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신종범죄에 대한 형사법적 정비

  • 209호
  • 기사입력 2010.08.30
  • 취재 이수경 기자
  • 조회수 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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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 인구는 2009년 6월 기준으로 3,658만 명을 넘어 전 인구 49,773,145명 을 기준(2009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약 73.5%에 달하는 보급률을 나타내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세계 최고의 IT강국임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무선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가까운 미래에 유비쿼터스 환경이 점차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네트워크는 전자메일을 비롯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real-time으로 제공함으로써 컴퓨터는 이제는 한시도 빼놓을 수 없는 어엿한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인터넷의 보급, 이용의 확대에 수반하여 컴퓨터 시스템이 범죄행위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범죄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성도 증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상의 공간에서는 그러한 편리함이 악용되어 부정행위가 만연함으로써 현실세계의 법률이 무색할 만큼 부정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자메일상의 작성명의자를 가장하여 행세함으로써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위, 인터넷상의 허위정보를 유통시켜 실물거래를 왜곡시키는 행위, 아이템이나 사이버 머니를 절도하는 행위, 포르노 사진 등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독극물 등 금제품을 거래하는 행위가 종종 눈에 띈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대개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부정접속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 위와 같은 위법행위는 물론, 타인의 메일을 도청하거나 개인정보를 입수하고, 각종 데이터를 위․변조하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 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사용자 스스로가 ID, PW를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부정접속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부정접속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형사 처벌하는 취지의 법률을 만들어 인터넷에 관한 각종 불법행위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단속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외 형사실체법상 사이버 머니, 사이버 아이템 등 사이버 재화의‘재물성’에 관한 연구와 여론조성이 시급하다. 판례(서울행정법원판결 2009. 8. 28. 선고 2009구합4418)는 사이버상의 아이템 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하면서 절도죄의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있다. 즉, 형법 제329조는‘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이버 상 아이템은 ‘재물’이 아니라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개발원이 실시한‘2006년 온라인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심층 실태조사’에 의하면 2006년도 한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규모는 8,300억 상당에 이르고, 2009년 말에 1조5천억원, 2010년에는 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이투데이 2010. 4. 15. 자 기사).

이러한 사이버범죄는 약 50%이상이 아이템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단순히 정보를 검색, 교환하는 장소로서만이 아니고 어엿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사이버 상에서 거래에 사용되고 있는 아이템, 사이버 머니 등이 어느덧 새로운 형태의 무형적 재산가치 즉 사이버 재화 또는 디지털 재산(digital-proper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형태가 없는 무형적 가치라고 하여 남의 것을 함부로 훔쳐가는 데도 언제까지나 절도죄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여 외면할 것인가. 인터넷 게임 산업이나 상거래의 발달에 따라 점차 늘어날 아이템 절도 등 부정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만은 없다.

또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자는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와 성폭력범죄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에서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형법상으로 이러한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 등의 데이터도 형법의 규제대상인 음란‘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법상 외면되고 있다.

차제에 사이버상의 아이템이나 포르노 영상, 화상도 새로 등장하는 형법상‘재물’로 인정해서 기존의 절도죄나 음란물전시, 배포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에 있어서도 기존의 아날로그식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컴퓨터에 내장된 정보가 갖는 익명성을 악용함으로써 행위자를 특정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눈 깜짝할 사이에 국경을 넘나들면서 이동하는 정보에 대해 과연 어느 나라 법률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의문인 경우도 많다. 기업의 전산 회계자료인 데이터베이스 자료나 파일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의 양은 수백 또는 수천 기가바이트에 이를 만큼 방대한 것이어서 전문가나 특수한 기계장치에 의하지 않고는 범죄의 단서나 증거를 찾을 수도 없다. 또한 0과 1의 조합 형태로 구성되어 복제되더라도 원본과 구별이 쉽지 않다. 따라서 동일성을 갖춘 증거를 수집하는 것 또한 용이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하여 부정접속행위자를 특정 하거나 정보의 단서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은 컴퓨터간의 네트워크이고, 접속내역이 통신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증거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증거법칙의 기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컴퓨터 범죄가 갖는 이러한 특성에 맞게 새로운 절차마련이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법률규정대로라면 물건만을 압수할 수 있고, 형태가 없는 파일은 압수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러나 실무상 컴퓨터 파일을 압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서버전체를 압수해 버리면 수많은 가입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서버전체를 압수하기 보다는 서버관리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다. 나아가 암호장치나 전문화된 파일을 열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조사전문관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이는 형사소송에서만이 아니라 민사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금년부터 사단법인 한국형사소송법 학회에서는, 대검찰청의 협조를 받아 디지털 포렌식(digital-forensic)전문가의 양성과 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한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http://kcpli.org참조).

인터넷 환경을 악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실체법적으로 범죄를 구성하고, 절차법적으로 적법하게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실체법과 절차법 양면에서 법률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컴퓨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많은 참여와 연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