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동아리, 성균기우회

  • 424호
  • 기사입력 2019.07.28
  • 취재 김보련 기자
  • 편집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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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성균기우회가 제13회 한세실업배 릴레이대학 동문전 바둑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기우회’는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쟁쟁한 우승 후보였던 상대 학교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오른 ‘성균기우회’의 우승 비결은 무엇일까. 성균기우회 졸업생 모임의 전임 회장 유승엽 동문(농업경제학과 85학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기우회’는 어떤 동아리?


기우회는 성균관대학교 선후배 동문들이 같이 바둑을 두며 우의를 다지는 동아리다. 많은 대학교에 기우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성균기우회는 1980년 무렵 창립되어 지금까지 약 5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통있는 모임이다. 기우회에는 당연히 바둑을 잘 두는 동문도 있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 바둑을 전혀 몰라도 바둑을 좋아하고 같이 즐길 의향만 있다면 가입 할 수 있다. 가입 후에 배워도 되기 때문이다. 재학생들은 학교 내 동아리로 틈틈이 모여 함께 바둑을 둔다.


졸업생들의 모임은 원칙적으로는 대학교 재학 당시 성균기우회에서 활동을 했던 기존 회원들의 졸업생 모임이지만, 성균기우회 자체가 성균관대학교 동문들의 바둑 모임이라 성균관대학교 동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 한세실업배 릴레이 대학동문전 바둑대회 우승


한세실업배 릴레이 대학동문전 바둑대회는 매년 바둑 최강 대학 동문을 기리는 대회로 모든 대학교 기우회 동문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바둑대회다. 보통 바둑이라면 개인의 역량으로 한 판을 겨루는 개인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릴레이 대학 동문전은 3명의 동문이 힘을 합해서 한 판의 바둑을 두는 형식의 시합이다. 바둑을 진정한 단체전으로 끌어올린 시합이라는 평을 받았고, 이 방식이 인정을 받아 고교 동문전, 동호회 대항전, 직장 대회 등 다른 시합에도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바둑 TV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금, 토, 일 저녁 11시에 방송하고 있다.


성균관기우회의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9회 때 이미 우승 이력이 있다. 5회(2011년), 6회(2012년), 8회(2014년) 때에는 준우승을 했다. 유승엽 동문은 과거를 떠올리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 2015년 당시에도 우승 욕심이 컸기 때문에 무척 기뻤었습니다. 이후 한번 우승했으니 만족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우승하니까 그때의 기쁨 못지않게 기뻤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 때는 성균기우회 모든 선후배들의 단합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중간에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시합도 있었는데, 단합된 힘의 덕분인지 운도 따라서 행운의 역전승을 거두고 결국 우승에 이르렀습니다.”


성균관기우회의 준결승 상대였던 세한대학교는 바둑학과가 있는 학교로 출전 선수 대부분이 프로기사를 꿈꿨던 강자들이 속해있는 우승후보였다. 결승 상대는 작년 우승팀인 서울대학교였다. 아주 치열한 경기였다. “세한대학교와의 3국에 나온 상대 선수들이 모두 강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사실 좀 어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3국 3주자로 나온 우리 선수 (정관영, 소비자 가족학과 12학번) 역시 성균기우회의 최고 에이스로, 부족한 시간임에도 기적같은 역전승을 만들어서 결승 진출을 이루어냈습니다. 당시 생각에 최강 팀을 이겼으니 우승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서울대학교도 만만치 않아서 결승전도 끝까지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서울대가 세한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해서 서울대와의 결승 3국에서는 아무리 불리해도 우리가 결국은 이긴다고 믿었고, 결과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대회 우승 상금 500만원은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만끽하는 데 모두 사용되었다. 선수들 외에 시합을 응원 나온 많은 양교(우승, 준우승 학교) 동문들, 그리고 대학 바둑연맹 관계자, 대회 진행 스텝 등 거의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회식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4년 전 우승했을 당시에는 상금의 절반을 재학생들 기우회 활동에 협찬했더니, 당일 회식비만으로 수백만원이 적자가 나서 선배들이 십시일반 걷어서 해결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선배들이 회비를 보태지 않으면 상금만으로는 회식하고 끝이었을 겁니다. 상금은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라 응원 온 모든 동문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후배 재학생들에게도 일부 협찬하고 자체 바둑대회에도 사용할 계획입니다.”



◆ 대회 준비 과정


우승을 거둔만큼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대회 준비는 항상 시합 1~2주 전에 같이 모여서 대회 방식과 같은 형식으로 연습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개인이 혼자 두는 방식이라면 모여서 연습할 필요가 없지만, 여러 명이 함께 바둑을 두는 진행 방식이라 개인의 실력 못지 않게 참가 선수들간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학교는 그동안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기에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지만, 매년 새로운 선수가 보강되기도 하므로 연습을 다시 하곤 합니다.”


그러나 준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24강전, 16강전, 8강전, 준결승전, 결승전 등의 시합일과 회사 업무 등이 겹치면 몇몇 중요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준결승 때는 이로 인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준결승전 때에 핵심 멤버 2명이 참가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최병권(09학번 통계학과) 군에게 급하게 연락했습니다. 과거에 대표선수의 주전으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회사 일이 바빠서 잘 나오지 못했었는데, SOS를 치자 달려와 줬습니다. 이 최병권 선수가 결승전 최종 3국에서 기적의 대역전승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 됐습니다.”


◆ 성균기우회만의 우승 전략 & 앞으로의 목표


릴레이 대학동문전은 팀으로 하는 경기라 개개인의 실력만큼이나 단합력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본인이 선수로 직접 활동하겠다고 욕심을 부렸던 동문도 있어서 그걸 조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오랜 기간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모두 단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뛰어난 단합력은 선후배 동문들이 팀의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양보를 잘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마음가짐이 성균기우회의 발전과 대회 우승 비결이라 전했다.


현재 13회째 이어온 대회의 성적을 점수로 환산했을 때 고려대와 외국어대가 공동 1위 우리 학교가 3위다. 내년에 한번 더 우승하면 통산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유승엽 동문은 통산 1위가 되는 것이 이 대회에서의 목표라 전했다. 그 외에는 ‘전 성균인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한다. “대회를 치르려면 제법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올해 가을에 개최하는 것이 목표이며, 많은 성균인들의 관심과 협조, 그리고 참가를 부탁드립니다.”


◆ 유승엽 동문에게 ‘바둑’이란?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바둑을 뒀었고,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도 바둑과 관련된 직업을 오랜 기간 가져서 제게 바둑이란 제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우회 동문 선후배님들께는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잘 단합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 대회에서의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성균기우회. 앞으로도 단단한 단합력과 서로에 대한 배려심으로 더욱 빛나는 ‘바둑길’을 걷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