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원리

자본주의의 원리

  • 381호
  • 기사입력 2017.10.13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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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규현 글로벌경제학과(16)

우리는 21세기 자본주의 세계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더 나은 직장에서, 더 나은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으며 대학 이후의 남은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선 꼭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가 되라는 법은 없다. 원한다면 노동자가 아닌,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하냐고? 지금부터 알아보자.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 밀이 제빵사의 노동을 통해 빵이 되고, 나무가 목수의 노동을 통해 가구가 된다. 노동은 대부분 공정을 한 사람이 맡았던 전통사회나 극히 일부의 공정만 도맡는 현대사회에서나 매우 중요하다. 노동의 댓가는 봉건사회와 같은 전통사회에서는 자신이 일한 만큼 가져갈 수 있었다. 대장장이가 자신의 대장간에서 농기구를 만들면, 그 농기구의 소유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세계에서는 노동의 가치가 전통사회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자신이 창출한 새로운 가치의 대부분을 자본가에게 넘겨주기 때문이다.

노동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이 없다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에 앞서 이른바 생산수단이라는 것이 없으면 안된다. 생산수단이란 땅, 건물, 기계 등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대장장이가 아무리 농기구를 잘만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농기구를 만들 장소인 대장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제빵사가 아무리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더라도, 빵을 구울 오븐이나 집이 없다면 결국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노동 이전에 생산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전의 전통사회에서는 대부분 생산수단을 노동자가 갖고 있었다. 기계의 도움을 바랄 수 없었던 전통사회에서는 모든 공정을 자신의 집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별다른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물건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옷을 만들려면 자신의 집에서 몇 가지 재료를 손에 쥐고 몇 시간 동안 바느질을 하면 됐었다. 그저 필요한 것은 값싼 재료 몇 개와 자신의 노동력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산양식은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180도 달라진다. 자본주의는 산업화된 기계로 상품을 대량생산 했다. 기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 구입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자본 없이 상품을 대량생산하기 힘든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효율성을 자랑하는 기계가 생산 장비의 필수요소로 들어서면서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인간의 노동력은 기계 보다 떨어졌다. 힘의 차원에서 인간과 기계는 경쟁이 안된다. 한 시간에 100개의 못을 생산하는 기계를 가진 자본가가 한 시간에 1개의 못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생산력을 훨씬 웃돌았다. 전통사회에서는 인간대 인간으로 시장경제가 형성됐지만 현대에는 인간대 기계가 경쟁하게 됐다.

한 대의 기계를 들이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만 평범한 노동자들은 기계를 구입할 자본이 없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자본가, 즉 돈 많은 사업가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본을 이용하여 기계를 사들였고, 기계와 함께 일할 노동자를 고용했다. 자본가는 장비를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렇게 생긴 수익의 댓가로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상품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노동자들이 기계의 도움을 받아 하루종일 100개의 못을 생산했다면,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는 40개의 못을 가져가고, 자본가는 60개의 몫을 챙겼다. 언뜻 보기엔 나쁘지 않은 거래이지만, 이 비율이 회사 전체로 확대되면 말은 달라진다. 1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회사는 한 명이 생산한 60개의 못에서 인원수를 곱한 6,000개의 못을 가져간다. 노동자 한명이 40개만 챙기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익의 차이다. 이는 곧 생산수단의 차이가 부의 격차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자본가는 이렇게 벌어 들인 수익으로 또 다른 재화와 시설에 투자해 재화와 생산의 창출에 선순환하는 역할을 한다.

수익의 차이때문에 우리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자본가가 돼야 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섣부른 착각이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짊어지는 위험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자본가에게 판매하는 것이라 자신이 고용된 회사가 망한다해도 다른 회사를 찾으면 된다. 다른 일을 찾는 동안은 여유롭지 못할 수 있지만,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자본가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막대한 자본을 들여 기계를 들여왔다. 만약 대공황과 같은 경제불황이 닥쳐와 못의 수요가 폭락한다면, 많은 자본을 들인 기계는 아무 소용없는 고철에 불과하게 된다. 한 순간에 집안이 풍비박살난다.

이렇게 높은 위험을 피하고 싶었던 자본가는 하나의 묘수를 생각해낸다. '처음에 들어가는 돈이 크다면, 그 돈을 이 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가져오자. 그리고 이 사업에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의 일부를 그들에게 돌려주자'고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주식회사의 탄생이다. 너무 많은 자본이 들어가 엄청나게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자본가는 투자가의 투자를 받아 적은 돈으로도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못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 10억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이 10억을 모두 자본가가 부담하기엔 위험도 높고, 그 돈을 모으기도 힘들다. 이 때, 자본가가 여러 투자가에게 사업의 매력도를 설명한 후, 7억을 투자 받고 그가 가진 3억으로 이 매력적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물론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독점할 수 있었던 70개의 몫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주어야한다. 투자자도 무언가가 남아야 하니깐 말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 자본가, 투자자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동시에, 3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 노동자가 새로운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자본가가 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려는 자본가에게 투자를 하며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이렇듯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니. 역할과 신분이 정해져 있었던 전통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저 세 가지 직업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당신은 이제 무엇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