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하 교수의 중력파 연구실
- 532호
- 기사입력 2024.01.23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3874
시공간에 발생한 ‘잔물결’, 중력파를 알고 있는가? 중력파란 폭발이나 충돌이 있을 때의 급격한 질량 변화로 인한 시공간의 흔들림이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말하며, 미지의 우주를 밝혀내는 데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우주를 열어줄 중력파를 연구하는 이경하 교수의 중력파 연구실(Experimental Gravitational-wave Research Lab)에 대해 알아보자.
▶ 연구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연구실은 실험 중력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력파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처음 그 존재를 예측했고, 100년 후인 2015년 LIGO Collaboration에서 처음 검출에 성공하여 노벨상까지 받게 된 것으로, 천체물리에 있어서 아주 “핫”한 토픽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LIGO, Einstein Telescope, Cosmic Explorer 등과 같은 중력파 연구의 international collaboration의 멤버로서 다양한 중력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중력파 연구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는 LIGO의 경우, 성균관대 중력파 그룹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LIGO 실험그룹입니다.
이제 막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 만큼 중력파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중력파를 제대로 천체물리 연구에 적용하기까지의 가장 큰 장애물은 검출기의 민감도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 민감도를 향상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공동연구자들과 1~2주에 한 번씩 정기적인 미팅을 가지며 서로의 연구에 대한 코멘트를 주고받고, 대학원생들은 해외 그룹과의 AI 스터디 미팅에도 참여하며 지식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함께 쌓아가고 있습니다.
▶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에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중력파 검출기의 코팅 노이즈 연구입니다. LIGO 내의 다양한 분야 중, 현재 검출기의 민감도를 가장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는 코팅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코팅 물질을 찾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우리 연구실에서는 코팅 노이즈가 생기는 물리적인 원리를 연구하여 더 효율적으로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다양한 코팅 후보물질의 분자구조를 분석하여 우리가 원하는 물질의 특성과 그 구조 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는 건데요. 이 연구는 해외에서 여러 그룹이 시도해 보았으나 워낙 성공률이 낮아서 교착상태에 있었는데, 다양한 노력 끝에 우리 그룹에서 성공하게 되어 굉장히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 라이고 검출기의 다양한 노이즈를 예측하여 예상 sensitivity를 보여주는 그래프
▶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연구의 과정은 먼저 공부로 시작하겠죠.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룹미팅 등 여러 사람과의 수많은 토론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그중에서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주제를 고르게 됩니다. “연구”라는 것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 이때부터는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밝혀낸 것들을 최대한 공부하고 활용하여 본인의 연구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스스로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바로 대학원 과정인데요. 학부에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것과는 아주 달라서 학부생 때 꼭 학부 연구생 등의 경험을 통해 본인이 연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위에서 언급이 되었듯이, 우리 연구실에서 집중하는 연구는 중력파 검출기의 코팅 노이즈입니다. LIGO 검출기는 곧 A+LIGO라는 업그레이드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요. 현재 중력파 연구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이 업그레이드에 들어갈 코팅 물질을 찾는 것입니다. A+LIGO의 민감도 그래프를 보면, 검출기의 민감도가 가장 높은 주파수 범위를 코팅 노이즈가 딱 가로막고 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코팅을 찾기 위해 분자구조 분석 및 노이즈 상관관계 연구를 몇 년간 집중적으로 진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밝혀진 corner-shared polyhydra 구조를 이용하여 다음 업그레이드에 적용할 새로운 코팅 물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노이즈뿐만 아니라 다른 조건들 또한 만족시켜야 하므로 미세조정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지만, 다음 LIGO 검출기 업그레이드의 코팅 후보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죠.
▶ 연구실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중력파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습니다. 그만큼 실험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산들이 많은 거죠. 물론 연구자로서는 굉장히 기쁜 일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협력하여 검출기의 민감도를 더 높이고 검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힌다면, 중력파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빛 등의 신호와 달리 중력파는 질량만 있으면 생성될 수 있고, dissipation(소실)도 굉장히 적기 때문에 초기 우주를 연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비전을 위해 전 세계 중력파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는 건데요. 현재 LIGO의 업그레이드인 A+LIGO뿐만 아니라, 그 이후 업그레이드 계획일지 모르는 A#LIGO, 아예 새로운 인프라로 건설될 Cosmic Explorer, 유럽 베이스로써 상온과 초저온을 다 커버할 Einstein Telescope, 우주에 띄울 검출기인 LISA 등 수많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 계획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레이저 간섭계 검출기에는 각각의 조건에 맞는 코팅 물질이 필수적이죠. 현재 우리 연구실은 LIGO, Einstein Telescope, Cosmic Explorer의 멤버로서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다양한 검출기들의 코팅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연구실의 목표가 되겠습니다.
▶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랑거리라고 해야 할지 특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연구실은 국제공동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해외의 수많은 우수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가 촘촘하고 강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학생 때부터 미국 Stanford University, Caltech, Berkeley, 유럽의 University of Glasgow, AEI Hannover 등 다양한 해외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직접 출장을 다니고 교류하며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고요. LIGO 멤버십을 가진 박사과정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장학생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LIGO Fellowship 프로그램인데요. 3개월에서 1년까지 미국 LIGO 검출기 사이트에 가서 직접 연구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우리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이 이번에 LIGO Fellow로 선정되어 내년 2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서 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학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긴 한데, 우리 연구실에 오면 국제공동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들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거예요.(웃음) 그룹미팅도 영어로 진행하고, 리포트, 랩북, 발표 등을 영어로 진행하여, 박사과정 중 최대한 LIGO Fellowship에 선정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나아가 해외포닥으로 일할 때 언어적 어려움 없이 실전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서 졸업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중력파 연구는 해외 연구자들과의 긴밀한 교류가 중요하거든요.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우리 연구실의 연구는 공부할 부분이 좀 넓은 편입니다. 먼저 중력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 LIGO 검출기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요. 코팅 분자구조 분석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중력파 이론연구를 한다면 첫 번째만 공부하면 될 텐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따라서 공부하는 것에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학생이 잘 맞을 거예요. 공부할 범위가 넓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졸업 후 학계이든 회사 쪽이든 훨씬 더 많은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장점이 됩니다.
한 가지 더하자면, 영어 소통 능력이 되겠네요. 아까 말했듯이 중력파 연구는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되는 만큼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 소통 능력이 굉장히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요. 연구 활동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니 영어에 거부감이 없는 학생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부 전공과목 공부와 연구의 가장 큰 차이는 ‘수동적’, ‘능동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 공부를 할 때는 책을 공부하고, 수업을 듣고, 그 내용을 익혀서 얼마나 잘 아는지를 시험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성과에 대한 성취감을 얻게 되죠. 즉, 이미 밝혀진 사실이 나에게 제공되고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나는 거예요. 하지만 연구는 굉장히 다릅니다. 아무도 ‘나’에게 떠먹여 주지 않습니다. 능동적으로 나서서 정보를 찾고, 공부할 내용을 알아보고, 자신의 연구에 적용해야 하거든요.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 그 부분에 있어서 문화 충격을 받을 수 있어요. 그때 교수님, 주변 선배들, 동료들 등에게 조언을 구하고 배워나가며 그 시기를 이겨내면 됩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이니까 길 잃은 것처럼 당황하는 게 당연합니다. 절망하지 말고, 조금씩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 나가면 어느새 익숙해져 있을 거예요. :)
연구의 길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실험을 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알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바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하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대가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의 희열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던 것을 ‘내가 지금 티스푼만큼이나마 밝혀냈다’라는 성취감이 있어요. 그 기쁨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버텨내며 연구의 길을 걷게 될 거예요. 파이팅!
연구실 홈페이지: https://khlee542.wixsite.com/mysite/contact-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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