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사실의 경계, 파운드 푸티지

  • 427호
  • 기사입력 2019.09.12
  • 취재 권은서 기자
  • 편집 심주미 기자

우리는 느끼고, 표현하고, 전달하고, 남기고자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기록해왔다. 기록의 매체는 그림에서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점차 확장되어 현재,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매체에서도 그랬듯이 영상 속에도 허구와 사실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허구든 사실이든 그 속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가 현실과 사실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다큐멘터리와 논픽션 사이에 등호를 넣어 생각하지만 사실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허구적 내용을 첨가한 다큐멘터리도 존재한다. 목적은 결국 메시지 전달 때문이다.


이번 학술에서는 ‘진실’과 ‘허구’를 동시에 담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그 일종인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필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서치 스틸컷)


◎다큐멘터리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앞서 다큐멘터리가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의 허구적인 해석 대신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영화’라고 언급했다. 창작자가 재구성한 세계가 아닌 실재하는 현실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대중들에게 다큐멘터리는 사실이라는 인식이 크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실재하지만 인간의 눈과 인식을 거친 세계는 실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관적 의도와 선택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의는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현실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그리어슨은 ‘실재를 창조적으로 다루는 작업’이라고 다큐멘터리를 정의했다. 과거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기 위해 주력한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다큐멘터리 동향은 점점 더 극적 양식과 결합하고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바로 그 극적 양식과 결합한 일종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다큐멘터리’에  ’fake(가짜)’를 합성해 만든 용어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허구의 사건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극영화를 말한다. 다큐멘터리의 특징인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하기때문에 관객들은 사건을 사실처럼 느끼고 신뢰하게 된다. 기존 다큐멘터리 촬영기법이나 전개방식을 활용하는데, 인공조명을 배제하고 자연조명만을 사용하거나, 소형 카메라를 활용한 핸드 헬드(hand held) 기법을 활용하기도 하고,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거나 재연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을 삽입하기도 한다.


◎파운드 푸티지

파운드 푸티지는 ‘발견된’이라는 뜻의 ‘found’와 아직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의미하는 ‘footage’라는 단어가 합성된 용어이다. 이어 말하면 숨겨져 있던 미편집본 영상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종으로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가 발견해서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설정이다. 발견되지 않았던 실제 상황이라는 설정은 공포심을 불러오기 탁월하다. 많은 영화는 설정샷과 시점샷을, 롱샷과 미디엄, 클로즈업샷을 혼합해서 편집하여 많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관객은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파운드 푸티지는 등장인물의 시점숏으로 진행되거나 CCTV로 사건을 보여주는 등 보이지 않는 화면의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공포의 실체와 실제 상황이라는 설정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가중시킨다. 그 예로, <블레어 위치>(1999),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직쏘>(2017) 등이 있다. 한국에도 봉준호의 단편인 <인플루엔자>(2004)나 <곤지암>(2018)이 파운드 푸티지 영화이다. 그러나 파운드 푸티지가 공포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클로버 필드>(2008)과 <크로니클>(2012)은 헨드 헬드 기법을 이용한 액션영화다.


작년에 개봉했던 서치 또한 파운드 푸티지 영화이다. 실종된 딸 마고를 찾기 위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아빠 ‘데이빗’ 시점에서 그리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화면으로 구성해서 신선하고 새롭다. 그러나 기본 형식은 파운드 푸티지가 뒷받침하고 있다. 파운드 푸티지 공포영화에서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공포심을 유발했듯이 <서치> 역시 아빠 데이빗의 얼굴을 비추지 않고 관객들로 하여금 데이빗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쓰다 지워버린 메시지들, 머뭇거리는 커서, 끝내 휴지통에 넣어버린 동영상. 수많은 감정들이 사소한 행위들 속에 담겨 있고, 카메라는 이 감정들을 포착한다.


결국 영화 또한 메시지다. 그것이 허구이든 사실이든 ‘사실’이라는 탈을 쓴 허구이든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이고, 때로는 새롭게 전달하기 위한 것은 모두 같다. 전달 받은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보다 우리 안의 또다른 메시지들과 만나 새로운 메시지로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영화 뿐 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서치 스틸컷)


※참고자료

서영주 (2013). 자기반영적 파운드 푸티지 필름.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317-341

시네마21, 박지훈, “<서치>가 모니터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법”

두산백과, 페이크 다큐멘터리

※본 기사의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서치 스틸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