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손님, <br> 미세먼지

달갑지 않은 손님,
미세먼지

  • 372호
  • 기사입력 2017.05.25
  • 취재 이종윤 기자
  • 편집 최재영 기자
  • 조회수 5656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뿌연 하늘을 보고 있자면 신동엽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는 온 하늘을 뒤덮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도 어려워졌다. 미세먼지는 일상이 되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세먼지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사시사철 불청객 미세먼지에 대해 알아보자.

미세먼지는 대기 중 부유물이다. 지름이 10㎛보다 작은 입자(PM10)를 칭한다. 머리카락 지름의 약 1/5에서 1/7 크기다. 지름이 2.5㎛(PM2.5)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황사가 토양성분을 포함한 흙먼지라면 미세먼지는 중금속, 유해화학물질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입자가 미세한 만큼 몸에 흡수되기 쉽다. 일부는 기관지를 지나 폐포까지 침투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염,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과 부정맥, 협심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다양하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연소공정과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가 주범으로 꼽힌다. 가스 상태의 물질이 대기 중의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2차적 발생’으로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중국 발 미세먼지의 유입은 대기 질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된다. 그에 대한 한·중 공동연구가 이달 초 시작되었다. 중국의 참여로 미세먼지 발생원인 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 확인은 필수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Air Korea’ 홈페이지(http://www.airkorea.or.kr)와 스마트폰 앱 ‘우리 동네 대기 질’은 실시간 대기정보와 대기 질 경보를 제공한다. 가장 가까운 측정소를 선택하여 세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도 미세먼지 예보를 발령한다. 구 단위까지 대기 질 확인이 가능하다.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의 네 단계로 대기 질을 분류한다. 나쁨 단계부터 장시간 실외활동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 미세먼지의 큰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어스윈드맵(https://earth.nullschool.net/)은 대기 순환의 모습을 지구 모형 위에서 재현한다. 미세먼지 및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의 농도와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기관은 호흡기다. 미세먼지 대부분이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므로 마스크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한용 마스크를 비롯한 일반 마스크들은 작은 입자인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한다. 착용해봤자 호흡만 불편하다는 소리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반드시 일회용으로 쓰고 재사용하지 않아야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다. KF(Korea Filter, 보건용 마스크 등급)마크와 ‘의약 외품’ 표시가 있어야만 보건용 마스크라고 할 수 있다.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KF80, KF94, KF99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미세한 먼지까지 차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만큼 착용감도 불편해지니 자신에게 알맞은 마스크는 무엇일지 고려해보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화장품 전자민원창구(https://ezdrug.mfds.go.kr/)는 시판되는 보건용 마스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정보마당→의약품 등 정보→제품 정보→분류번호에 ‘32200’ 입력, 보건용 마스크 선택 시 구체적인 제품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호흡기만큼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부위가 눈이다.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각막염 등의 눈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 발생 시 콘택트렌즈보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렌즈로 인해 눈이 더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눈물이 마르면 미세먼지가 씻겨나가지 못하고 눈에 흡착되기 쉽다.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착용을 피하고 렌즈를 철저히 씻어야 한다. 외출 후 눈이 가렵거나 따갑다면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이나 세안 액으로 눈을 씻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으로 미세먼지 극복을 꾀할 수 있다. 삼겹살은 황사 및 미세먼지가 심한 날 섭취해야 하는 음식 일순위로 여겨진다. 그러나 삼겹살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낭설이다. 삼겹살보다는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가 효과적이다. 해조류는 장운동을 촉진하고 중금속을 흡착하여 배출시킨다. 물의 역할도 크다. 물은 기관지의 건조함을 막고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충분한 물 섭취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피부에 자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뷰티업계는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제품이 연달아 출시되어 큰 인기다. 클렌징 제품에서 로션, 썬크림을 비롯한 기초화장품까지 그 영역도 넓다.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방어한다는 광고 문구는 달콤하나 화장품의 효능은 미지수다. 공식적인 인증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에만 기준을 두고 기능성화장품을 분류한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에 대한 공식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약효를 강조하는 화장품은 해당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화장품의 뛰어난 효능을 기대하기보다 세안과 보습같은 기본관리에 충실한 것이 피부 보호에 더 효과적이다.

 출처-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