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은 특별한 능력이다, 전홍진 교수의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인터뷰

  • 522호
  • 기사입력 2023.08.28
  • 취재 송유진 기자
  • 편집 김희수 기자
  • 조회수 4102

“예민함과 섬세함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매우 예민한 분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아이디어 뱅크’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예민성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 전홍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정신과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센터장, 성균관대 의대 연구부학장,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한국의 우울증 환자들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2021년까지 보건복지부 위탁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으로서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3년째 한겨레에서 <전홍진의 예민과 둔감 사이>를 연재 중이다.


Q. 첫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4대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 신간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는 어떤 내용에 방점을 두고 집필하셨나요?

첫 책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였다면 이번 신간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우울·분노·트라우마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예민성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예민성이 우울, 불안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Q.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극적인 환경에 쉽게 압도당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고 하셨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덜 예민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같습니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이렇게 예민하면 뇌가 과부하에 걸릴 것입니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고 사람들과 만날 때 표정이나 말투 등 비언어적 표현을 민감하게 느끼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예민해서 방전되는 사람과 예민함을 잘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예민해서 방전되는 사람은 변화가 있을 때 힘들어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때, 새로운 일을 맡게 될 때 긴장을 지나치게 해서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을 만나는 것을 미리 피하려고 합니다. 잘 활용하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할 때 예민한 특성으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냅니다. 평소에는 자신의 예민성을 off 시킬 수 있는 ‘안전기지’를 잘 형성하고 힘들 때마다 역치(閾値)를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Q. 20대 대학생들이 상담소에서 자주 털어놓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그런 고민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성적과 취직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원을 많이 다녔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정답을 가르쳐주면 배우는 식으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간의 횡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일들을 스스로 배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교수님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배우면 안 됩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새 친구들을 만나고 모르는 분야를 함께 공부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예민성을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Q. 10, 20대 젊은 층은 ‘예민함’에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가요? 이들이 안정적으로 예민함을 조절할 방법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10~20대는 스마트폰과 SNS 세대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면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편합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대면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일을 해 나가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대학에 오면 스마트폰이나 SNS로 자신을 소통하는 것만 하면 안 됩니다. 친구들과 대면해서 이야기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을 발표도 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수업만 듣고 가면 대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내가 예민할 때 예민함이 0으로 수렴할 수 있는 안전기지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안전기지’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에 의해서 제시되었습니다. 안전기지는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친구, 취미활동, 운동 등이 될 수 있습니다.


Q. 대학생 때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도 힘들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인관계의 편안함'이 정신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대인관계의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에게서 받은 트라우마는 편안한 대인관계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안정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잘 맞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고 폭력 성향이 있는 사람은 전혀 맞지 않습니다. 편안한 대인관계를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편안한 대인관계는 자신과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안전기지’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안전기지를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출처-교수님 제공


Q.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민함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5부 실전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나만의 좋은 자동적 사고를 만들어 보자’, ‘나의 에너지 관리를 업그레이드해 보자’, ‘안전기지를 만들어 보자’, ‘나쁜 기억을 대신할 좋은 기억을 만들어 보자’, ‘좋은 생활 리듬을 만들어 보자’, ‘자신의 방어기제를 알아보자’, ‘가족과 분리-개별화를 해보자’입니다.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면 과거의 불안, 우울했던 기억이 연결되고 예민성이 강화됩니다. 그 전에 미리 조절하는 방법을 연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티브 잡스도 일론 머스크처럼 최근에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에서 예민한 특성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 시대의 리더들과는 다르게 현재는 예민한 특성과 창의력이 연결되어 남들이 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예민성을 파악하고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학생 시기부터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능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