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연극적 세계의 불분명한 경계
– 메타연극을 보다

  • 480호
  • 기사입력 2021.11.27
  • 취재 최승욱 기자
  • 편집 김민서 기자
  • 조회수 3829

우리는 왜 연극을 볼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가진다. 먼저 연극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 고전이든 창작이든 지금과 어떤 방향으로든 맞닿아 있는 꽉 찬 텍스트가 세상의 이곳저곳을 훑는다. 또 하나는 연극이 주는 힘이다. 이걸 연극적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극중 인물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고 극의 진행을 따라가는 모든 과정은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이게 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이루어지는 극 형태가 있다. 바로 메타연극이다. ‘메타’가 시대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지금, 메타연극을 세심히 들여다봐도 좋지 않을까.


◎ 왜 메타연극인가, 그리고 메타연극은 무엇인가

메타연극이란 무엇인가. 그냥 연극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메타연극’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메타 씨어터(metatheatre)라고도 불리는 메타연극은 연극에 관한 연극, 연극을 일깨우는 연극, 연극이라는 형식을 문제 삼는 연극이다. 극적 환상을 의도적으로 깨트리며 관객에게 연극이 실재임을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메타연극은 연극이 연극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연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연극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보려 한다. 작가와 텍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객과 배우의 구분을 뚜렷이 한다. 연극이라는 장치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연극적 세계 안에서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연극과 현실의 구분을 희석시킨다. 분명히 연극처럼 보이지만 진정으로 나와 명확히 구분된 연극적 세계로 인정하기가 어려운 극이다.


연극은 인생의 연극적 속성을 비추는 거울이며 극장은 인생에 대한 메타포가 된다. 작가는 무대와 관객을 격리시키던 벽을 허물어 관객이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인생의 연극적 특징과 극장, 배우, 관객 등 연극의 매체에 대한 작가의 의식을 전달한다.


메타연극이 극중극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모든 극중극은 기본적으로 메타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극중극은 본질적으로 연극 및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메타연극적 성격이 강하다. 사람에 대한 성찰은 자연스레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메타연극은 연극에 대한 성찰임과 동시에 관객과의 벽을 허물어 관객을 극으로 끌어온다. 그러나 참여형 연극처럼 극에 관객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보다는 관객도 연극을 보는 행위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연극이란 무엇이고 연극을 보는 거란 무엇인가 하는 성찰에 관객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 지금 볼 수 있는 메타연극 – 연극 <마우스피스>

메타연극 형태를 띠는 극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지금 볼 수 있고 메타연극이 가지는 의미를 온전히 잘 담아낸 극이라고 생각하는 <마우스피스>를 소개해 보려 한다.

 연극열전 홈페이지 캡처 

<마우스피스>는 2인극이다.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수밖에 없지만 작가라고 말하기보다는 “작가였다”고 말하는 중년의 극작가 리비 퀸, 그리고 그림을 좋아하지만 예술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데클란이 나온다. 리비는 이야기가 필요하고 데클란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호의로 시작된 만남을 통해 데클란의 삶과 언어는 리비의 희곡 <마우스피스>로 완성된다. 이건 데클란의 이야기일까 리비의 이야기일까? 이야기를 다룰 권리는 누구한테 있는 걸까?


연극 <마우스피스>는 리비가 쓴 희곡 <마우스피스> 공연을 보면서 그 희곡이 쓰이게 된 과정 속 리비와 데클란의 이야기를 함께 관찰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예술 작품의 진정성 내지 사실성은 누가 결정하는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어떤 책임을 갖는지, 그리고 연극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아울러 사랑과 외로움, 계층과 권력, 예술과 문화, 가난과 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사회∙경제적 차이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와 권리를 결정짓고 문화자본이라는 권력과 차별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계층 간 문화 격차를 이야기한다.


무수한 텍스트가 인물과 장소를 잠식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등의 연출, 모든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 극의 진행을 잘 반영하면서도 메타적인 특성을 더하는 조명 연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음악은 원작자 키이란 헐리의 <마우스피스>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연극에 대한 성찰과 함께 배우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리비와 데클란의 모습, 제목 ‘마우스피스’의 의미에 대한 고민 등 수많은 연극적 경험이 가능한 극이다.


“이 다음에 일어날 일은 – 암전”(연극 <마우스피스> 中)


◎ 나가며 –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 대학 인문사회과학캠퍼스가 위치한 혜화는 ‘연극’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곳이다.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연극 공연이 열리고 있다. 연극은 뭇사람들에게 ‘지루하다, 졸리다’는 인상이 강하다. 아무래도 뮤지컬처럼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가 없어서 그렇다. 음악이라고 해봐야 배경 음악 정도만 있는 것 빼고는 오직 대사로만 극이 진행되니 말이다. 그러나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분명한 에너지와 메시지가 있다. 모든 걸 쏟아붓는 배우들의 열연에서 얻어 가는 힘도 있다. 이번 연말에 좋은 연극들이 참 많이 한다. 종강하고 새로운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은 분들, 아니면 연극이 궁금한데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아래 연말 연극 목록을 적어 놓으려 한다. 연극을 사랑해 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친다.


<<2021년 연말 연극>>

연극 <마우스피스>, 연극 <엘리펀트 송>,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극 <붉은 낙엽>, 연극 <더 드레서>, 연극 <언더스터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등 ∙∙∙

이 밖에도 수많은 연극들이 있다. 연극에 대한 공연 정보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인터파크 티켓’, ‘플레이티켓’, ‘국립극단’, ‘국립극장’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보면 된다.


<참고 자료>

이용복, 「극중극의 특성 및 그 의미에 대한 연구」, 『한국연극학』 제46권 제0호, 서울: 한국연극학회, 2012. 4.

김성희, 「메타연극 이론」, 『공연과 이론』 2007∙가을∙통권 27호,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 2007. 9.

연극열전, 2021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