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무촌(無寸)관계인 부부’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 169호
  • 기사입력 2008.12.01
  • 취재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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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경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법무전담교수 ·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

모방송국에서 심야시간대임에도 상당한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나 스포츠 중계 외에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나도 신혼 때는 자주 봤고 지금도 시간이 허락되면 보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배우자의 외도, 고부간의 갈등, 경제적 무능력 및 자녀양육과 같은 일상적 주제를 고정 연기진의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현실감있게 그려감으로서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드라마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주제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어느 부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찾아내어 ‘아 내 얘기구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처럼 보는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 드라마를 보게 된 이유는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내는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살려면 결혼 생활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 지를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고 우겼다.

아내가 그렇게 된 이유는 결혼과정이 힘들어서였다. 우리 부모님은 아내와 결혼하는 것을 엄청나게 반대하셨다. 솔직히 결혼 허락을 받기까지 매일 싸우다시피 하였다. 이유는 단 하나 ‘사주를 보니 두 사람이 결혼하면 이혼한다’는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의 주지 스님의 말씀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니 대화나 타협 또는 설득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에는 고집과 고집이 대치하고 서로 반목하게 되었다. 두 달여 이상의 대치국면은 부모님의 양보로 끝났고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힘든 결혼이고 이혼한다는 사주 때문에 이혼을 염려한 아내의 걱정으로부터 드라마 시청의 습관이 생겼다.

이혼율이 얼마라느니, 두 사람의 성격이 맞지 않다느니, 양가의 관습이 맞지 않다는 것과 같은 근거 있는 걱정이 아니라 단지 사주라는 비과학적인 이유 때문에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보다보니 우리 부부와 같은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에서 극 중의 부부는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당시를 회상하기도 하고 유사한 반응을 보일 때 부모님이나 아내가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면서 어떻게 관계를 개선할 지를 생각하기도 하였다. 물론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법적으로 보면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다. 신혼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부부싸움을 한 뒤로는 ‘참 절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운 뒤 서로 등을 돌리고 잠을 청할 때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부부는 정말 남이구나’라는 생각이다. 가끔 자식은 죽도록 두드려 패도 금세 화해하지만 부부는 사소한 것도 꼬이면 이혼으로 간다는 사실이 무촌(無寸)인 이유를 반증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부부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서로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보면 부부 사이에는 촌수가 없다. 신혼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부부싸움을 한 뒤로는 ‘참 절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운 뒤 서로 등을 돌리고 잠을 청할 때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부부는 정말 남이구나’라는 생각이다. 가끔 자식은 죽도록 두드려 패도 금세 화해하지만 부부는 사소한 것도 꼬이면 이혼으로 간다는 사실이 무촌(無寸)인 이유를 반증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부부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서로 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