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위기, AI는 기회?

  • 442호
  • 기사입력 2020.04.24
  • 취재 최지원 기자
  • 편집 김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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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인간은 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물건과 기술을 창조하면서도, 과거를 돌아보며 예상되는 문제는 없었는지 돌이켜 보면서 살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앞날을 미리 점쳤지만, 새로운 바이러스로 이렇게 빠르게 세상이 바뀔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인간이 나아가던 방향은 전 세계를 연결하고 좁히는 쪽이었다. 그렇게 지구는 지구촌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 더 싸게 물건을 만들면 그 나라에서 사다 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바이러스와 맞닥뜨리고 나니, 긍정적으로 생각되던 개념들이 오히려 우리 발목을 잡기도 하고 각 나라의 민낯이 보여지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는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고 선별 진료소 설치, 드라이브 스루, 온라인 개학, 재택 근무 등 COVID-19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수많은 노력들 중 특별히 AI 기술이 COVID-19에 대응하는 데 어떻게 쓰였는지 코로나 유행 이전, 유행 초기, 유행 후기로 나눠서 알아보자.


 먼저, 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에 AI가 한 일은 바로 미리 내다보기이다. 한 스타트업이 이 대유행을 예측했다. 바로 캐나다의 ‘블루닷(BlueDot)’이다. 블루닷은 세계보건기구 WHO보다 더 일찍, 12월 31일 COVID-19 대유행을 예측했다(WHO는 1월 9일). 블루닷은 사스(SARS)를 겪었던 의사들이 수많은 희생을 목격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뜻을 모아 창업한 회사이다. 이들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와 2016년 지카 바이러스도 최초로 예측했다. 블루닷은 어떻게 COVID-19를 처음으로 알아챌 수 있었을까? 블루닷은 BEAST(Bayesian Evolutionary Analysis Sampling Tree)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 알고리즘은 가설(예컨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에 추가 확보한 정보를 도입하면서 가설의 확률을 업데이트 하는 방식이다. 블루닷은 행정 정보(인구수, 지리적 위치), 바이러스의 특징(유전자 분석, 감염 방식, 잠복기) 그리고 기존 다른 감염병의 확산 양상 등을 종합해 특정 지역에 감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을 분석한다. 이후 항공권 이용 정보와 같은 이동 정보까지 포함해 바이러스가 진원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갈 확률도 계산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대유행 전에 정부가 바이오기업을 만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시약을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씨젠은 그동안 연구한 AI 기반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미국 등으로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COVID-19 대유행이 시작한 이후에도 역시 수많은 AI 기술이 동원되었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멸균 로봇 회사인 미국의 다이머UVC이노베이션스(Dimer UVC Innovations)에서는 COVID-19 바이러스 멸균 로봇 ‘젬팔콘(GermFalcon)’을 국제공항에 무상으로 제공했고, 중국의 첸시로보킥케이터링은 우한의 의료진에게 안전하고 빠르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을 기증했다. 이 로봇은 24시간 가동되며 15분마다 36인분의 식사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딜리전트(Diligent)사는 과중한 의료진의 작업을 돕기 위해 의료진 도우미 로봇 '목시(Moxi)'를 개발했다. 목시는 스스로 사람을 피해 이동하며 환자복 수거, 약품 배달, 의료용 폐기물 처리 등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진단 정확성을 높이고 50만 건이 넘는 대량 검진 과정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진단 기술을 사용했다. 의료진에게는 6시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법이 필요했다. 감염자의 주 증상이 폐렴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의료분야 AI 솔루션 기업들이 흉부 판독 기술을 보조 진단 수단으로 내세웠다. 폐 X-Ray 촬영 동영상을 보고 인공지능이 감염진단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과감히 도입했다. 이 기술은 현재 주 진단법인 분자진단법(RT-PCR)을 사용하는 현 장에서 의료진의 판독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뷰노, 루닛이 있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스마트역학조사시스템으로 하루 걸리던 것을 10분으로 줄였다.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본부는 3월 26일부터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정식 운영했다. 확진자 동선 파악이 24시간에서 10분 이내로 단축된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도시 내 교통, 에너지 등의 분야별 데이터를 분석하는 스마트시티 개발 기술을 적용하면서 이동정보 및 신용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다른 나라는 따라하지 못하는 기술로, 프랑스 어느 변호사는 이것이 인권 침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으나, 다른 기자들은 반대기사를 내기도 했다. 많은 나라들이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팬데믹(pandemic) 상황에 빠졌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이 충돌한 것이다. 그렇지만 정책적인 의지와 시민의 합의로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공개한다면 코로나19 방역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번째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이 일상화 된 유행 후기에는 어떤 AI 기술들이 등장했을까? 애플과 구글은 감염자와 접촉하면 스마트폰으로 공지해주는 앱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 앱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포함하였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재택근무 보편화로 화상 회의가 늘어난 만큼 '실시간 소음 제거 기술'이 있는 AI를 개발해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을 걸러내 영상회의가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위기를 이기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세계가 인정했듯이 우리 정부의 COVID-19 대응 3원칙(개방성·투명성·민주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개인정보가 일부 드러나더라도 전염병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자유권을 양보했다. 정부도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격리가 아닌 방법을 택했다. 투명하게 정보를 밝히고 방역정책을 설득했다.


 그리고 AI 신기술만이 사람들이 COVID-19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사람들은 COVID-19로 외출을 못하게 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집에서 혼자 활동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들을 발명해 함께 즐긴다. 혼자 있으면서도 함께 있는 것이다. 이것 역시 AI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더욱 연결하며 슬기롭게 COVID-19를 전세계가 이겨나가기 바란다. 또한 나라마다 창의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바라며 특히 우리나라가 보여준 민주주의 능력이 어떻게 새로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지 목격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


★ 출처

1. http://www.etoday.co.kr/news/view/1867032 [코로나19 vs. 4차 산업혁명 新기술] 로봇도 가세… 거리에 살균제 뿌리고 의료진 식사도 챙겨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34297&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짱 뜬 한국의 첨단 ICT기술 5가지

3. http://www.bloter.net/archives/375742 감자칩 먹는 소리까지 잡았다

4. http://www.bloter.net/archives/375724 의료진 업무 돕는 로봇

5. http://www.bloter.net/archives/377536 코로나19 감염자 접촉했으면 스마트폰 공지…애플·구글 파격 제휴

6.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717517&memberNo=37571784&vType=VERTICAL Vol.4 인공지능으로 코로나바이러스-19 진단·예측

7. http://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5625 씨젠, 인공지능으로 단 수주만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 CNN 집중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