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작은 철학’,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

  • 519호
  • 기사입력 2023.07.13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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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지표가 필요하다면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는 명제를 통해 합리적 사고의 틀을 마련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명제를 발견하기 전 데카르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깊은 물에 빠진 것처럼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발을 디딜 수도, 헤엄을 칠 수도 없어서 물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태다.”라는 글을 썼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깊은 물에서 헤엄쳐 나와 땅에 두 발을 디뎠을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대담집』에서 삶을 ‘바다 여행’에 비유했다. 철학자들이 바다를 삶에 관한 은유적으로 표현으로 사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삶을 이야기하려면 바다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자연, 바다가 던지는 철학적 사유에 귀를 귀울여 보고자 한다면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를 추천한다.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프랑스의 철학과 교수로 파리 가톨릭 대학과 파리 예수회 신학원인 상트르 세브르 대학에서 강의했다.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왔으며, 파스칼, 데카르트 등 주로 인물 철학에 관한 도서를 출간했다. 그러다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바다가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을 전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출간 후 프랑스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바다를 건너 여기 한국에까지 도달했다. 낯선 ‘인생’을 제대로 ‘항해’하기 위한 삶의 자세를 로랑스 드빌레르에게 배워보자.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 ‘파도와 상어처럼 산다는 것

바다에는 밀물과 썰물이 존재한다. 저자는 파도가 왔다 갔다 하는 밀물과 썰물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도약하는 힘, ‘회복의 에너지’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회복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는 능력이다. 멀리 물러났다 다시 몰려오는 파도처럼, 우리 인생에도 게으름과 새로운 탄생, 상실과 풍요, 회의와 확신이 나름의 속도로 밀려왔다 사라진다. 항상 불안하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삶의 변화에 대해 저자는 ‘산다는 건 그냥 그런 거다’라고 말한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삶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인생에도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 그 움직임을 거스르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노련한 바닷사람처럼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바람을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어는 바닷속에 있는 생명체 대부분과 다르게 끊임없이 헤엄친다. 상어는 5쌍에서 7쌍 정도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데, 계속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다. 그래서 상어는 숨을 쉬기 위해 천천히 가더라도 계속 수영해야 한다. 상어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상어는 같은 바다를 두 번 헤엄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도 상어처럼 ‘관성에 빠지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며 늘 같은 것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게 되는 지름길이라 말한다.


“우리는 늘 같은 행동을 하면서 앞으로 가지 못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바꾸고, 숨 쉬자.”



▶︎ 나답게 사는 법: ‘섬’ 그리고 ‘헤엄’

섬은 땅에도 바다에도 속하지 않는다. 섬은 그냥 섬일 뿐이다. 저자는 이 섬들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개성을 공들여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상에 똑같이 생긴 섬은 없다. 모두 제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특별하다. 우리 사람 또한 세상에 하나뿐인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다. 하지만 나답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닌 ‘거짓 자아’ 뒤에 숨겨진 ‘나만의 섬’을 되찾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이 지닌 개성에 자발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구상에 있는 무수한 섬 중,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이 붙여진 약 3만 개의 섬처럼 말이다.


“화산대륙으로 둘러싸인 넓고 넓은 바닷가에 홀로 떨어진 섬이 되어 신성한 자신만의 풀(pool)을 품고 살자. 타협하지도 모방하지도 말자. 다수에 속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지도 말자.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기 자신’이라는 유일한 섬이 되자”


진짜 ‘가볍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는 순간은 바로 헤엄을 칠 때다. 저자는 ‘가볍다’는 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자아’의 무게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 말한다. 평소 우리는 수천 가지의 무게에 눌려 있다. 그 중 견디기 힘든 가장 무거운 것은 바로 ‘자아’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 때문에 자아가 무거운 것이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 때문에 자아는 무거워진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지, 우리가 되고 싶은 자아의 여러 이미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자아가 지시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나 자신’이 아니라면, 우리는 지금 헤엄치고 있지 않다.


우리 삶과 너무도 닮은 ‘바다’를 항해할 위로와 용기를 얻고 싶은 당신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