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br>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고혈압,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 366호
  • 기사입력 2017.02.22
  • 취재 김규현 기자
  • 편집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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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고혈압’이란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도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비만, 과다한 염분 섭취 등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혈압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말한다. 1905년 러시아 외과 의사 코롯코프(Nikolai Korotkoff, 1874~1920)가 한 페이지 가량의 혈압 측정 방법을 보고하면서, 혈압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됐다. 상완에 압박대를 감고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수은기둥의 높이를 이용해 압력을 측정했다. 현대의 방식 거의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고혈압은 뒷골이 당기는 증상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증상이 대부분이다. 그런 인식이 생긴 것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서다. 하지만 그런 증상과 혈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일 뿐이다. 여러 연구를 해보니 혈압의 증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과 실제 혈압과의 어떠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으로 나눈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동맥으로 혈액을 뿜어 낼 때 측정되는 압력이다. 이완기 혈압은 그 반대로 정맥으로부터 혈액을 심장으로 받아들일 때 측정되는 압력이다. 의학적으로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를 정상으로 본다. 이 기준이 만들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그 이상인 환자들에게서 심장이나 뇌혈관질환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차례 혈압 측정만으로 고혈압을 진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혈압은 여러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는 속성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혈압은 변하고 있다. 쉬고 있다고 하면 그 폭이 크지 않을 뿐이다. 운동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는 등 여러 상황에 따라 혈압은 변한다.

게다가 병원, 특히 의사 앞에서는 혈압이 상승하기도 한다. 이를 백의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본인이 알게 모르게 긴장하는 탓이다. 이런 경우 집에서 측정하면 정상으로 나온다. 또 시간에 따라서도 혈압은 달라진다. 자고 일어났을 때, 잠잘 때, 일과 중에도 혈압은 달라진다.

여러 연구를 보면, 병원에서 의료인이 한 차례 측정만으로 고혈압을 진단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기에 가정에 혈압계를 가지고 자주 측정해 평균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아침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혈압을 측정해 기록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고혈압이 있다고 진단을 받았더라도 바로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 고혈압과 당뇨는 생활습관질환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분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식생활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매일 먹는 김치, 국에 엄청난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권장하는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인데, 우리나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3,871㎎으로 2배 가까이 된다.

둘째, 비만이라면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혈압의 위험이 약 5배가량 높다. 그 이유는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비만한 사람이 본인 체중의 10%를 줄이면 혈압은 5-20mmHg까지 감소할 수 있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최소 30분 정도의 속보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혈압을 5mmHg 정도 하강시킬 수 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경우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단, 흉통, 가슴 답답함이나 조이는 느낌이나 어지럼증,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에 가야한다.

넷째, 담배와 술을 끊어야 한다. 담배에는 니코틴이 들어있어 혈관을 수축시킨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낫다고 생각하는데, 혈관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술도 마찬가지다. 마실 때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나, 그 다음날에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렇게 생활습관을 바꿔도 혈압이 계속 높거나, 아니면 1~2달 내에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혈압강하제를 먹어야 한다. 약을 복용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약을 복용하는 중이라도 생활습관이 교정되면 약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해도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은 금연, 식이조절, 운동 등의 생활습관을 교정함으로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지금 고혈압이라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저절로 나을 수 없는 ‘내가 노력해야만 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