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서울을 걷다, 한양 도성길

600년 서울을 걷다, 한양 도성길

  • 363호
  • 기사입력 2017.01.13
  • 취재 김미라 기자
  • 편집 정재원 기자
  • 조회수 8533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을 계획하는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해외로 여행을 계획하는 학우들도 많겠지만, 시간, 가격의 부담으로 여의치 않은 학우들도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무료로 600년 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종로구에 있는 우리 학교 주변 10~20분 거리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양도성길이다.

우리 선조들은 순성 놀이를 즐겼다. 과거를 보러 온 선비들이 한양 도성 주변을 거닐 면서 급제를 비는 놀이었는데, 한양 도성의 외곽을 한바퀴 도는 놀이이다. 옛 한양의 도성들은 자연 친화적인 설계 등으로 지금까지 그 모습이 남아있어서 우리 역시 이러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종로구는 이러한 성곽들을 이어 ‘한양도성길’을 만들었다.

한양 도성길은 총 4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창의문과 혜화문을 잇는 북악산 구간, 혜화문과 광희문을 잇는 낙산 구간, 광희문과 숭례문을 잇는 남산 구간, 숭례문과 창의문을 잇는 인왕산 구간이 있다. 이번 킹고 복덕방에서는 4구간 중 우리 학교와 가장 가깝고 소요시간도 비교적 짧은 낙산 구간을 다녀왔다.

낙산구간의 코스는 다음과 같다.

낙산 구간의 시작, 혜화문

혜화 로터리에서 주택가를 지나면 낙산 구간의 시작인 혜화문을 만날 수 있다. 혜화문은 그 이름과는 다르게 혜화역보다는 한성대입구역과 더 가까우니 주의하자. 조선시대는 사대문과 그를 보조하는 사소문이 있었는데, 혜화문은 사소문 중 하나이지만 그 기능은 사대문 못지 않았다. 혜화문은 옛 여진 사신이 한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었으며, 북쪽의 숙정문이 닫혀 있을 때 북대문의 역할을 했다. 이 혜화문에는 시련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문루와 본체 모두 손상을 입었다. 정부의 복원 사업으로 다른 장소에 새로 복원되어 있는 혜화문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혜화문이다. 그래서인지 혜화문은 어색한 장소에 있는 느낌이 강했다. 사소문이라 다른 성곽보다 아담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낙타의 등을 닮은, 낙산공원

혜화문에서 계속해서 낙산 코스를 걷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 낙산 공원으로 가야한다. 산이라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낙산은 123m로 낮은 편에 속하는 산이기 때문이다.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이름 지어진 낙산 공원은 야경 명소로 이미 많은 학우들에게 알려져 있다. 야경 명소인만큼 낙산공원에는 제1, 2 전망대가 있다. 전망이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낙산 공원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낙산 공원은 한양 도성길의 외곽이 아닌 내부에 있다. 따라서 낙산 코스를 걷는 중간에 성곽 내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야경이 유명한 장소인 만큼 낮 보다는 밤 시간에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낙산 코스의 마무리, 흥인지문

낙산 코스의 마지막인 흥인지문에 도달하려면 낙산 공원을 나와 표지판을 따라가야 한다.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이하우스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흥인지문이 나타난다. 흥인지문은 현재 공사 중에 있어 그 완벽한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만 사대문 중 하나로 기능했던 옛 모습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은 사대문, 사소문 중 유일한 옹성의 형태를 하고 있다. 옹성은 성 주위를 빙 돌로 둘러싼 형태를 말한다. 이는 외적으로부터 방어를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흥인지문 주변에는 우리 학교 기숙사인 이하우스가 있으며 광장시장 등과도 가깝다.

한양도성길 200% 즐기기

낙산 구간은 혜화문~낙산공원~흥인지문에서 마무리 되는 코스이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 여행을 끝내기에는 아쉬운 학우들을 위해 준비했다. 도성길을 더 잘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흥인지문 부근, 동대문 역 10번 출구에서 이하우스로 가는 방향에는 ‘한양 도성 박물관’이 있다. 1시간 30분 동안 성곽들을 둘러봤다면 이제 이 도성들이 과거에는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볼 수 있다. 한양 도성 박물관은 총 3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1,3층은 상설 전시실이고 2층은 현재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다.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한양 도성 모형과 영상을 통해서 각 도성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보여준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 오늘 본 성곽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낙산의 이름은 왜 낙산인지 등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를 통해 혜화문, 낙산공원, 흥인지문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순성 놀이를 할 때 유용한 정보 역시 즐길 수 있다.

2층에서는 현재 ‘푸른 눈에 비친 한양 도성’에 대한 전시가 진행중이다. ‘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세 시대의 산물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도성들은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다. 이러한 외국인들이 도성에 대해 표현한 자료들에 대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늘 내가 본 도성들과 개화기 시대의 도성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 있는 전시이다.

3층에서는 한양 도성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한양 도성은 일제 강점기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광복이 된 이후에도 급격히 늘어난 서울 인구에 그 훼손 정도는 더욱 심하게 된다. 이를 국가가 나서 보존하고 국민이 동참하여 현재의 한양도성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3층의 상설 전시실은 사람들이 도성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의 변화 과정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아픔을 극복한 한양 도성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양 도성길을 걸으며 600년 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았다. 누군가에게는 기숙사로 가는 길, 혹은 통학하면서 지나다니는 이 길들은 600년 전 누군가에게 역시 일상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부담 되지 않는 거리이니 당장 이번 주말에 한양 도성길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내가 평소 익숙했던 장소들이 조금 더 입체적이고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있는 이 공간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