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치과를 선택해야 할까?

  • 434호
  • 기사입력 2019.12.26
  • 편집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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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최치원


치아에 문제가 있어 당장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면, 독자여러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치과를 선택하는지가 궁금해진다. 필자는 27년째 대학가에서 대학생 환자들을 접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 온터라,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대학생 여러분들에게 올바른 치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치아치료를 건축물에 비교해 보자.


건축을 계획할 시점에는 믿을만한 지인으로부터 건축사를 소개받게 될 것이고, 그 건축사는 가설계 도면을 펼쳐 놓고 의뢰인과 진지하게 의논 한 다음에 최종 도면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가격이 결정되면, 의뢰인이 계약금을 지불함과 동시에 건축사는 착공을 하게 된다. 공사가 일단 시작 되면 전문가인 건축사의 공정대로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의뢰인이 수시로 공정에 관여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겨두는 것이 의뢰인의 정신건강에는 훨씬 유리할 것이다.


건축사를 선택하기까지는 철저한 검증을 해야겠지만, 선택한 후에는 신뢰의 마음만 부여잡고 전문가인 건축사에게 전적으로 맡겨주는 것이 옳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치과치료를 함에서도 전문가인 치과의사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과정마다 궁금한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시는 치과를 선택하시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모든 것은 결과가 과정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치과 진료가 끝난 시점이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향후 수년간 내 몸의 일부로 내가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되어야만 진료가 끝나는 것이다. 진료가 끝난 후에는 유지관리가 잘 되도록 정기검진까지 일련의 과정에 동일한 치과의사가 담당해주는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치과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건축물이 준공된 이후에도 시나브로 발생하는 하자보수까지 책임져 주는 건축사를 만나는 것 이상 다행스러운 것이 없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치과의사를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지인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오판을 줄일 첫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어떤 평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적인 평가 구간이 있어야 하므로 한 곳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진료를 지속하고 있는 치과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치과들 중에서 부모님이나 선배님, 동료 학우들이 직접 치료를 받아본 경험담을 들어보고, 본인이 직접 해당 치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본 후에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궁합이라는 것이 있으니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시작하기를 권한다.


두번째 관문으로는, 내가 선택한 치과의 의료진에게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는가이다.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처럼, 환자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음을 느끼는 치과의사는 환자분에게 최상의 결과로써 보답 하고자 최선을 다해 진료와 상담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 인터넷이 발달한 탓에 인터넷을 활용한 의료광고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지만, 정확한 정보의 전달을 기대하기에는 실망스러운 미끼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로, 환자와 의사간 직접소통이 아닌 환자와 의사사이에 마케팅업자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여진다. 최근 대중교통이나 SNS를 통해 바이럴마케팅이라는 광고가 범람하고 있는데, 그 폐해는 고스란히 환자분들이 떠안아야 해서 전문가단체에서는 적극적으로 홍보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 의료소비자인 환자분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몇 개월 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투명치과사태’처럼 소위 먹튀치과들은 ‘average quality, low price’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바이럴마케팅기법을 통해 ‘high quality, low price’로 둔갑시켜 환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하지만 average quality마저도 환자는 보증받지 못하고 오히려 복불복(福不福)이 되어버리게 된 것은, low price만을 쫓았던 환자들의 책임 역시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리를 해보자.


바이럴마케팅회사에서 권하는 첫번째 마케팅 전략은 이벤트 행사를 통한 ‘low price’로 미끼삼는 전략이다. 박리다매라는 상업적기법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의료에 도입한 것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 마냥 의료를 정형화시켜 환자 역시 상품으로 취급하는 대단히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마케팅전략은 전국 어디에서나 ‘low price, high quality’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네트워크 전략이다. 


신차 구입 시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A/S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기법으로, 정품부속을 무상교체해 줄 것이라는 왜곡된 판단을 전제로 환자를 현혹하는 마케팅전략이다. 이미 진료비 지불이 끝난 상태에서 동일 브랜드를 가진 타 네트워크 의료기관에서 무료의 A/S를 받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환자의 어떤 정보도 해당의료기관 외부로 반출되는 일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 논리 역시 어불성설이다.


세번째 마케팅전략은 ‘화려한 의료진’의 구성이다.


저수가 치과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의료기관개설자가 수시로 바뀌는 특성이 있다. 화려한 의료진들의 이면에는 진료 건당 인센티브로 운영되는 순회진료 형식이 많다. 이처럼 화려한 의료진들은 본인이 전담한 진료만을 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추후 하자보수를 받게 될 경우에는 그분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사가 자주 바뀌는 치과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건축물 설계와 시공, 하자보수까지 총괄하는 건축사에게 맡긴 건축물이 견고함을 갖추는 것 처럼, 소중한 내 치아를 진단부터 치료, 하자보수까지 책임지는 치과의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나와 가족의 행복, 나아가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의료사회정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