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리아’와 성매매
- 71호
- 기사입력 2004.11.24
- 취재 이수경 기자
- 조회수 17467
글 : 법학과 김성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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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마리아’와 성매매
내가 사마리아를 멀리한 이유 성매매특별법의 세찬 광풍이 이 땅의 구석구석을 휘몰아치고 있을 무렵 오래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사마리아’를 보기로 작정했다.
비디오 가게에서 몇차례 집었다가 놓곤 했던 사마리아를 흔쾌히 보지 못한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가지는 그 영화의 선전포스터에서
받은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었고 다른 한가지는 그 영화의 감독이 천착하는 주제가 너무나 진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사마리아’는 선정적이지는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주제의 무게감은 아직도 나를 짓누르고 있다. |
몸에 대한 법의 태도 근대이후 각국의 법정책은 사람의 ‘몸’을 수단화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사람의 몸은 인격권의 대상이 될 뿐 물권법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이러한 법정책은 노예제도를 금지하는 기제가 되었다. 이른바 인격절대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법정책은 개인에게 자신의 몸에 관한 자유로운 처분권을 인정한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처분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듯이, 자신의 몸의 일부를 - 생명단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 처분하는 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기 몸에 대한 스스로의 가해는 물론이고 동의를 받고 타인의 신체를 상해하는 행위도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법은 몸에 관한 개인의 자유로운 처분권한을 상당부분 제한하고 있다. 사람의 신체의 일부에 대한 처분계약이 사회질서에 위반될 때에는 반사회질서로서 무효(민법 제104조)가 되고, 타인의 동의를 받은 신체상해행위도 그것이 사회상규(형법 제20조)에 반하는 경우에는 범죄가 된다. 더 나아가 사람의 몸으로부터 분리된 몸의 일부를 처분하는 경우는 몸 그 자체를 처분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2000년부터 시행된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에서는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골수, 각막 등의 매매를 금지하여 왔고, 2005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인체조직안전및관리등에관한법률과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서는 뼈, 연골, 근막, 양막, 인대, 건, 심장판막, 혈관, 그리고 정자와 난자의 매매도 금지하고 있다. 종래 매매가 허용되어 왔던 혈액은 1999년부터 매매금지의 목록에 포함되었다. |
몸의 상품화와 성매매금지의 이유
개인의
자유로운 몸처분권을 제한하고 더 나아가 몸의 일부가 매매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려는 법정책의 이유는 사람의 몸을 도구화하게 될
위험을 방지하려는데에 있다. 인격절대주의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몸의 상품화를 반대하는 경향은 “사람의
신체와 신체의 일부는 그 자체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켜서는 안된다”(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and Biotethics 1996)는 원칙의 선언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그러나
몸은 몸이고 영혼은 영혼이라고 하는 생각에 의하면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성매매는 ‘마음의 법이 억지로 만들어낸 계율’의 강 너머에
있는 행위이다. 이러한 생각에 의하면 마음속에 있는 불확실한 가치의 영역 보다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영역, 즉 피와 살이 있는
몸 그 자체가 그 행위판단의 기준이 된다. 사마리아속의 ‘딸’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 그러한 ‘몸의 법’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 결과 몸은 대가관계라는 현실적 조건까지도 초월하여 마음의 평안과 영혼의 정화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영화속에서 ‘딸’은
대가관계로 받은 돈을 상대방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허물많은 인간의 길에서 만나는 사마리아인 법은
언제나 ‘금지와 허용’, ‘불법과 적법’, ‘무효와 유효’라는
우리의 모든 행위를 이원적으로 코드화 시키면서 통제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는
그러한 이원적 코드 중 어느 것에도 분류될 수 없는 불확실한 영역도
존재한다. |
편집ㅣ스큐진 김지연 학생기자(fire_fox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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