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의 1년!

  • 200호
  • 기사입력 2010.03.18
  • 취재 황단비 기자
  • 조회수 4554

무제 문서


처음 써보는 취재후기다. 떨린다. 2010년 내 취재후기는 12달 동안 그 달에 내가 느꼈던 것을 쓸 것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서문을 쓰고 있는 지금은 3월이다. 그럼 3월부터 간다!


새내기. 3월의 학교를 대표하는 단어다. 난 입학한지가 어제 같은데 이미 4번의 시험과 수도 없는 퀴즈와 과제에, 급기야 2번의 기나긴 방학까지 지냈다. 이미 헌내기가 된 것이다.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1년에 새삼 놀라고 있을 때, 책에서 시간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을 보았다. 100% 공감!

시간 [時間, time]
-모든인간에게 거의 유일하게 평등한 신의 축복.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경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것에 지배당한다.
-자신의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의 시간은 사금파리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가끔은 내 시간을 누군가가 숟가락으로 푹푹 떠가는 느낌이 든다.
-대개의 재화들이 크기에 비례해 가격이 올라가는 반면 시계는 작을수록 비싸다.
-시간이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는 말은 10kg의 솜뭉치와 10kg의 쇠뭉치의 무게가 같다는 말만큼 믿기지 않는다.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불행할 때 사람들은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 그럴 때는 대개 사랑할 때와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다.
-시간은 돈과 비슷해서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라고 표현한다.



4월 커버스토리 주제는 우리 학교에서 주관한 2010 전국 창업경진대회였다. 대장님께 주제를 추천 받고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도 했구나, 하고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규모도 대단했고 처음 주관하는 것인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래서 대장님께 관련 자료도 받고 인터뷰 할 사람 연락처도 받았다.취재원과 약속을 잡은 4월 9일 금요일에 약속장소로 갔다. 그 곳은 바로 수원 자연과학캠퍼스! 자과캠은 가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했지만, 날씨도 좋았고 양 캠퍼스를 오가며 취재한다는 것이 정말 성균웹진 기자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들떠서 갔다. 그런데 (ㅠ.,ㅠ) 평소에 하이힐 따위 신지 않는 내가 그 날만 이상하게 신고 싶어서 12cm나 되는 힐을 신고 간 것부터가 문제였다. 자과캠에 도착하기 전까진 괜찮았는데 (우리 집에서 그곳까진 2시간이 걸렸다) 도착하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일이 다 꼬였다. 일단, 발이 아파왔다. 그래도 얼른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가면 되겠지-. 하며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는데, 1시간정도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래. 거기까진 괜찮았다.
자과캠에 친구가 딱 1명 있는데 이산수학 수업중인 그 아이를, 급기야 밥을 방금 먹었다는 그 아이를 불러다가 같이 먹었다. 혼자 먹긴 창피해서 같이 먹었다. 온갖 욕을 먹으며 밥을 먹는데 밥을 먹는 건지, 욕을 먹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아서 발 아픈 것도 잊고 1시간 금방 보낼 수 있었다. 친구는 공강시간에 같이 있자고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친구는 나에게 ‘날 이용하고 버린 너에게 취재의 저주가 있을 것’ 이라고 했지만, 난 웃으며 유유히 제 2 공학관(?)으로 갔다. 집에서 출발해서 3시간 30분만의 취재였다. 인터뷰를 약속한 그 분은 재밌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였다. (ㅠ.,ㅠ) 준비해 간 질문이 5개 정도됐는데, 아무리 대답을 유도해도 그분은 그 5개 질문을 통합하여 정말 유래 없는 성공적인 대회, 죽여줬다 등 오히려 나에게 웃음을 유도하셨다. 그렇게 1시간 정도..(나도 뭘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휘둘렸다.) 인터뷰를 했는데 아무것도 건진게 없고 더 이상 그 분의 시간을 빼앗기도 죄송해서 구체적인 자료를 보내주마 하는 약속만 받고 나왔다.
친구의 저주가 제대로 먹혔다. 발은 미친 듯이 아팠다. 인터뷰에서 건진 것은 물음표뿐이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다시 들어온 문으로 나가려는데 길치 오브 길치인 나는 급기야 그 곳에서 길을 잃었다. 그래서 또 자과캠을 한 바퀴 돌고 (가끔 발이 아파서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앉아있고, 자과캠 학생인 척 벤치에 앉으면서)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합정역에서 36개짜리 호두과자를 사서 먹으면서 집으로 가는 40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들떴나? 머릿속에 든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기자? 내가 기자인가? 하는 생각부터, 10일이 마감인데 어떡하지? 한 번에 많은 일이 잡혀 있으면 그냥 다 놔버리는..이상한 성격을 가진 나는 그때 내 성격까지 다시 생각 하게 됐다. 그러다가 집에 도착했다. 호두과자 36개는 이미 없어졌고 (1분에 1개씩 먹은 것 같다) 취재에 대해 잠깐 결론을 내리는 듯 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고 또 생각을 못 끝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지뢰마냥 발생하는 나의 사건들과 합쳐져서 점점 확대되어 내 인생까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나는 아직도 물음표다. 4월 취재후기, too길다 to 읽기에.

우리 스카에는 조재헌(15기,신문방송학과, 2009311948, 01022205073)이라는 친구가 있다. 5월 취재후기는 재헌이를 소개할 것이다. 5월이니까 재헌이에 관한 5가지를 소개할 것이다.

 1. 재헌이는 론 위즐리를 닮았다. 그런데 닮았다기 보다는.. 흡사하다. 학교에서 재헌이를 마주칠 때면 여기가 호그와트인지 성균관대학교인지 가끔 헷갈린다. 재헌이는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다. 아직 쓸만한거 보면 죽지도 않았다. 가끔 훈남소리도 듣고 여자친구도 생기곤한다.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제로 론 위즐리를 연기한 루퍼트 그린트는 탄탄한 몸을 만들면서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있는 반면 론 위즐리를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보면 빗자루를 타고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재헌이는 아주 말랐다. 그리고 점점 더 말라간다. 마치..호리병같달까. 어느정도로 말랐냐면 이렇게 말랐다. 이 사진은 내 친구 사진인데, 딱 이 정도로 마른 것 같다.
2. 재헌이는 자상하다. 어.....엄..마 같다. 날 잘 다독여준다. 물론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을 경우에만 잘 다독여준다. 그렇지 않을 경우(내가 전체 문자에 답장을 안하거나 불성실할 때)에는 나를 혼내기 위해 항상 벼르고 있다. 말없이. 그것도 우리 엄마같다. 재헌이에게 엄마라고 저장할거야 라고 했더니 조맘마라고 해줘 하고 답장이 왔다. 그래서 나는 재헌이를 조맘마라고 저장했다. 사실 아직 귀찮아서 저장은 하지 않았지만 곧 할 것이다. 재헌이는 그것을 약간 기대하는 눈치다.
3. 재헌이의 이상형은 손이 예쁘고 여성스러운 아이다. 사실 이 조건이 말이 쉽지 꽤나 까다롭다. 하도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달라고 하길래 이상형을 물었더니 손이 예쁘고 여성스러우면 자기는 넘어간다고 했다. 생각을 해봤다. 생각을 곰곰히 해봤는데, 이건 결국 그냥 예쁜여자였다. 자기는 외모지상주의인 다른 남자들과 다른 척 했지만 사실은 외모에 손 모양과 여성스러운 취향까지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중에 여성스럽고 돈이 조금 많은 여자애가 있다고 했더니(걘 손은 별로 안예쁘다) 바로 웃으며 내일 혜화 6시 어떠냐고했다. 재헌이는 속물이다.
4. 재헌이는 컴퓨터를 잘한다. 선린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이다. 주로 하는 일은 성균웹진 메인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요기)에 들어가보면 나오는 첫 화면이 메인이다. 기자들의 마감이 13일과 28일인데, 그 때마다 새로운 기사들로 메인을 업데이트 시키는 것이다. 제때 업데이트 하려면 기자들이 마감을 지켜야 하는데 잘 못지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헌이는 기자들의 마감을 재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앞에서 기자들이라고 했지만 나 하나다. 그래서 이제는 마감을 꼭 지키겠다고 재헌이와 약속했다. 미리미리 해놓으라는 재헌이의 말씀을 새겨들어야지.
5. 마지막 다섯번째. 사실 재헌인 치프다. 재헌이는 자기가 치프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치프다. 나는 평소에 지은 죄가 많아 재헌이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지만 뼛속까지 치프인 재헌이는 가끔은 나를 혼내기도 하고 가끔은 나를 햇님같이 인자롭게 다루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도 흘린다. 또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고민할 때(치킨을 3마리 시킬까, 4마리 시킬까) 근엄한 목소리로 결정해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리는 두말없이 재헌이의 의견을 따른다. 이렇게 평소에 말은 안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치프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재후기를 다 쓴 지금은 5월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는 새벽 12시 09분인데, 아직 거리에서 방황하는 재헌아 집에 들어가렴.


취재 ㅣ 성균웹진 황단비 기자 (gelala9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