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기분은..."
심리학과 윤선경 교수의 EDC 연구실

  • 534호
  • 기사입력 2024.02.23
  • 취재 이주원 기자
  • 편집 장수연 기자
  • 조회수 3029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특히 현대 사회 속 존재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서 그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은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때로는 어려움을 겪으며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정서 조절, 그 과정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심리학과 윤선경 교수의 EDC 연구실을 함께 알아보자.


- 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Emotions in Daily Context (EDC) lab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정서/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나의 현재 정서를 인지하고 원하는 정서로 바꾸려 노력하는 과정을 정서 조절이라고 합니다. 성공적인 정서 조절이란 나의 기분을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경험하고 표현될 수 있게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듯,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합니다. 지루한 수업을 들으며 애써 집중하려 노력할 때도, 기분 나쁨을 친구에게 표출하지 않으려 노력할 때도 우리는 정서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노력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우울과 같은 여러 가지 정신 병리에 도움이 되는 정서 조절 방법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 연구실은 연구원(석사, 박사, 랩디렉터) 개개인이 모두 다른 방향에서 정서 조절을 연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서 조절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연구원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이 있는 측면이 다르고, 따라서 모두 다른 주제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서 조절의 가장 첫 단계인 자신의 정서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정서에 대한 주의)를 연구하는 학생도 있고, 정서 조절의 목표(어떤 감정을 더 느끼고 싶은가)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정서 조절의 한 방략인 재평가 전략에 대해 살펴보는 학생도 있고, 정서 표현 조절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연구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서 조절과 밀접히 관련된 규칙적인 일상생활의 효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과거의 자살 생각에도 불구하고 현재 높은 수준의 정신적 웰빙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성을 인터뷰한 학생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의 “대표적인 연구 활동”이 있다기보다는 각자가 하는 모든 연구가 의미 있고, 그 연구들이 모여 우리 연구실이 추구하는 목표인 정서 조절과 정신 병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을 통해 진행되나요?


연구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문헌 검색을 통해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변인/주제에 관심이 있고 그 주제가 어떻게 연구가 되어져 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다 보면, 기존의 연구들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남아있는 질문이 생기게 됩니다. 그 질문이 새로운 연구의 시작이 되어, 나의 질문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을 찾고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디자인하게 됩니다. 연구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가설을 세우고 연구 방법을 구체화하고, 가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할 방법을 계획합니다. 그 후 잘 짜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계획대로 가설을 검증합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한 해석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 즉 논문으로 만드는 것이 연구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은 어떻게 활용되나요?


임상심리학 연구는 임상적 함의, 즉 연구에서 나온 내용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임상적 함의가 있는 연구만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연구실의 석사 학생의 주도로 Emotion mindset(정서가 변화 가능하다는 믿음)이 도움이 되는 정서 조절 방략 패턴과 유의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정서가 변화할 수 있다고 믿을수록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서를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서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심리치료를 통해 도울 때, 이들이 정서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즉, 사람들이 정서에 대해 변동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긍정적인 정서 조절과 정신병리를 도모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의 다른 연구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고통을 나누면 그 고통이 반이 된다는 속담이 존재하며, 이는 여러 문화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정서 조절 전략입니다. 우리 연구실의 한 학생이 이 속담이 언제나 적용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는 개인이 고통을 나누는 행위에 어떻게 참여하는지와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이 행위가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심리적 고통과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특정 정서 조절 전략이 무조건 좋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관점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해당 전략과 정신병리 간의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심리치료 장면에서 개인이 고통을 나누는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보다는, 이 개인의 참여 방식과 문화적 배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본 연구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리 연구실의 목표는 복잡한 정서 조절의 과정에 대한 지도(map)를 그리는 것입니다. 정서 조절은 개인 외적 상황, 개인 내적 변인(목표/동기/믿음/자원 등), 그리고 다양한 정서 조절에 대한 결과(예, 정서, 다른 목표 수행, 인간관계)가 결합된 다차원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정서 조절의 단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연구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신 병리를 다루는 대부분의 연구자는 한 번쯤 정서 조절을 연구 변인으로 측정한 적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정서 조절 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가 이 복잡한 과정에 대한 알지 못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정서 조절 과정을 해부적으로 분석해서 각 요소가 서로 어떻게 연관이 되어(link to each other)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명료한 지도를 그리고자 합니다.


연구실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실 자랑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실은 연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가 뚜렷하고, 연구실의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우 창의적인 연구가 나오기도 하고, 임상적인 함의가 높은 연구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나 능력이 있나요? 어떤 학생이 연구실에 오면 좋을까요?


연구를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따뜻한 관심이 있는 학생이 온다면 나름 즐거운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관심 있는 주제가 뚜렷한 학생이라면 우리 연구실에서 그 주제에 대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의 과정이 좋아 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 길이 정말 멋진 길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처음에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의 연구가 너무나 미미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의 첫 논문은 연구 디자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지금 봐도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렇지만, 거의 10년 차 연구자가 된 지금도 처음 연구했던 그 주제와 비슷한 내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의 첫 논문은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 논문에서 논의했던 여러 가지 미래 연구에 대한 제언들을 그 이후 연구에서 이루어갔습니다. 연구원의 길에 들어서고 싶거나 이미 들어선 학생들이 있다면, 앞으로의 길이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수련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 여러분도 그 과정이 있는 사람들로서, 각자의 단계에서 의미 있는 임상적 함의가 있는 연구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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