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 A부터 Z까지

과잠, A부터 Z까지

  • 368호
  • 기사입력 2017.03.28
  • 취재 이종윤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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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까워짐을 연일 느낀다.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낮의 햇볕은 따사롭다. 변덕스런 날씨에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학우들이 많다. 지금 같은 간절기에 딱 어울리는 아우터가 있으니 바로 과 잠바다. 누구와 옷을 맞추느냐에 따라 과잠 (학과 잠바), 엘잠 (LC 잠바), 동잠 (동아리 잠바) 등 명칭은 다르지만 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 벌 공동으로 구매하는 원리는 같다. 단체 구매이다 보니 주문 과정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과잠 주문을 앞둔 이들에게 과잠 제작부터 배송까지의 팁을 모아 이글을 바친다.

공동구매의 대원칙이 있다. ‘가능한 빨리 시킬 것.’ 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4월, 9월과 10월은 업체들의 성수기다. 모든 대학의 모든 단체가 옷을 맞춘다. 늦게 주문하면 그만큼 늦게 받는다. 제작기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답답함은 덤이요, 자칫하면 과잠 입는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작년 필자의 LC도 여러 번 독촉전화 끝에 옷을 받았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따뜻해져 엘잠을 바로 장롱 속에 넣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아직도 주문 하지 않았다면 한시라도 빨리 하기를 바란다.

과잠 주문은 업체 선정에서 시작한다. 과잠 제작 업체가 많아 선택지가 넓지만 다 비슷해 보인다. 업체를 고를 때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보자. 포털사이트의 댓글보다 더 생생하고 믿음직한 후기를 들을 수 있다. 위 학년의 LC 피어리더나 FG에게 물어보면 업체를 쉽게 추릴 수 있다. 옷의 품질은 어땠는지, 업체와 소통은 원활했는지, 배송에 차질은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과잠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을 결정할 차례다. 대학생활을 함께 보낼 동지와 같은 옷이므로 신중히 생각하도록 한다. 의견 취합과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글 오피스의 설문지를 이용하면 쉽게 투표를 붙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과잠 디자인은 문의와 시안 검토의 반복이다. 포토샵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직접 구현할 필요가 없다. 업체의 주문서 양식에 맞게 요구사항을 적기만 하면 된다. 업체가 주문서를 토대로 한 시안을 제시하면 검토 후 수정사항을 다시 문의한다. 이 과정을 수차례 걸치면 원하는 디자인의 과잠 시안이 완성된다.

디자인할 때 색상, 원단, 자수 이 세 가지를 눈여겨보자. 색상은 과잠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 몸통과 팔 부분의 색상이 특히 중요하다. 검정색-검정색, 검정색-흰색, 남색-흰색의 무난한 조합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무난한 색상의 과잠일수록 이너웨어와 코디하기 수월하다. 다만 검은색-검은색의 과잠은 조금 더울 수 있고 팔 부분이 흰색인 과잠은 때 타기 쉬우니 주의하자. 몸통과 팔 부분을 결정한 후 그에 맞는 시보리 색상을 고르면 된다. 시보리는 양 소매와 허릿단 끝의 밴딩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업체마다 예시 디자인을 홈페이지에 전시하니 참고하면 색상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원단은 옷의 품질을 결정한다.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선택에 한계가 있으니 각 원단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읽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멜톤 원단은 저렴하지만 그만큼 거칠고 투박하다. 일반적으로 하이미어 원단이 과잠 제작에 가장 흔히 쓰인다. 멜톤에 비해 질이 좋은 만큼 값이 올라간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원단들도 있다. 흔히 ‘골덴’이라 불리는 코듀로이 원단과 데님 원단으로 과잠 제작이 가능하다. 체크, 헤링본 같은 무늬 원단들도 준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자수는 과잠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학교 이니셜, 단체의 이름, 나만의 문구가 자수로 새겨지면서 과잠은 특별함을 얻는다. 자수는 가슴, 어깨, 등, 손목, 네 군데 인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목에 평범한 이니셜 대신 색다른 별명을 새기면 재미와 창피함이 배가 된다. 어깨 부분에 LC 로고와 같은 단체의 상징을 새겨 더욱 의미 있는 과잠을 제작할 수 있다.

디자인에 맞춰 다양한 자수 방법이 있다. 컴퓨터 직자수는 원단에 직접 자수를 새기는 방식이다. 선명하게 새겨져 손목 이니셜에 주로 사용한다. 패치 자수는 따로 패치를 제작하여 옷에 부착하는 방식의 자수다. 교포를 깔끔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이 쓴다. 아플리케 자수는 다른 재질의 원단으로 글자를 만든 후 그 테두리를 직자수로 마감하여 옷에 부착한다. 학교 이니셜과 학번을 나타낼 때 많이 이용한다. 원하는 디자인과 부합하는 자수 방법을 생각해 놓아야한다. 자수 실 색상과 자수의 크기도 디자인 단계에서 상의하자.

디자인이 확정되면 최종 주문과 입금, 배송만이 남는다. 최종 주문 전 사이즈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옷이 아무리 예뻐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요즘은 업체마다 사이즈가 다르고 일반형, 슬림형으로 핏이 나뉜 곳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옷이 한꺼번에 배송되므로 택배 수령지는 동아리방, 과방, 혹은 학교와 최대한 가까운 기숙사나 자취방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학교와 가까워야 과잠들을 옮기거나 나누기가 수월하다. 입금 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과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 과잠 제작의 큰 흐름을 훑었다. 과잠은 어엿한 대학문화로, 캠퍼스 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번 킹고스타일이 많은 학우의 과잠 제작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