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즉석떡볶이에 질렸다면<br> 떡볶이 맛집 2탄

평범한 즉석떡볶이에 질렸다면
떡볶이 맛집 2탄

  • 325호
  • 기사입력 2015.06.13
  • 취재 정예원 기자
  • 편집 김예람 기자
  • 조회수 8266

  각종 재료와 양념을 넣고 바로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의 맛과 비주얼은 가게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평범함에 질렸다면 7080을 연상하게 하는 복고풍으로 변신한 떡볶이는 어떨까. 학창시절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먹는 듯한 반장떡볶이 대학로점을 소개한다.

가는 길: 반장떡볶이 대학로점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4가 29-1 지하 1층에 있다. 캠퍼스에서 내려와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서울대병원 방향으로 계속 걸어간다. 가게는 엔젤리너스 커피 대학로점의 왼쪽에 있으며 학교 대문을 닮은 외관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지하 1층에 있으며 화장실은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자유롭게 글씨를 쓸 수 있는 칠판이 자리한 벽 뒤쪽에 있다. 잠금장치가 있으므로 비밀번호를 숙지하고 들어가야 한다.

영업시간: 연중무휴로 오전 11시 반에서 오후 11시 반까지 영업한다.

Tip: 대학로점은 예술 관련 종사자, 당일 티켓 소지자, 서울대병원 임직원에게 음식 가격을 10% 할인한다. 단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한 제휴공연은 없으며 예술 관련 종사자에 대한 증명도 공연사진, 분장하고 찍은 사진 등 그리 빽빽하지 않다고 한다.

  입구는 옛 초등학교의 교탁 앞처럼 태극기, 교훈과 급훈이 붙어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은 연극인의 무대 대학로답게 각종 공연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다. 단체 체육복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에너지 넘치는 인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학생 때 스타킹이 찢어져서 싫어했던 나무 책걸상이 10쌍 정도 놓여 있어 가게가 아니라 교실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전반적으로 복고 컨셉을 충실히 살렸는데 한쪽 벽면을 장식한 대형 칠판에 적힌 손글씨나 교과서를 닮은 책자에 인쇄된 메뉴판, 각종 장난감과 계산대에서 판매하고 있는 불량식품들은 별걱정 없이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배경음악도 토•토•가에서 나올 법한 댄스음악으로 가게의 발랄한 분위기와 어울린다.

주문이 끝나면 손님끼리 가위바위보를 시켜 반장과 주번을 뽑는데 반장은 떡볶이를 끓일 때 불 조절을 맡고 주번은 셀프서비스인 물과 단무지를 가져오는 역할이다. 이처럼 사소한 결정을 놀이로 연결해 손님에게 즐거움을 준 점이 흥미로웠다. 주메뉴인 떡볶이 이름은 ‘반장’, ‘부반장’, ‘선도’, ‘전학생’으로 반의 구성원 명칭에서 빌려왔으며 모든 메뉴는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반장떡볶이’가 고추장 소스 떡볶이로 가장 친근한 메뉴이며 그 외 짜장소스(부반장), 해물(선도), 미트소스(전학생)을 첨가한 퓨전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음료는 콜라, 사이다 외 크림생맥주 등 술도 판매하고 있으므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장소로도 좋겠다.

  대표메뉴인 반장떡볶이 2인세트(13500)와 양호선생님 오뎅탕(2800), 볶음밥(2500)을 먹어보았다. 추가 사리의 경우 면사리는 주문할 때만 가능하다. 2인 세트에는 만두 2개와 계란 1개, 양배추 등 채소가 들어 있고 라면과 쫄면 사리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보통 맵기는 정말 맵지 않아서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 내용물이 잘 섞이도록 저어주고 떡볶이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가스레인지 불을 줄여서 졸여 먹는다. 밀떡인 떡은 쫄깃했으며 양배추가 아삭해 식감을 돋웠다. 면사리는 빨리 불기 때문에 서둘러 먹는 게 좋고 당면을 넣은 만두는 기름 때문인지 다소 기름진 맛이 났다.

떡 개수가 적은 감이 있고 너무 졸이면 짜질 수 있으니 반장이 불 조절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선도부의 매운맛을 따듯한 마음으로 달래준다는 양호선생님 오뎅탕은 여러 종류의 오뎅이 끼워진 꼬치와 유부, 김가루가 들어있다. 오뎅은 부드러웠지만 국물은 떡볶이와 같이 먹기에 짠 편이다. 식사로는 볶음밥을 먹었는데 양은 도시락에 김치제육 등을 담아 흔들어 먹는 도시락시리즈도 인기가 많다. 직원이 냄비에 남아있는 떡볶이는 다른 접시에 옮겨 계란, 채소 등이 들어간 볶음밥을 볶아준다. 볶음밥은 막 퍼먹기도 조심스러운 하트 모양으로 고소한 맛이 강했다. 간이 싱겁게 느껴진다면 떡볶이 국물과 같이 먹어도 좋다.

  반장떡볶이 대학로점은 연극배우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배우들에게 공연에 대한 정보와 경제적 여유를 주기 위한 취지로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그들이 선사하는 활기찬 에너지는 들어오는 손님들을 웃게 하고 연극 전후 간단하게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기도 적합한 곳이다. 맛과 재미 둘 다 잡을 수 있는 복고 컨셉의 반장떡볶이, 한 번쯤 가볼 것을 추천한다.

  참조 : 박인아, ”[배우의 가게 ②] 김강수·김경모·이종혁의 대학로 반장떡볶이”, , 2015.02.13
  (http://www.playdb.co.kr/magazine/magazine_temp_view.asp?kindno=4&no=1252,201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