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지검 특수부가 신뢰를 받는 이유

  • 211호
  • 기사입력 2010.09.30
  • 취재 조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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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이 2008년 한해동안 제1심 형사법원에 공판을 청구한 인원은 268,572명으로 그 중 4,025명(점유율 1.5%)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8년 전인 2000년의 무죄율 0.6%에 비해 2배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 검찰청 특수부나 중앙수사부에서 기소한 사건에 대한 무죄율이 높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수사를 받던 정치인, 기업인의 자살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쪽에서는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한을 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수사기관의 무기력함을 탓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검찰의 권한이 막강해 지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아직도 검찰에서 만능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검찰 본연의 임무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 목이다.

검찰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면서 나오는 당골 메뉴가 일본의 검찰이다. 단적으로 일본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데 한국의 검찰은 ‘왜 이러냐’는 논조다. 그렇 다면 일본의 검찰, 특히 동경지검 특수부의 명성은 어떻게 해서 얻게 된 것일까. 검사시절 일본국에 4년간 파견되어 일본 법무성, 일본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도 끊임없이 물어온 질문이었다.

동경지검 특수부가 수사한 사건 중에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사건도 많았다. 1992. 9. 20. 동경지검 특수부는 당시 집권당 자민당의 총재인 가네마루 신(金丸 信) 중의원 의원이 東京佐川急便사장으로부터 5억엔의 정치자금를 받은 혐의(정치자금규제법 위반)로 동경간이재판소에 약식(벌금)기소하였다. 이에 대해서 5억엔이나 되는 거액을 받 은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지도 않은 채 진술서만으로 약식 기소한 것은 부당하며, 1억엔을 받아 같은 혐의로 입건된 당시 니이가타현 지사에 대한 불구속 구공판( 정식 공판을 구하는 것)에 비해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라는 비난이 많았다. 나아가 수수한 돈을 동료의원들에게 배포하였다는 진술이 있었음에도 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조 차 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식 수사라는 여론도 비등하였다.

1998. 3. 21. 동경지방재판소는 동경지검 특수부가 뇌물사건으로 기소한 미야자키현 당시 지사 혼마슌타로(本間俊太郞)에 대한 뇌물수수사건 중 검찰 측의 핵심기소사항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여론은 이를‘검찰의 패배’라고 하면서 비난을 퍼부었다(山徑新聞特集部, 檢察の疲勞. 角川文庫, 2000년참조).

2002. 5. 30. 오사카지검 특수부는 당시 오사카고검 공안부장 미쓰이 타마키(三井 環)를 폭력단원에게 수사기밀과 전과조서를 누설하고, 음식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하였다. 이에 대해 동인은 검찰내부의 비자금을 자신이 고발하려 하자 입막음을 위해 구속하였다고 폭로하기도 하였다(동, 檢察裏 ガネ作リ, 光文社, 2003년 참조). 검 사의 피의자에 대한 폭행사건, 거물급 정치인을 수사하던 중 특수부장이 교체되면서 단순 공갈죄로 끝난 사건 등 일련의 의혹도 제기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부정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일본 국민이 검찰에 보내는 기대와 신뢰는 여전한 것 같다.

1998. 1. 버블경제 붕괴이후 동경지검 특수부는 大藏省직원과 日本銀行 직원들에 대하여,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에 대한 편의와 새로운 투자신탁 상품의 조기승인과 관 련하여 소속 금융기관 간부들로부터 골프와 음식 등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수사하여 대장성 증권국 총무과 과장보좌와 일본은행 증권과장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12명을 징계통보한 바 있었다.

당시 공직사회에서는󰡐현금을 받는 것은 안 되지만 음식이나 향응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어서 마치󰡐官間接待文化󰡑가 번성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 그 와중에 新井(아라이) 자민당의원이 일임(모든 일을 맡기는것)매매를 해왔던 일흥증권에 대하여 利益要求사건이 부차적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국회에 아라이 의원에 대 한 체포허가청구서가 제출되자 그 의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자민당과 경제계는 물론 법무성 간부들마저도 기다렸다는 듯이󰡐고작 음식접대사건으로 유능한 대장성 관료를 구속하고, 정치가를 자살케 하였다󰡑󰡐검찰 파쇼다󰡑 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일부 언론도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를 질타하는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동시에 검찰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보복도 시작되었다. 법무․검찰이 오랫 동안 준비해 온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법 상 허용되는 감청관련 법안이나 조직범죄 대책에 필요한 3개 법안이 각료회의를 통과하였음에도 이례적으로 자민당에서 제동을 걸어 왔고, 법무성대신 출신이나 변호사 출신의 중의원들로 구성된󰡐검찰을 견제하는 조사모임󰡑까 지 구성하고 검찰개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에 파견나간 동경지검 검사 2명도 증권회사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국세청으로부터는 지방검사정(우리나라 검사장)이󰡐 지위를 남용하여 검사 부인에 대한 상속세 탈루혐의 조사를 방해하였다󰡑는 취지로 법무성에 공식통보도 있었다. 지방 검사정은, ‘국세청의 조사방법상 무리한 점이 있고 법 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과 함께 아무래도 국세청 조사까지 받을 사안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하였으나 여론은 가만 두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장성은 해체되기에 이르렀고, 1998. 6. 22. 대장성으로부터 금융감독, 검사기능을 분리시켜 금융감독청이 새로 발족되게 되었다. 결국 동경지검 특수부 는, 공무원 사회의 대국민 신뢰구축에 기여하였다는 여론의 평가와 함께 그 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에게 수여하는 人事院總裁賞이 주어지고, 당시 특수부장이던 熊崎(구 마자키)는 그 해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인물 14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 연구를 하고 돌아간 미국 하와이 대학 교수 데이비드 존슨(David T. Johnson) 교수는 ‘일본의 검찰’이라는 책자에서 「형사사법은 사실에 입각해서, 같은 것은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일본 검찰이 얼마나 신중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미국의 검사들은 잘 이해하여야 한다」고 자국 검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David T. Johnson, 大久保光也 譯, アメリカ人のみた日本の檢察制度, Springer, 2004년 참조)

그렇다. 일본의 검찰이 국민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수사권, 공소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파헤쳐 그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든 공평하 게 처리하는 검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의감에 그 원인이 있었고, 국민은 그것을 믿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총알이 퍼붓고 포탄이 터져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진격하여 라이언 일병(정의)을 구하여야 하는 것이 검사 DNA」라 는 현직 고등검사장(박용석 법무연수원장, 시민과 변호사, 2010. 8월호 시론 참조)의 일성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날선 검사에게 與野, 保革의 구분이 없다. 검찰을 둘러싼 어떠한 도전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공평한 사건 처리만이 ‘검찰다움’이고,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검찰‘본연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정치적 판단은 수권자인 국민의 몫일뿐이다.

 

편집 ㅣ 성균웹진 조재헌 기자 (jjh954@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