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키다리 아저씨를<br> 그리다, 의리가게

학생들의 키다리 아저씨를
그리다, 의리가게

  • 350호
  • 기사입력 2016.06.29
  • 취재 김소희 기자
  • 편집 강지하 기자
  • 조회수 7302

우리 학교에 매달 발전기금을 기부하는 SKKUFamily. 이번에는 학교 정문 근처에 있는 나누미 떡볶이, 한국관, 또오리를 방문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일까. 발전기금 기부로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었다는 세 의리가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누미 떡볶이에서는 요즘엔 보기 힘든 초록색 그릇에 떡볶이와 순대가 담겨 나온다. 초록색 그릇 하나에서 친근감을 느끼고,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맛에서 어릴 적 먹었던 떡볶이의 추억이 떠오른다. 26년간 골목을 지켜온 나누미 떡볶이. 메뉴는 떡볶이, 순대, 김밥, 어묵 4가지 뿐이지만 가장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 나누미를 찾는 손님들에게 보답하고 있다. 큰 이윤을 남기기보단 더불어 먹는 장사를 지향하는 나누미는 SKKUFamily의 일원이 되면서 더 큰 나눔을 실천했다. “기부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어요. 보통 기부는 목돈이니까 선뜻 하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학생들 덕분에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것이기도 하고, 저도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학교에 다녔거든요. 그런 기억 때문에 기부를 하게 된 거죠. 학생들에게 되돌려 주자는 의미에서요.”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만큼 나누미는 학생들의 역사를 함께했다. CC의 데이트장소로, 졸업후 다시 걸어오는 그리운 자리로, 아이와 함께 찾아와 대학시절을 떠올리는 곳으로. 창경궁과 마로니에 공원처럼 나누미는 많은 성균인에게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특히 개업 초창기에는 시국이 어려워 데모가 많았다. 나누미가 있던 골목에서부터 마로니에까지는 성균관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이 모이는 데모 현장이었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골목에 최루탄 가루가 하얗게 쌓였어요. 그럼 그날 장사는 접는 거죠. 한번은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들을 피해 다니다가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어요.” 떡볶이는 출출할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쉽게 먹는다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하대하듯 평가하는 몇몇 때문에 나누미 사람들은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끝으로 당부 한마디 드리면, 셔틀버스기사님들이 운전을 천천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골목 자체가 넓지 않은데 각종 배달 오토바이, 트럭, 보행자가 섞여 다니니까 위험한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아직까지도 나누미 떡볶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오랜 기간 우리 학교에 기부를 계속 해온 의리가게인만큼, 보다 많은 성균인이 나누미 떡볶이를 알게 되었으면 한다.

“우리야 성대 주변에서 장사를 하니까 기부를 마음먹은 것이지요. 게다가 우리 세대에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빈번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경제사정은 양극화되어 어려운 학생들도 많을 것에요. SKKUFamily가 된 것도 그런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탬이 될 거란 생각에서 한 것입니다.” 2007년 개업한 또오리는 개업 후 6개월 만에 SKKUFamily의 일원이 되었다.

또오리는 학교 정문 주변의 가게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복층이며 각각 10인, 20인, 40인 수용 가능한 룸 형식으로 되어있어 가족모임이나 단체 회식하기에 좋다. 소, 돼지가 아닌 오리를 주 요리로 하다보니 타 업소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하다. 그렇지만 학부생이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가게는 아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이번에 총학생회와 MOU를 맺어 성균관 대학교 학생증을 제시하면 5%할인 해주고 있다.

단체 회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자부심을 가진 또오리. 그만큼 단체 손님들과 관련된 일화도 많다. 한번은 한 동아리에서 개인 이름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나중에 예약확인을 하던 동아리 사람이 동아리 이름으로 다시 한번 더 예약을 한 적이 있다. 단체손님 두팀을 받을 줄 알고 바쁘게 준비했지만 자리에 온건 같은 팀이라 허탈했던 적이 있다. 신환회에서 자기 주량을 모르고 마시던 남학생이 화장실에서 인사불성이 돼 다음날 아침까지 가게에서 돌보다 집에 보낸 적도 있다.


“이 주변 영업집은 성균관대와 더불어, 성균관대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일반 주민들도 성균관대 구성원과 섞여서 지낸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 주변 골목은 담배꽁초나 테이크 아웃 커피잔으로 더러운데요. 이건 지역 주민이 했다기 보단 학생들이 버린 거라 보거든요, 이 거리를 다니는 건 거의 학생들이니까요. 더러운 거리는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요. 물론 학생들도 쓰레기를 버릴곳이 마땅치 않겠지만 좀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합니다. 거리와 함께 성균관대학교도 깨끗해지는 것이니까요.”


한국관 음식들은 정갈하고 토속적이다. 고향 순창에서 직접 고추장과 양념거리를 공수해와 정성들여 음식을 만든다. 학생들은 한국관은 비싼 식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부 메뉴가 부담되는 가격이었지만, 식사메뉴들은 다른 가게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다. “우리만큼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게 나오는 곳 없습니다.” 사장님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성균관대가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고, 서울 소재 대학 중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학생들과 교수님들 덕분이죠.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 곧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한국관 사장님은 유학대학원 지도자 과정과 행정대학원 고위과정을 수료한 우리 동문으로 21년 째 학교 앞에서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가끔 양현관 고시생들이 고시에 합격하고 한국관에서 교수님, 선배님들과 축하 회식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성대 동문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저 중에 내 자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죠. 저는 항상 우리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 기억해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동문으로서는 자랑스럽기 그지없고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은 성균관대학교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입장은 약간 달랐다. “아무래도 셔틀이 마음에 걸리죠.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바로 대학로쪽으로 데려가고, 외부에 있던 학생들을 바로 교내로 데려다주니까. 학교 주변 상권은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의리가게로서 기부를 이어나가는 한국관. 앞으로 더 많은 성균인들이 의리가게들을 이용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