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의 역습과 군집면역

  • 415호
  • 기사입력 2019.03.13
  • 편집 연윤서 기자

글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비뇨의학과전문의 양광모 교수


지난 1월 대구지역을 시작으로 홍역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월 4일 10시 기준으로 총 56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절반은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여행을 통해 감염됐으며, 나머지 절반은 대구 등 각 지역에서 소규모 유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예방 접종률이 90% 중반대로 꽤 높아 대규모 집단 유행 가능성은 작다. 우리는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국으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정받았고, 지난 2018년 12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50여 명의 환자만이 확진됐다. 게다가 의학의 발전으로 사망률도 높지 않다.


그렇다고 홍역을 겁내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홍역 예방접종(MMR)을 하지 않은 인구가 꾸준하게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과거 대유행을 겪은 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무조건 MMR을 접종시켰고 곧 이 고질적인 감염병 유행이 종식되는 듯 보였다. 실제로 미국은 1987년에서 1994년까지 9개월에서 14세 아이들에게 홍역 백신 접종을 시행해 접종률이 94%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유명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홍역 백신과 자폐증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백신 유해성 논란이 대두됐다. 몇 해 지난 2010년에 그는 ‘조작한 연구였다’고 자백했으나, 안타깝게도 백신에 대한 불신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졌다.


미국 매체인 LA 타임즈의 조사에 따르면 LA 인근 카운티 유치원생의 76.5%만 홍역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 95%보다 낮고, 글로벌 평균인 80% 보다 더 낮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까지 공개 석상에서 ‘홍역 백신이 유아 자폐증 발병을 높인다’고 주장할 정도니 대중의 불안이 높은 것도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백신을 거부하고 자연주의 치료를 주장하는 일부 부모와 의료진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와 ‘안예모(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이 믿는 것은 군집면역(herd immunity)이다. 일정 수준 이상이 예방접종을 하면 내 아이가 접종을 하지 않아도 ‘집단의 면역체계’로 인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당연히 매우 잘못된 태도이다. ‘내 아이 한 명 정도야’ 하는 태도의 이기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만에 하나 감염원을 접했을 때 실제로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


홍역 유행을 걱정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해외여행이 과거보다 더 빈번하다는 점이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은 선진국들보다 백신 접종률이 더 낮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도 접종률이 낮아져 지속적인 유행을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이들 나라에 과거에 비해 쉽게 여행을 한다는 현실이다. 아무리 질병관리본부에서 해외여행 할 때 감염병에 주의하라고 당부를 하더라도 그 많은 질병 목록과 국가들을 외우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령 외운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예방접종을 했었는지 스스로 챙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이기에 예방접종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중고교 때 배운 생물 수준이면 백신의 과학적 효능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과정도 번잡하다고 한다면 대신해 고민해줄 전문가들을 믿고 따르는 것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