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제도와 변호사 통합논의에 관한 단견

  • 227호
  • 기사입력 2011.05.03
  • 취재 차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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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제도와 변호사 통합논의에 관한 단견.



우리나라 법률은 변호사에게 법률사무취급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면서도(변호사법 제109조) 변호사 이외 특별히 법무사라는 제도를 두어 본인소송에 대한 법률적인 지원 사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변호사 이외 법무사 제도를 별도로 인정한 입법권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법률사무에 관한 변호사의 독점적 지위는 서비스의 수요자인 소송 당사자를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높은 수임료는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변호사가 수적으로 부족하고, 그나마 대도시 및 부동산, 증권 등 주로 고액사건에 편중 되어있어서 그만큼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법률서비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법무사에게는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작성과 제출대행 권한만을 인정하고 있다. 법정에 나가 변론을 할 수 있는 소송대리권은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소송은 소송대상물은 무엇이고, 요건사실은 무엇인지, 상대방의 항변이나 재항변은 무엇인지, 공격방어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적절한지 등 일련의 사건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일관성 있게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소송은 전문법률가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때그때 소송의 진행 상태를 모른 채 현행 법무사법과 같이 당사자의 지시대로 소송서류의 작성만을 지원한다고 한다면 상대방 당사자와 무기의 평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고, 결과에 대한 불이익은 당사자인 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근 법무사에게 소액사건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의 실질적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통계를 보면, 2008년 한해 소송가액이 2,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으로 법원에 접수된 총 건수는 약 94만 건에 이르고 있고, 이것은 제1심 민사분쟁사건 중 가장 많은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그 비중은 약간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나 경기침체와 서민금융 사정이 어려운 탓에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3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우리의 법무사와 유사한 제도인 사법서사에게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였다. 그러자 간이재판소의 소액사건 접수건수가 증가하고, 반면에 본인이 직접 소송하던 본인소송의 점유율이 시행 5년 만에 액 21.9%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소액이라도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사법서사(우리의 법무사와 같은 제도)를 내세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소액사건에서 국민의 재판 청구원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법률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정식 변호사가 아닌 FILEX(우리의 법무사와 유사한 제도)에게 소액사건에 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있고, 캐나다에서 제일 큰 주인 온타리오주에서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가까운 홍콩에서는 아직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제도의 유용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대학에 관련 교육과정을 시험적으로 개설한 상태이다.

최근 몇 년간 사법시험의 합격자 숫자를 대폭 증원하여 변호사의 숫자가 매년 1,000여명 가까이 늘어가고 곧이어 배출되는 로스쿨 수료자들까지 가세하면 변호사의 숫자가 많이 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소액사건은 그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여전히 변호사들에게 매력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의 숫자가 100만명을 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보면 변호사의 숫자만을 늘린다고 하여 간단히 해결될 것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소액사건이라도 ‘이겨야 할 사건은 이기게 하는 것이 사법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권리를 포기하고 마는 것은 사회정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법무사에게 일정한 절차를 거쳐 소액사건의 소송대리권을 부여한 다음 법무사로 하여금 소액사건의 소송 대리나 등기, 경매, 공매사건 등 사건에 전념하게 하고, 변호사는 전문변호사 자격인증 제도를 만들어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건에 특화하는 방식으로 이원적인 법률체계로 운영해 가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변호사 제도로 일원화해 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1단계로서, 일정한 자격시험과 연수과정을 거친 법무사에게 소액사건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고,

2단계로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단기간(1-2년의 야간, 주말반 등 활용)의 변호사 특별양성 과정을 마련하여 이를 수료한 법무사에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변호사시험 중 일부과목을 면제하거나 선택형 시험만을 응시토록 하는 별도의 코스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로스쿨내 이과정은 변호사 전문화 과정으로 승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3단계로, 법무사 시험은 자연감소분을 충원하는 정도로 점차 규모를 축소하다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되면 자연스럽게 정지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법무사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1)기존의 법무사 업무에 만족하거나, 2)소정의 과정을 거쳐 소액사건의 소송대리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고, 3)법학전문대학원의 특별양성과정을 수료한 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여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변호사는 전문변호사과정을 거쳐 전문변호사의 길을 걷거나 기존의 일반 변호사와 같이 송무 사건에 업무의 중점을 둘 수도 있다.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1)전문변호사를 선택할 것인가, 2)일상 송무변호사를 선택할 것인가, 소액사건의 경우 3)법무사로 하여금 소송대리하게 할 것인가. 4)본인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면서 소송서류의 작성 등 지원 사무만을 도움받을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

사법의 합리화라는 측면 보다는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국민 자신의 책임하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것이 규제완화와 자기책임원칙을 전제로 하는 법조 전문자격사 제도의 ‘선진화’ 방안인 것이다.

편집 ㅣ 성균웹진 차환희 기자 (chalim91@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