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신세계: <br>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발전

영화의 신세계: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발전

  • 389호
  • 기사입력 2018.02.13
  • 취재 홍영주 기자
  • 편집 김규리 기자
  • 조회수 6623

한가로운 겨울 방학의 어느 새벽, 항상 켜져 있는 TV에서 SF영화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영화 <매트릭스>(1999)를 방영했다. 영화는 지금 봐도 명작임에 틀림없지만 20년 전의 컴퓨터 그래픽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어딘가 어색했다.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컴퓨터 그래픽에 대해 궁금해졌다.

◎ 컴퓨터 그래픽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CG(computer graphic)’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자면, 컴퓨터 그래픽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분야다. 컴퓨터를 이용해 실물을 찍은 영상을 조작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3차원의 물체를 표현할 수 있는 데다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까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가상현실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지 않은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영화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물체들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흔하다. 물체를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게 하며 화려한 효과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촬영 시 비용과 위험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영화 <데드풀>(2016)에서 배경이 되는 뉴욕 도시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낸 것이다.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주인공이 앉아있는 다리까지도.



◎ 컴퓨터 그래픽의 원리는? 
3D 그래픽은 우리의 두뇌가 이미지를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속임수에 기반한다. 3D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물체의 농도, 원근, 재질, 빛 등 물체가 지니는 수많은 성질들을 고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2차원 표면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컴퓨터 그래픽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화면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입력장치를 이용하고, 도형을 형성하는 데이터를 기억시킨 후 매개 변수를 바꾸어 가며 도형을 임의로 그려낸다. 컴퓨터 그래픽에 이용되는 모든 요소들은 객체(object)로, 컴퓨터에 의해 모양 ∙ 텍스처가 수치로 바뀌어 표현된다. 표현되는 물체는 확대, 축소, 회전 등 변환이 쉽고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각도로 볼 수 있다. 물체 각 면의 밝기, 표면의 재질감, 투명감도 세밀히 표현할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3D 모델링(3D modeling)은 가상의 3차원 공간에 재현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보통 객체는 3차원 공간에 수많은 선으로 표현되고, 렌더링(rendering) 과정을 거치면 실재하는 물체와 비슷한 양감, 질감을 가지게 된다.

◎ 컴퓨터 그래픽은 어떻게 발전해 왔나


컴퓨터 그래픽의 역사는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에드윈 캣멀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최초의 3D 컴퓨터 생성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저명하다. 그는 대부분 물체가 세밀한 표면 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텍스처 매핑 기법을 고안했다. 그는 이 기법으로 영화 <퓨처월드>에서 자신의 왼손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혼합한 최초의 장편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다. 이 영화는 당시 디지털 시각 특수효과의 본보기라는 평을 받았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1977)의 성공으로 자신의 회사인 루카스 필름에 컴퓨터 그래픽부를 설립했고, 이는 컴퓨터 그래픽 역사의 중요한 한 획으로 간주된다. 디즈니 사는 〈트론〉(1982)을 제작해 컴퓨터 그래픽을 특수효과의 보조수단이 아닌 주요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적 흥행에는 실패했다.

성공적인 컴퓨터 그래픽 삽입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는 〈최후의 스타 파이터>(1984)였다. 이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로보캅〉 시리즈, 〈터미네이터〉 등으로 이어지며 컴퓨터 그래픽에 기반한 시각적 특수효과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1980년대까지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촬영분과의 합성이나 배경 표현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경향이 강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캐릭터에 직접 반영된 디지털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심연〉(1989). 이어 〈터미네이터 2〉의 액체금속 로봇 T1000, 〈쥬라기 공원〉의 디지털 공룡을 통해 디지털 캐릭터의 막강한 존재감이 드러났다. 〈크로우〉의 경우, 주연 배우가 촬영 도중 사망하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주인공을 이어서 출연시켰다. 이는 디지털 합성을 통해 디지털 배우를 창조해낸 첫 시도였다.

컴퓨터 그래픽에 기초한 시각효과는 점차 실사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전반에 스며들었다. 〈타이타닉〉(1997)을 보면 모형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 장면을 완벽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매트릭스〉, 〈해리 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이르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장면들도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완전히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탄생한 디지털 배우가 인간 배우들을 제치고 주연을 맡았다. 같은 시기, 배우만 실사 배우이고 그 외 모든 것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스크린 영화도 생겼다. 배우들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배경과 합성하여 시각화를 이룬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이렇게 영화의 모든 배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최초의 스크린 영화다.

◎한국 영화 속의 컴퓨터 그래픽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한국 영화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구미호〉(1994)를 시작으로 〈퇴마록>(1998) 등이 연이어 특수영상 효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쉬리〉로 기존 한국 영화보다 한 차원 높은 시각적 특수효과가 주목받자, 많은 영화들이 이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의 특수효과 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여 〈화산고〉,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등이 특수영상 분야에서 질적∙양적으로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영화와 컴퓨터 그래픽이 결합하며 컴퓨터 그래픽 분야가 거대한 도약을 이루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영화계 역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시각효과는 표현의 장벽을 넘어 영화의 사실감과 완성도를 높여주며, 높아진 한국 관객들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의 컴퓨터 그래픽 분야는 비교적 짧은 역사임에도 국내 인재들이 외국 영화의 후반 제작을 담당하거나 외국 프로덕션에 진출하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디지털 시각 특수효과의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유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하는 현시대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대신 사실감을 위해 거대한 인원을 동원하거나(영화 <덩케르크>) 세트장을 직접 제작하는 등(영화 <인셉션>) 실제화를 고집한다. 그 이유는 현재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아무리 발달 했다 하더라도 후대의 발전된 기술로 보면 이 역시도 부족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은 나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감 넘치는 가상 공간을 창조해 내는 컴퓨터 그래픽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참고문헌
- 김현빈 외 8명, 2006, 『훤히 보이는 디지털 시네마 VFX의 역사 이론 기술 제작에 대해서 알고 싶은 여러 가지 것들』, u-북.
- Garth Gardener, 이인재 역, 2007,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