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할머니 여기 계세요!

  • 100호
  • 기사입력 2006.01.14
  • 취재 권해봄 기자
  • 조회수 17915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서운 겨울바람은 우리의 옷깃 속으로 스며든다. 이런 추운 겨울 날, 정문을 나와 걸어가다 보면 따끈한 어묵 국물과 토스트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번 킹고 복덕방에서는 우리학교 인문사회캠퍼스 앞에서 14년째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토스트를 팔고 계시는 토스트 할머니를 찾아가 보았다.

토스트 할머니는 1992년 10월 30일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서 토스트를 팔고 계신다. 할머니의 토스트 포장마차는 꾸준히 나가시던 '청심기도원'에서 할머니의 생계를 위해 마련해 준것이다. 과거 할머니의 토스트 포장마차 앞에는 성남 약국이 있었는데 그 약국을 청심기도원에서 운영해 할머니가 우리학교 앞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14년이란 세월동안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킨 할머니는 지금 우리 학교가 과거에 비해 매우 많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는 학생들의 옷차림이나 꾸밈새뿐 아니라 전체적인 학교의 분위기도 예전과 무척 다르다고 하신다. 하긴 10년동안 쭉 성대생의 변천사를 지켜보셨으니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예전에 없던 셔틀버스가 생겨서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고 체육대회 같은 단합대회를 많이 볼 수 없단다. 예전에는 이런 단체모임이 많아 토스트도 훨씬 많이 팔렸다고.

할머니는 항상 자신의 포장마차에 와서 토스트를 사먹던 학생들이 시험에 합격했다며 자신을 찾아올 때, 또 졸업한 학생들이 알아볼 때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하셨다. 가끔씩 취객이 어묵 통을 엎어버리기도 하고 노숙자들이 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때도 있어 포장마차에서 일 하기가 무척 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손자 같은 학생들이 종종 찾아와서 할머니와 얘기도 나누고 일도 도와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할머니의 토스트 포장마차는 할머니가 미사를 드리러 가는 일요일 말고는 언제나 문을 연다. 토스트를 파는 시간은 영업장이 포장마차인 탓에 주변 가게에 폐가 될 것을 우려해 항상 다른 가게가 문을 닫을 때인 깊은 밤부터 새벽까지 한다.

토스트와 함께 주메뉴로 있는 오뎅은 깊은 어묵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멸치육수에 갖은 야채를 우려내는데, 그것을 만드는 데만 세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할머니의 토스트는 다른 토스트 가게와 달리 토스트 속이 평양 빈대떡을 부쳐내는 식으로 만들어지는데, 계란 두개가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도 풍부하고 토스트 하나만 먹으도 배가 찰 정도로 양도 무척 푸짐하다.

할머니는 배고프고 추운데 돈이 없는 학생들은 걱정 없이 와서 토스트를 마음껏 먹으라고 말했다. 자신은 남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받은 만큼 남들에게 베풀고 싶다며 어려운 학생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는 77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어려운 사정 때문에 계속해서 일을 하고 계신다. 무거운 포장마차를 끌고 밤부터 아침까지 일을 하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않는 할머니. 14년 동안 토스트와 어묵만 만든 할머니에게서 장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새벽을 맞는 그대라면, 학우들과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새벽을 맞는 그대라면 언제나 따끈한 어묵과 푸짐한 할머니 토스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취재 ㅣ 성균웹진 권해봄 기자 (salorbo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