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브랜드의 미래’, 전성률 · 신현암의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 517호
  • 기사입력 2023.06.12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1306


▲EBS Business Review | 신현암의 지속 가능한 경영, 사회적 가치가 만든다 1강. 변화만이 살길이다 (신현암 대표)


⚫️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알고 싶다면

밀은 한해살이 작물이다. 그래서 밀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밭을 갈아야 한다. 밭을 갈면 흙에서 다량의 산소가 지면 위로 배출되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6년 지구를 구하는 맥주, ‘롱 루트 에일’을 출시했다. 파타고니아는 이 맥주의 원료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밀이 아니라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저’를 사용한다.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에 대한 답은 바로 ‘환경 보호라는 그들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파타고니아처럼 지속 가능한 브랜드,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의 원칙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전성률 · 신현암 교수의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를 추천한다.  


저자 전성률 교수는 피츠버그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기업과 함께 일하며 학문을 비즈니스 현장에 접목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이다. 저자 신현암 대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사회공헌 연구실장으로 경영전략, 마케팅 전략, 사회공헌 전략을 연구했다. 현재는 팩토리8 연구소를 운영하며 브랜드, 사회공헌, 소비자 트렌드 등을 중심으로 출판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는 브랜드와 소비자행동분석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들의 경험과 연구가 녹아 있다. ESG와 MZ세대의 등장으로 한층 새로워진 브랜딩 전략을 전성률·신현암 저자에게 배워보자.  


⚫️ ESG, MZ 그리고 브랜드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슬로건이 있다. 바로 ESG이다. ESG는 환경 (Environmental),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의 줄임말이다.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E에 해당하며, 구성원 평등, 사회공헌활동 등이 S에, 윤리 및 부패 문제 관리,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G에 해당한다. ESG 경영이 화두로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기업들이 ‘성과 리스크’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사회적 리스크’, ‘환경적 리스크’가 기업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리스크란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을 뜻하며, 노동 착취, 인권 침해, 협력사 갑질, 부정부패, 불법 및 편법 경영, 소비자 기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환경적 리스크란 오염물질 배출이나 기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 활동으로 인해 기업 평판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을 가리킨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적 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를 ‘소셜 미디어 확산에 따른 정보 대칭화’로 뽑았다.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SNS를 통해 확산함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가 비슷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3월, 미국의 조사기관 갤럽 (Gallop)은 <MZ 세대가 조직에 바라는 4가지>라는 자료를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MZ 세대는 자신이 소속된 조직이 윤리적이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해서 소비자의 변화가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것이다. 맥도날드의 글로벌 CMO (chief marketing officer)이었던 래리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커다란 공장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장을 소유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시장을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장을 지배하는, 즉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를 갖는 것이다.”


저자는 ESG와 MZ세대라는 새로운 파도 속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합성 (adaptability), 일관성 (consistency), 효율성 (efficiency), 당위성 (substantiality)의 4가지 관점, ACES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합성의 원칙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기업의 내부 역량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일관성의 원칙은 시간의 흐름을 중시하는 종적 일관성과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여러 브랜드 접점에서의 활동들이 통합적이고 일관되게 관리하는 횡적 일관성으로 나뉜다. 효율성의 원칙은 과다한 투자와 과소한 투자 모두 비효율의 원인이라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당위성의 원칙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브랜드 약속이라는 구체화된 고객과의 약속을 거쳐 다양한 브랜드 접점에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실체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관성과 당위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에 성공한 브랜드를 살펴보자.


▲Chosun Biz: ‘연봉은 1달러’ 스타벅스 제국 일군 하워드 슐츠가 돌아왔다


⚫️ 사랑받는 브랜드: 스타벅스와 스페셜리스테른

1982년 하워드 슐츠는 고가의 아라비카 원두를 고수하는 스타벅스 창업자의 철학에 반해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자가 되지만, 자신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이지 않자, 스타벅스를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커피 전문점 사업을 시작해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한다. 스타벅스를 대표적인 커피숍으로 성장시킨 슐츠는 명예롭게 은퇴한다. 그 뒤로 공격적인 매장 확장 전략을 펼친 CEO들이 스타벅스에 등장했다. 매장 수가 늘어나고, 전체 매출이 증가하자, 매출을 더 증대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부실한 커피 제조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결국 제품 경쟁력이 밀리고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하워드 슐츠는 다시 스타벅스에 복귀해서 재건 전략을 세웠다. 그는 2008년 2월 26일 전 세계 7,100개 매장의 문을 세 시간 동안 닫기로 했다. 그리고 15만 5,000명의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 추출 및 서비스 프로세스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 정체성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창업 당시의 브랜드 철학, 브랜드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 봐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일관성)


▲출처: Facebook


“정원사에게 민들레는 푸른 잔디밭의 조경을 해치는 주범이다. 반면 약재상에겐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명약이 될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중에 괴팍하고 특이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들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고 외면해버릴 수도 있지만, 기업을 이끌어갈 인재로 키울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검사 및 품질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스페셜리스테른의 이야기이다. 이 기업은 전 직원의 75%가 자폐 성향을 보인다. 자폐의 대표 증상 중 하나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이며 일정한 방식이 유지되는 행동이나 활동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작업이 매우 반복적이지만, 그들에겐 즐겁게 일하며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분야이다. 창업자 토킬 손은 사람들 개개인에게 숨겨진 강점을 간파해 내고, 그들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사회란,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어려움을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브랜드에 담았다. (당위성)


스타벅스와 스페셜리스테른을 비롯한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의 사례와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알고 싶은 당신에게 이 한권의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