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만가는 무역장벽, 보호주의

높아만가는 무역장벽, 보호주의

  • 365호
  • 기사입력 2017.02.08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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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들어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전 세계 글로벌기업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제재한다 으름 놓고, 전세계인이 섞여 사는 나라에서 반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심지어는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자국의 산업에 대해 보호주의를 적극 추진하고, 수출에 대해선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주의적 행동을 계속 보이자, 세계 각국도 대비를 준비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와 중국과 함께 '위협'이라 지목하는 한편, 네덜란드는 반이민과 유럽연합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당이 제1당이 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무역은 무역당사국 모두 이익을 가져다 준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에서 석유를 수입해서 자동차 연료로 쓰고, 산유국으로는 우리가 생산한 전자제품을 수출한다. 우리나라에서 채굴할 수 없는 석유를 수입하면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고, 중동은 우리나라의 값싸고 질 좋은 가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무역은 어떤 원리를 가지고 움직이는 걸까.


◈ 절대적인 생산량의 우위 '절대우위'

전 세계에 인구 수가 각각 100명인 A국과 B국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A국과 B국은 서로 가지고 있는 자원이 달라서 같은 재화를 생산하더라도 생산 비용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A국은 빵을 만들기 위해 1명이 필요하고, 핸드폰을 만들기위해 2명이 필요하다. B국은 빵을 위해 4명, 핸드폰을 위해 10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A국이 모든 재화에서 '절대우위'가 있다고 말한다. A국은 인구 100명으로 빵 100개나 핸드폰 50개를 생산할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B국은 A국과 같은 인구를 가지고도 빵 25개와 핸드폰 10개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모든 재화에서 절대적으로 A국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으므로, 이를 A국이 B국에 '절대우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A국이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서, 교역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설령 A국이 생산효율성이 높더라도 교역은 양국에게 이득이 된다.



◈ 상대적인 생산량의 우위 '비교우위'


A국은 빵 100개나 핸드폰 50개를 생산할 수 있고, B국은 빵 25개나 핸드폰 10개를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A국은 핸드폰 1개를 생산하기 위해 빵 2개를 포기해야 하고, B국은 핸드폰 1개를 만들기 위해 빵 2.5개를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얻기 위하여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비용을 경제학적 용어로 '기회비용'이라 한다. A국 핸드폰 1개의 기회비용은 빵 2개이며, B국은 2.5개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보통 기회비용이 적은 일을 선택한다. 당장 돌아가는 손실이 작은 일을 선택해야 큰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나라도 다를 바 없다. 기회비용이 적은 재화를 생산하면 얻을 이익이 커지는 것이다. A국이 핸드폰에 대하여 B국보다 기회비용이 더 적으므로, 우리는 A국이 핸드폰에 대하여 '비교우위'가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B국은 빵 생산의 기회비용이 적으므로 빵에 대하여 '비교우위'가 있다 말한다.



◈ 서로 이익이 되는 무역

A국과 B국은 서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재화가 있음을 발견하고, 서로 특화된 재화에 모든 생산을 맡기기로 결정한다. A국과 B국 간에 무역이 일어나면서, 생산하는 양은 같은데도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다. 각국이 기회비용이 적은 재화를 특화하면서, 서로 소비할 수 있는 양은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관세와 같이 무역을 방해하는 장벽을 허물수록 경제가 발달하는 반면, 무역장벽을 높게 쌓을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같은 노동투입량을 가지고도 쌍방이 서로 이득만을 볼 수 있는 것이 윈윈(win-win)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무역이론이 현실로 적용되면 어느정도 괴리가 존재한다. 무역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오히려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싶어하는 인센티브도 있다. 자국보다 싼 가격의 재화가 외국에서 들어온다면, 소비자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품을 사지 않아 자국의 산업이 위험에 노출된다. 만약 모든 나라가 무역장벽을 없앤 상태에서 활발히 교역을 지속하고, 자국에 불리한 산업의 재화를 원천적으로 수입 금지하거나 막대한 관세를 매긴다면 자국 산업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으면서 외국의 값싼 물건을 얻을 수 있다. 무역이 상호간의 큰 이익을 불러옴에도 자국 산업을 외국 산업으로부터 관세나 비관세 조치 등을 통해 보호하려 하는 것을 보호무역주의라 한다.


◈ 높아만가는 보호장벽

새롭게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주장한 공약은 무역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글로벌기업에는 적극적으로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추구의 집단으로, 노동력이 값싼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당연한 시장자유주의의 원칙이다. 굳이 값싼 노동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동력이 비싼 나라로 갈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주의는 이를 거부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해외의 풍부한 노동력과 이를 사는 기업 역시 무역이라 볼 수 있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덤핑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45%가량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관세란 두 나라간 무역을 할 때 외국 제품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관세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지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제품은 전세계에게 사라고 권하면서, 외국 제품에 대해서는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이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면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닥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전세계를 불황의 수렁에 빠뜨리는 것이다.


◈ 기축통화국의 세뇨리지 효과

무역을 진행할 때는 보통 물건과 물건간의 물물교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물건 값을 지불한다. 이렇게 물건 값으로 돈을 지불할 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를 사용하는데, 보통 달러화, 위안화, 유로화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영향이 큰 나라의 화폐를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달러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가 매우 높다. 대부분 무역을 진행할 때에는 달러화를 물건 값으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얻는 세뇨리지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석유를 수입하기 위하여 우선적 제품을 수출해야 한다. 제품을 수출해서 달러를 얻어야 석유의 값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달러를 원하면 언제나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종이값과 인쇄비로 달러를 만들 수 있고, 이러한 달러는 전세계의 재화를 수입하는데에 쓰인다. 종이값과 인쇄값이라는 적은 비용으로 전세계의 좋은 제품을 가질 수 있다. 세뇨리지 효과는 화폐의 주조비용과 화폐가치의 차이에서 오는 비용을 뜻한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은 적은 값으로 전세계의 모든 제품을 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세뇨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어느곳에서나 통용할 수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전세계에 달러를 풀어야 가능하다. 전세계의 무역에서 달러화가 필요한데 달러화가 필요 없다면 달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를 전세계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전세계의 제품들을 달러로 사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국정부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어느정도 허용하고 있었다(더 알아보기 참고, 본문 맨끝). 미국은 달러화라는 세뇨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고 환차익에 대한 위험 역시 피할 수 있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듯 보인다. 미국이 무역적자가 많은 까닭을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의무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미국을 만만한 교역상대로 보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높이거나 해외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등 더 높은 무역장벽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여 미국의 상황을 개선시키리라 말하는 것이다.

 

◈ 위기일 때 불거지는 보호무역주의

역사적으로 볼 때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처럼 위기일 때 자국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생각하고 보호무역주의는 꾸준히 등장했다.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전세계적으로 급랭한 경제상황을 초래했고 무역장벽을 풀 때에 경제상황은 나아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살리는 길이라 착각하는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자멸하는 길임을 깨닫고, 가격경쟁력 확보 및 품질 개선 등 내부적인 노력을 통하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살리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더 알아보기 : 트리핀 딜레마

전 세계에 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무역을 통해 달러화를 유통시켜야 하는데, 이는 결국 무역적자로 이어진다. 무역흑자를 유지하려고 달러의 유동성을 축소시키면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미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무역적자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처음 주장한 트리핀 교수의 이름을 따서 무역흑자와 기축통화국의 지위는 양립할 수 없다는 이론을 '트리핀 딜레마'라 한다. 실제로 미국정부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무역적자를 어느정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