을 가진 학우들 모두 상관없이 악기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