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현대적 가치를 정립하다,
유교문화연구소

  • 517호
  • 기사입력 2023.06.12
  • 취재 윤지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3957

유교문화연구소는 유교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인류가 지향할 이념과 문화를 재발굴하자는 비전을 제시하며 설립되었다. 지금은 김도일 소장을 중심으로 동양철학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동양철학을 오늘날 우리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으로 재발견하고자 ‘비판유학·현대경학 연구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는 유교문화연구소에 대해 알아보자.



⚫️ 유교문화연구소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교문화연구소는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소속의 교내 부설 연구소로 2000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변함없이 유학을 중심으로 동양철학 분야에서 다양한 국내외 학술교류를 주도해 왔지요. 그리고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들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동양철학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특히 유학대학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교육 및 연구 활동에 매진해 왔는데요. 현재는 김도일 소장을 중심으로 나종석, 김동민, 백영선 이렇게 세 분의 공동연구원들이 있고, 또 박사급 연구원 7인, 대학원생 연구원보 3인이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영문 학술지인 Journal of Confucian Philosophy and Culture(JCPC)를 연 2회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 학술지는 작년에 해외 저명 인덱스인 Scopus등에 등재되어 국내외 여러 학자들에게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매년 다양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연구총서 발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계열의 가장 큰 정부지원 사업 중 하나인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비판유학·현대경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동양철학을 오늘날 한국의 문제와 우리 삶의 경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으로 재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관점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오늘날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문으로서 동양철학을 자리매김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 유교문화연구소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오랜 역사를 지난 연구소인 만큼 많은 연구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중에서 지난 1년간의 대표적 연구 활동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작년에는 특히 두 번의 국제 학술대회를 미국 현지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2022년 9월에 열린 “현대 도덕 심리학과 문화 도덕심리학(Contemporary Moral Psychology and Cross-Cultural Moral Psychology)”로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의 버클리 종교, 평화, 세계정세 센터(Berkley Center for Religion, Peace, and World Affairs)와 공동으로 개최했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동아시아인의 행동 방식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특징에 주목하는 동시에 비교문화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오늘날 공유될  있는 도덕의 기반을 새로운 시각으로 모색해 보았습니다. 다른 학술대회는 올해 2월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홍콩시티대학교(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동아시아 고전 및 비판적 유교 현대 연구 센터(The Center for the Contemporary Study of East Asian Classics and Critical Confucianism)와 공동으로 개최한 “동아시아 맥락에서 본 유교와 능력주의: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Confucianism and Meritocracy in the East Asian Context: Historical, Social, Political)”입니다. 이 학술대회에는 우리 연구소의 구성원들을 비롯해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홍콩에서 온 연구자들까지 모두 열한 분의 선생님들이 발표자로 참여하셨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감자인 능력주의 논쟁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이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사이에는 사회적 상황 및 맥락에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서 살펴봤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국내 학술대회도 여러 차례 개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2년 5월 27일과 2023년 2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현대경학의 방법론적 모색”은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전통 시대 경학은 물론이고 근대 이래 제시된 경전에 대한 다양한 관점까지 두루 망라해서 논의했습니다. 이 학술대회의 화두는 경전이 예전의 권위를 상실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전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였습니다. 오늘날의 유학 연구자들 모두에게 큰 화두가 될 만한 질문이지요.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곧 책으로 엮여 연구소 총서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유교문화연구소에서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지나요?

우리 연구소는 ‘비판유학·현대경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 서로 간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토론과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연구원들 각자의 관심 주제를 내부 회의에서 공유하고, 그중 학계에서 널리 논의될 만한 주제라고 판단되는 내용은 선별해서 학술대회로 기획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군신공치(君臣共治)’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이러한 논의 과정을 통해 기획되고 있는 중이에요. 군신공치란 군주제 통치안에서 재상을 비롯한 여러 신하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는, 그러한 조화로운 정치 체제를 추구한 유학의 정치적 이념을 말합니다. 이러한 과거의 이상향이 현재의 사회정치적 상황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유대를 높이는 데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연구소의 성과들은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학술 도서와 학술지 논문의 형태로 공개됩니다. 최근 출간된 것으로는 대표적으로 『대동민주주의와 21세기 유가적 비판이론의 모색(나종석 저)』, 그리고 유교문화연구총서 <사상가 특집>으로 2022년에 출간된 『시대 속의 맹자, 주제 속의 맹자(김도일 편)』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유교문화연구총서 <사상가 특집> 시리즈는 유학대학 대학원생을 위한 개론서로도 활용되고 있죠. 이처럼 연구소에서 진행되거나 연구소가 주관한 행사에서 발표된 연구를 주제 의식이 드러나는 학술 도서 혹은 학술지 특집호의 형태로 공개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입니다.



⚫️ 유교문화연구소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째로, 연구소 구성원 간의 활발한 토론 문화입니다.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과 성과를 공유하는 이 활발한 토론 문화는 우리 연구소의 연구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큰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동양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동양철학, 사학, 서양철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죠. 우리 연구소의 아주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소에서는 '월례 연구논문 발표회'를 통해 구성원들끼리 서로의 연구에 대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배우면서 함께 발전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된 제5차 월례 연구논문 발표회는 이러한 토론 문화를 잘 보여주었는데요. 소속 연구원인 안동섭, 오지호, 홍린 박사는 각각 「유가 충(忠)개념의 특수성과 보편성」, 「능력주의적 분열과 인정철학적 연대: 호네트의 사회적 가치부여 개념에 대해」, 「남송 신유학자들의 과거 비판에 드러난 양가적 태도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주제들로 열띤 토론을 벌였죠.


둘째로, 한국을 넘어선 열린 학문적 교류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개최한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와의 국제학술대회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소는 미국, 중국, 일본의 여러 해외 학술 기관과 MOU를 맺고 실질적으로 교류하고 있어요. 작년 10월에는 미국 아메리칸대학교와 새로이 MOU를 체결하고, ‘동아시아에서 불교와 유교, 그리고 우리 시대에서의 그 의미’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공동으로 주최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분과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학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심리학과의 학제 간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우리 대학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님의 연구실과 협력하여 겸손, 조화 등 유교적 가치관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확히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깊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 덕목에 대해 현대인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설문 및 실험을 진행하고, 동양철학과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융합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는 학제 간 연구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 혁신적인 연구 방법은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관련된 심리학 연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인문학 연구자의 소임은 역사적, 철학적, 그리고 문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한 다양한 지혜들을 발굴하고 재해석하여 그것을 동시대인들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사회에서도 이 역할의 인문학자가 갖는 중요성은 전혀 퇴색되지 않습니다. 유교문화연구소는 바로 이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는 연구 공간이자 토론의 장인 것이죠.

앞으로 이러한 연구의 중요한 가치를 알아차리고, 그 가치를 탐구하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우리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우리 연구소는 늘 다양한 학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열려 있는 이 학술 공간에 한 번 참여해 보세요. 비판유학 · 현대경학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일정이 공개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 비판유학 · 현대경학 연구센터 홈페이지: https://swb.skku.edu/ccecc/index.do

▶︎ 유교문화 연구소 홈페이지: https://ygmh.skku.edu/ygmh/index.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