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영웅의 혼과 몸짓 계승<br> 율동패 환희

민중 영웅의 혼과 몸짓 계승
율동패 환희

  • 343호
  • 기사입력 2016.03.14
  • 취재 정호윤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8134

한국 정치의 암흑기 70, 80년대, 독재와 비상식이 만연한 암담한 상황 속에서 의지 하나로 일어나 올바름을 목터지게 외치던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들과 그 한 축을 담당했던 대학생들. 격렬한 시위 현장 속에서 펼쳤던 구호와 몸짓으로 이루어진 선동예술 율동. 그들의 혼이 담긴 율동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경제대 율동패 환희를 취재하기 위해 환희의 패짱 김상태 학우(통계학과 15)를 만났습니다.

율동은 사상적 내용의 노랫말을 가진 민중가요에 맞춰 통일된 몸짓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흥을 돋우고 일치감을 끌어내는 일종의 춤이다. 자신의 주장을 군중에게 노래와 춤으로 어필하는 일종의 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몸짓 혹은 문선이라고도 불린다. 율동패 환희는 정치가 안정됨에 따라 점점 시위가 줄어들게 되면서 없어져 가는 율동들을 대학교 문화로서 보존하기 위해 창립되었으며 창립 이후에도 어느 정도 시위에 나가다가 지금의 환희는 시위에 나가지 않고 율동의 보존과 개발, 그리고 정치시사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데 힘쓰고 있다. 환희는 연도상 1999년도에 출범했지만 과거 독재정치에 대항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모임에 기원을 두고 있는 만큼 99년 이전에도 계속 존재해왔다.


들어라 양키야


소나기

환희는 일주일에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며 화요일에는 위 동영상과 같은 율동들을 연습하고 목요일은 최근 한국의 이슈에 대해서 시사 토론을 한다. 봄 공연과 학기마다 하는 정기공연이 있고 우리 학교 출신 열사님들의 추모제 무대에도 선다. 새내기 배움터 공연을 포함해 1년에 총 5번의 공연을 선보인다. 율동은 선동과 기동으로 나뉘는데 기동은 노래가 귀엽고 앙증맞은 가사를 가지고 있는 민중가요에 맞추어 춤을 추며 선동은 동지가, 단결 투쟁가, 주한미군철거가 등 노랫말이 강하고 투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율동은 한 곡에 3, 4분 정도이며 정기 공연에는 약 10곡, 봄 공연에는 약 7곡을 무대에 올린다. 봄 공연에는 율동마다 설명을 덧붙여 춤을 선보이지만 정기공연에서는 뮤지컬 형식을 빌려 직접 쓴 각본으로 연극과 춤을 구성해서 사회풍자적인 공연을 한다. 일례로 작년엔 학과 통폐합을 주제로 공연했다. 율동이라는 대학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환희는 율동을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환희는 학술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동아리 내부에서 화요일 율동을 가르치는 연습주체와 목요일 토론을 준비하는 교양주체로 나누어 목요일마다 한국의 사회이슈에 대해 세미나와 토론을 한다. 율동을 한다고 학술활동을 가볍게 보지 않고 여타 시사토론 동아리들과 마찬가지로 매번 PPT와 토론 자료를 준비해서 민중 총궐기, 캣맘 사건, 국정교과서 등 굵직한 사회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다. 율동과 학술활동 둘 다 똑같이 중요도를 두어 동아리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정기 행사는 4월에 신입생과 같이 가는 총 엠티와 여름방학에 신입 기수들이 가는 기엠티가 있다. 2학기 정기공연에는 춤이 많아 여름방학 말에 선배들에게 춤을 배우는 전수엠티를 간다. 연말에는 이미 환희를 거쳐 간 선배들이 모이는 송별회가 있다. 환희는 경제대학 새내기 배움터에서 공연과 더불어 PPT 발표를 통해 소개하고 신입부원을 모집한다. 그 이외에도 연초 내내 계속 모집을 하나 3월 이후에 동아리 가입을 했다면 이미 춤을 배운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교에 춤, 밴드, 노래 등을 하는 동아리는 많지만 율동이라는 것을 다루는 곳은 흔치 않아 참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연 동아리와 학회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학우들에게 알맞은 동아리이다. 춤을 선배들이 직접 가르쳐주어 개인 연습이 중요한 공연 동아리들보다 선후배 간에 친분을 쌓기도 좋다. 율동은 독특하게도 획일화된 안무가 없고 학교별, 동아리별로 똑같은 노래라도 춤이 다 다르다. 우리 학교에도 경제대학 환희 외에도 사범대 청년 바람, 자연과학캠퍼스 아성 3개의 율동패가 있는데 환희와 청년 바람의 안무가 조금 비슷하고 아성은 전혀 다르다. 이처럼 율동 패들은 전통을 다양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율동이 시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들을 갖는 학우들이 있는데 가입해서 활동하다 보면 전통을 잇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고 열사들의 추모제에서 그들의 가족들을 만나 그 시절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 차원에서 율동을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다른 학교 율동패들과 서로 공연에 가주고 교류가 잦은데 경희대학교는 그 학교 선배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공헌한 흔적으로써 율동을 존중해주고 자랑스럽게 본다고 합니다. 최근에 환희, 청년 바람, 아성이 함께 모여서 성균관대학교 율동연합 통칭 성율을 만들었는데 아직 구체적인 활동이 없습니다. 성율이 축제 같은 학교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공연하는 게 꿈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데 율동패 환희는 시위하지 않습니다. 대학생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율동을 이어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춤을 춰본 적이 없어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선배들이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