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수에게 변호사 활동을 허용해주면 어떨까

  • 264호
  • 기사입력 2012.11.13
  • 취재 이해오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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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금년 10월 한 달간 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 소속 조사위원으로 몇 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라 한다.)의 현장조사업무를 실시하였다. 성공적인 로스쿨의 정착을 위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을 비롯하여 관계자 여러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드린다. 여기서는 조사과정에서 느낀 소감을 가지고, 「로스쿨 전임 교수의 실무능력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변호사 자격을 가진 로스쿨 교수들에게 공익적인 차원의 변호활동을 허용하면 어떨까?

O. J. 심슨사건의 피고인 측 변호사로서 “어떤 범죄보다 더 끔찍한 것은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검사의 논고”라는 말로 유명한 Alan Dershowitz는 당시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었다(“서초동 0.917, 필자외 3인공저”에서).

O. J. 심슨의 혈흔이 묻은 장갑이 현장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으로서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장갑을 수집해온 경찰관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점을 검사는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채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검찰의 안일한 입증활동을 엄중히 경고한 사람이 교수출신의 변호사이었다. 함께한 Gerald Uelmen변호사도 산타크라라 로스쿨교수이었다.

로스쿨 교수들은 일선 변호사들과 비교해서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로스쿨 교수들이 송무 활동에 참여한다면 이와 같이 의뢰인의 사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사회 정의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겁이 없는(?) 대담한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나라의 로스쿨 전임교수는 법률로 겸직이 금지되어 있고,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각 대학마다 실무출신 교수들에게 변호사 휴직원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로스쿨 교수의 명 변론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러한 겸직금지규정이 없는 미국에서도 교수가 실제로 법정에 나가는 지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이나 노스웨스턴 대학 소속 전임 교수들은 극소수이지만 법정에 나가고 있다. 반면에 코넬 대학 교수들은 전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 강의와 연구를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로스쿨 교수의 법정 송무 활동은 개인적인 교수의 선택의 문제이지, 이를 법적으로 금지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스쿨 교수에 대한 법정활동의 허용은 로스쿨 교수들의 실무 감각의 유지, 강화라는 차원에서 배려해 볼 수도 있다. 국내 로스쿨의 경우 실무 교육은 현직 판사나 검사가 출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무 출신의 전임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전임교수의 경우 일선 실무를 떠나 5년, 10년 학교에 머무르다보면 실무 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은 일선 변호사들과 비교해서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로스쿨 교수들이 송무 활동에 참여한다면 의뢰인의 사적인 이익보다는 사회 정의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로스쿨 교수들에게 법정출입을 전면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 성폭력 피해자 등에 대해 시행하는 특별 조력인으로서, 법원이 선임하는 국선변호인으로서의 활동 또한 공익적 차원에서 로스쿨 교수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포렌식 등 특수 분야의 법률전문가로서, 감정인으로서 법정에 출석할 수 있는 정도는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건수임활동에 의해 학업에 지장을 둔다면 학교 측으로부터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리걸클리닉과 관련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도교수의 송무 활동을 허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각 대학마다 대학의 특성화에 맞추어 공익차원의 리걸클리닉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지역 주민들로부터 법률적인 고충을 듣고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법정에도 나가서 해결해 준다. 그러나 로스쿨 전임교수가 법정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스쿨에서는 해당학교 출신 변호사를 자문변호사로 위촉하여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의뢰사건도 민, 형, 행정 사건에 두루 걸쳐 들쑥날쑥하고, 변호사의 지도 또한 체계적이지 못한 단점이 노출되고 있다.

미국의 각 대학은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과학·기술 분야 사건, 성소수자의 인권 등 특화된 분야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담 교수의 지도하에 법정에도 직접 가지고 가 해결함으로써 리걸 클리닉의 실효성이 담보되고 있다.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legal aid로서 사회적 약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도 리걸 클리닉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대학마다 특화된 분야에 한정해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그러한 한도에서 지도교수의 법정송무활동을 허용하면 어떨까?

끝으로 실무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변호사협회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 드린다.

미국에서는 코넬대학이 출간한 「A Guide to Teaching Lawyering Skills (http://www.amazon.com/A-Guide-Teaching-Lawyering-Skills/dp/1594608792)」이라는 책이 미국의 로스쿨 실무교육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로스쿨 운영 3년을 마치고, 평가에 즈음하여, 변호사의 최대 수요처인 변협이 주최가 되어 로스쿨 교육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시행과정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변호사협회가 사후평가에만 관여하여서는 성공적인 로스쿨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로스쿨 교수들의 실무강의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실무교재나 강의 기법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로스쿨 교수들의 법정송무활동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허용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설명:노명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