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값은 고공행진, <br>닭값은 하락중?

달걀값은 고공행진,
닭값은 하락중?

  • 364호
  • 기사입력 2017.01.25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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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에 닭들은 최악의 공포스러운 연초를 보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3,300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살처분 처리되었다고 방역당국이 밝혔다. 역대 최악의 살처분 여파로 달걀 소비자 가격은 기존 대비 3배가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대형마트에서는 달걀 30개 들어있는 30구 판란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주서 AI가 발생하기 이전인 10월에 생닭이 1kg당 2,590원에서 올해 1월에는 1,590원으로 38.6%나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정상인데 생닭은 AI파동을 거치며 오히려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질서가 무너졌다기 보다는 그 속을 더 파헤치면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기본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달걀값과 닭값에 이런 괴리가 생긴 이유로는 크게 대체재의 유무와 거래 당사자의 심리 요인을 들 수 있다. 대체재란 특정 재화와 특성이 비슷하여 서로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재화를 뜻한다. 연필이 없으면 샤프를 쓰고, 샤프가 없으면 연필을 쓰는 것처럼 '무엇을 쓴다'는 행위를 하는데 연필과 샤프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다면 그 둘은 대체재이다. 콜라와 사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선풍기와 에어컨이 대체재의 한 예이다. 이런 점에서 닭은 수많은 대체재가 있다. '고기를 먹는다'는 행위를 하는데 소비자는 닭만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 소, 오리 등 많은 육류가 닭고기를 대체할 수 있고 부족하다면 외국에서 냉동고기를 수입하면 된다.

그러나 달걀은 조금 다르다. 우선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닭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품은 많지만, 달걀과 비슷한 맛을 내는 다른 식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타조알이나 메추리알이 달걀과 근접하지만, 맛도 다르고 타조알은 시중에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즉, 소비자들은 달걀을 대체할게 없어서 달걀만 찾게 된다. 특히 제빵업계에서 달걀은 빵을 만들기 위한 필수 재료이다. 달걀 없이는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재가 있고 없고는 가격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체재가 많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수요량의 변동률을 가격 변동률로 나눈 것으로 가격 변화에 비해 수요량 변화가 1보다 크면 탄력적이라고 하고, 가격 변화에 비해 수요량 변화가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 한다.

즉, 가격이 20% 오를 때 수요량이 40% 내려가면 가격탄력성이 2로 탄력적이고, 가격이 20%오를 때 수요량이 10% 내려가면 가격탄력성이 0.5로 비탄력적이라 한다. 가격탄력성이 낮다면 가격이 많이 상승해도 수요량은 조금만 줄어서 수요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고, 가격탄력성이 높다면 가격이 조금 올라도 수요량은 매우 줄어서 수요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담배와 같이 중독성이 높은 재화는 가격이 올라가도, 중독성 때문에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과자와 같이 꼭 있지 않아도 되는 재화는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크게 줄어든다.

담배와 같은 재화를 비탄력적이라 하고 과자와 같은 재화를 탄력적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닭고기처럼 여러 대체재가 있다면 가격탄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무조건 닭고기만 선택하지 않아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다른 대체재로 소비를 바꾸며 수요량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격이 조금밖에 오르지 않았어도 여러 대체재가 있어 수요가 많이 줄어 닭고기의 가격탄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닭고기의 탄력적인 수요그래프는 오른쪽 그래프의 모양을 보인다.


반면에 달걀은 닭처럼 대체재가 많지 않다. 대체재가 없다면 달걀은 비싸도 쓸 수밖에 없고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은 달걀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탄력적 재화는 왼쪽과 같은 가파른 그래프의 모양을 보인다.

닭고기는 탄력적 수요를 가지고, 달걀은 비탄력적 수요를 지닌다. AI로 닭이 대량으로 살처분 되면 닭고기와 달걀의 공급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똑같이 공급이 줄어도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따라서 가격이 변동하는 정도도 다르다. 비탄력적 수요그래프를 가진 재화는 수요의 기울기가 가팔라서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 반면에 탄력적인 수요그래프를 보이는 상품은 수요의 기울기가 완만해서 공급이 똑같이 줄어도 가격은 조금만 오른다.

달걀값과 닭값이 똑같은 AI 파동을 겪어도 가격변동이 천차만별인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대체재의 유무를 들수 있다. 닭고기의 수요탄력성은 여러 대체재가 있어서 높다. 닭고기는 공급이 줄어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대체재가 거의 없는 달걀은 수요탄력성이 매우 낮아 달걀의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이 비약적으로 오른다. 달걀 가격이 AI 파동으로 비약적으로 올라간 것도 이때문에 설명된다.

하지만 대체재 유무 여부가 닭고기 공급이 줄었음에도 닭고기 가격이 34% 가량 하락 한것은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수많은 닭들이 살처분 되어도 닭값이 하락한것은 소비자의 심리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수요자와 공급자는 시장의 재화를 논리적인 이유로만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사과가 암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들은 사과에 대해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지니게 되고, 더 많은 사과를 산다. 반면 과자가 건강에 안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는 과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과자소비를 줄인다.

AI 발생은 사람들에게 닭고기가 위험한 고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AI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일은 매우 희박하지만, 인체로 감염된다면 치명적으로 작용해서 닭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심리 상태까지 번지게 된다. 닭고기 대체재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AI의 인체감염 확률까지 감안하면서 닭고기를 살 이유가 없어진다. 반면 달걀은 AI에 감염될 위험이 없고 대체재도 없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은 달걀을 살 수밖에 없다. 닭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역시 하락한 반면, 달걀은 AI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지 않아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가격이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서면 가격이 오를 때의 차익을 노리고 필요 이상으로 재화를 구매하는 이른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라 예상하는 달걀 도소매업자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달걀의 공급을 지금 당장 풀지 않고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달걀값이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하면 가격이 비싸지기 전에 당장 사놓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라 판단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달걀을 원하는데 공급자들은 평소보다 더 적은 달걀을 시중에 공급하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이다. 반면, 닭고기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필요가 거의 없다. 여러 유통경로로 AI로부터 깨끗한 해외 닭고기를 수입하기가 쉽고 돼지나 소 같이 여러 대체재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리적 요인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실제로 수요량과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격 변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는 달걀을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의 여러 대형마트에 공급했다. 이제까지 미국산 달걀이 국내로 수입되는 일은 가격경쟁 면에서 전례가 없다. 미국산 달걀을 항공편으로 수입하는 초강경책을 펼친만큼 달걀값이 앞으로 어떤 추이를 보일지 함께 지켜볼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