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의 변천사 1편

  • 522호
  • 기사입력 2023.08.28
  • 취재 이윤서 기자
  • 편집 김민경 기자
  • 조회수 2378

패션은 곧 변화다. 사회적 상황과 문화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한편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변화는 언젠가 우리를 다시 찾아온다. 고대, 중세, 근대를 넘어 현대에 오기까지 인간의 의복은 환경에 맞게 달라져 왔다. 가지각색의 패션 트렌드가 넘쳐나는 오늘날, 필자는 현대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패션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정리하고자 한다. 여기서 현대는 1950년대부터 2020년대로 전제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앞으로 다가올 패션의 흐름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거 패션의 흐름을 공부해 보자.



[1950년대]


▶ 파리의 오트쿠튀르

1947년 2월 크리스찬 디올은 그의 첫 컬렉션 ‘뉴룩’을 발표했다. 뉴룩이라는 별명은 미국 『하퍼스 바자』 잡지의 편집장이 “참으로 새로운 룩이다(It’s such a new look)”라고 말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둥글고 비스듬한 어깨선, 가는 허리선, 볼륨감 있는 종아리 길이의 스커트 라인을 강조한 아워글라스 실루엣이 특징이다. 모래시계 실루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뉴룩을 시작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하고 있던 파리가 패션 중심지로서의 귀환을 알렸다.


▲ 디올의 뉴룩


디올을 비롯해 발렌시아가, 발망, 지방시와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1년에 두 번 새로운 스타일의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이들의 작품 세계가 반영된 오트쿠튀르(Haute Couture)가 패션계의 흐름을 주도했다. 오트쿠튀르란 파리 쿠튀르 조합 가맹점에서 봉제하는 맞춤 고급 의류를 뜻한다. 디올은 뉴룩의 유행에 이어 6개월마다 H, A, Y, 튤립 등 다양한 라인의 디자인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라인의 시대를 열었다.


▲ 발렌시아가의 오트쿠튀르


▲ 발망의 오트쿠튀르


▲ 디올이 발표한 라인



 아메리칸 캐주얼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웠던 미국은 자연스레 패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리가 추구하는 패션과는 달랐다. 미국은 활동하기 편한 의류를 위주로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종 산업이 번성함에 따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가능한 패션을 지향했는데,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캐주얼이다.



청바지가 아메리칸 캐주얼의 대표 아이템이며 이를 계기로 여성들의 바지 착용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긴 바지와 반바지의 중간 길이에 해당하는 ‘페달 푸셔(pedal pushers)’와 ‘하우스보이 팬츠(houseboy pants)’가 인기였다. 페달 푸셔는 자전거를 탈 때 입는 복장에서 유래한 스타일로 통이 좁고 무릎 조금 아래까지 내려오는 바지다. 하우스보이 팬츠는 카프리 팬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페달 푸셔보다 약간 더 긴 길이의 바지로 오드리 헵번이 영화<사브리나>에서 착용하여 유명해졌다.


▲  페달 푸셔와 하우스보이 팬츠


젊은 세대가 문화의 주도권을 쥐면서 로큰롤 룩라이더스 룩도 탄생했다. 로큰롤 룩은 미국의 영 패션으로 포니 테일 헤어, 알로하 프린트의 셔츠, 플레어스커트, 그리고 다리에 꼭 맞는 록 팬츠가 키 아이템이다. 1950년대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로큰롤 뮤직에서 비롯된 젊은 세대의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라이더스 룩은 기성 체제에 대한 반항과 동시에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라이더의 태도를 담은 스타일이다. 가죽 자켓에 가죽 바지 또는 청바지를 코디하는 것이 특징이다.


▲ 로큰롤 룩

▲ 라이더스 룩




[1960년대]


▶ 미니스커트의 탄생

1950년대 말부터 조금씩 짧아지던 스커트의 길이는 1960년대 중반이 되었을 때 허벅지 중간까지 올 정도로 짧아졌다. 이러한 미니스커트의 유행을 확산시킨 사람은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와 프랑스의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였다. 플리츠 스커트, 점퍼 스커트, 튜닉 드레스와 같이 여러 스타일의 미니스커트가 인기를 끌었다.




▶ 모즈 룩

모즈 룩에서 모즈(mods)는 모던즈(moderns)를 줄인 형태로,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하위문화 집단이다. 이들은 돈을 자신의 외모에 투자하고 일상생활을 즐기는 데 사용했다. 당시 낙관주의와 쾌락주의가 퍼진 런던의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이라는 표현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윙잉 런던의 중심지는 ‘카나비 거리(Carnaby street)’였는데 이곳이 바로 모즈 룩의 원산지라고 말할 수 있다. 밴드 비틀즈가 유행을 선도한 룩으로 슬림한 자켓, 첼시 부츠, 날렵한 실루엣의 옷이 대표적이다.



▶ 히피 스타일

베트남 전쟁의 반대 운동을 계기로 자유, 평화, 사랑 그리고 자연의 가치를 추구하며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는 반문화 집단 ‘히피(hippie)’가 탄생했다. 꽃무늬 자수가 놓인 옷을 입고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던 히피들은 꽃의 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들이 즐겨 입는 옷이 곧 ‘히피 스타일’이 되었으며 이는 당시 매스패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벨보텀 청바지, 페전트 블라우스, 헤어밴드, 반다나 그리고 풀 스커트가 히피 스타일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