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해결되어야 할 숙제

오역: 해결되어야 할 숙제

  • 396호
  • 기사입력 2018.05.31
  • 취재 김성현 기자
  • 편집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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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은 슈퍼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인 ‘어벤저스’에 열광하고 있다. 올해 개봉한 어벤저스 시리즈인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전 96%의 예매율을 돌파했으며, 역대 외화 상 최단 기간에 천만 관객 수를 돌파하는 등 매우 큰 인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인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러 장면에서 오역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해당 영화에서 발생한 오역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르게 이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영화의 번역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번 논란과 같이 책, 영화, 음악 등의 작품을 잘못 번역하는 오역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학술에서는 우리 일상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역’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여러 논란들을 다루고자 한다.

‘오역(誤譯)’이란 사전적으로 잘못 번역하는 일 또는 잘못된 번역을 뜻한다. 이러한 오역은 주로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발생한다. 모든 언어는 문법이나 어감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 이를 완벽하게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원작자가 비유적 표현이나 해당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문구를 사용하면 번역가는 의역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오역은 주로 정보가 누락되거나 왜곡되면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적 표현은 다른 언어로 번역할 경우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각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농담이나 신조어, 속어 등은 번역가들에게 매우 골치 아픈 존재이다. 우리 나라, 중국, 일본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같은 의미의 단어가 다른 한자 표기를 사용하는 일이 있어 오역이 발생할 수 있다. 한자의 뜻이 아닌 소리만을 사용하면 원래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 작품 이해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역자는 먼저 원작을 완벽히 이해함으로써 언어간의 차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오역 문제가 많이 대두되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초월번역’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초월번역’이란 번역문의 표현이 원문의 표현보다 더욱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비록 원문의 의미와는 다를 수 있지만, 원작의 풍미를 더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용어 또한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매우 까다로워지고 분명한 방법으로 국외 문화를 수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이슈가 된 ‘오역’ 논란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오역 논란이 있다. 지난 4월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유명 영화 번역가에 대한 새로운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번역)참여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5월 21일을 기준으로 8,386명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더했다. 해당 청원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번역을 담당했던 박지훈 번역가가 현재까지 진행한 번역 활동 내의 오역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는 번역가의 대표적인 작품들과 해당 작품에서 오역이라고 주장되는 대사들을 인용하여 설명을 더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 대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홍보 관계자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수정 없이 영화 상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대응에 어벤져스 팬들을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은 해당 번역가가 다음 시리즈들을 번역했을 때를 우려하며 영화 제작사 측의 번역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강의 소설인 ‘채식주의자’에 대한 오역 논란이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 부커 국제상’을 수상할 정도로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었으나, 영국인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의 오역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스미스는 이러한 논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우리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녀는 “모든 번역은 ‘창조적’이다. “라고 말하며 언어는 서로 다르게 기능해서 번역은 서로 다른 수단에 의해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번역의 일부 실수를 인정하지만 의도적 오역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본인의 기술적 오역에 대한 확답을 유보했다. 해당 논란에 원작자인 한강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실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수들이 이 소설을 전달하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 되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별개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혀 이러한 논란을 잠재웠다.

책과 영화와 같은 작품뿐만이 아니라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오역으로 큰 논란이 일어난적이 있다. 지난 2016년 7월,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룸’에서는 사드 관련 영문 기사에 오역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기관지인 ‘성조지’의 일본과 괌 사례를 짚어보는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방송에서는 사드 운영 요원의 멘트를 인용해 “이 지역에 살 수 있는 것은 두 마리의 돼지뿐이다.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라고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에서 키우는 돼지가 두 마리뿐이라고 소개한 것을 마치 사람이 살기 어렵다는 뜻으로 잘못 번역한 것이다. 이 밖에도 발전기의 굉음에 대한 내용을 잘못 번역해 의미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JTBC ‘뉴스룸’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네이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