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치여 문학을 잊은 당신에게’,<br>이선재 작가의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삶에 치여 문학을 잊은 당신에게’,
이선재 작가의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 530호
  • 기사입력 2023.12.23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1093

“문학은 마치 우주와 같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별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고 그중에는 죽어버린 별도, 터져버린 별도 있습니다. 우주가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빛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문학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한 번도 이해하지 못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자기계발서, 전문 서적, 에세이 등 아주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지만 왜 우리는 문학을 놓지 않고 살아갈까? 그 이유는 문학이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하고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문학 속 이야기에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슬픔과 고통의 깊이를 나누고, 때로는 하나의 감정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기억과 순간들이 쌓여있다. 이처럼 문학은 우리 삶을 훨씬 풍요롭고 다채롭게 꾸며준다. 문학을 통해 일상 속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이선재 작가의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을 추천한다.



저자 이선재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한다. 작가 본인이 문학에서 얻은 배움과 경험을 다채롭게 책 속에 녹여내어 담담히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의미와 태도’, ‘죽음과 삶’, ‘고독과 사색’ 등 평소 우리가 일상에서 고민해 왔던 주제들을 문학으로 풀어낸다. 『노르웨이의 숲』, 『자화상』,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동급생』 등 다양한 소설과 시, 때로는 그 밖의 영화들을 인용하여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삶의 의미’, ‘이해와 오해’, 그리고 ‘사유’ 세 가지 주제와 함께 책으로 들어가 보자.



| 삶의 의미: 정처 없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집에서, 회사에서,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개의 ‘나’로 살아갑니다. 어떤 때는 무엇이 진짜 나인지 헷갈리곤 하죠. 그럴 때 타인의 삶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나의 진짜 모습까지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삶의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거나 스스로 가치 없는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가장 필요한 태도로 저자는 낙천성을 꼽는다. 지금 느끼는 고통과 불행도 언젠가 지나가리라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비관을 담담히 흘려보낼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늘 불안에 시달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나의 존재를 어필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이유를 계속 찾으려 노력한다. 결국 내적 다짐과 함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관계’이다.


“만약 서로가 ‘쓸모’가 있을 때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 ‘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전전긍긍할 것인가?”

스벤 브링크만의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中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관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는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길 원한다. 만일 인간을 오로지 효용의 가치로 판단하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저자는 스벤 브링크만의 책을 인용하며 쓸모 있을 때만 유지되는 관계가 아닌, 존재 자체만으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공감해 주는 존재에게서 따스한 휴식과 안정을 얻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삶의 순간순간 당신이 누군가의 존재 의미를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오해와 이해: 모쪼록 당신의 마음이 편한 쪽이길 바랍니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첫인상과 대화 몇 마디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빠르게 판단 내린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맞지 않을 사람, 잘 맞을 사람으로 구별하여 사람과 친해진다. 바쁜 현대사회에 이 같은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이렇다면 소중한 인연을 흘려보내고 후회하기도 하며, 때때로 사람에 대해 오해를 가질 수도 있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 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소연의 『마음사전』 中


저자는 여기서 이해와 오해에 대해 김소연 작가의 마음 사전 속 구절을 통해 그 차이를 나타낸다. 사람들과 관계를 쌓다 보면 상대를 이해하려고도 하며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 항상 이해받고 싶어 하지만, 이는 생각해 보면 상대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고 이해를 바라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보이기 싫은 모습을 타인이 목격했을 때 그것을 오해라고 단정 짓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라고 표현한다.



| 사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회


“사색하는 법을 잊어가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 바로 책을 읽을 때입니다.”


짧아진 쇼츠, 배속으로 보는 영상들은 단시간에 우리에게 큰 쾌락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되돌아보면 크게 남는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이러한 영상들이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를 소개하며 사람들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잃어버린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책을 읽는 행위가 범죄로 규정된 작품의 배경은 극단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사색하는 법을 잊은 이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효율, 자본, 그리고 성과만을 강조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유 능력을 아예 잃어버린다면 우리 자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잃는 것이다. 우리가 책, 그리고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 뚫린 숨구멍으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고, 잠시 멈춰서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문학을 통해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아보고, 내가 접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책 속 몇 가지 주제만을 같이 살펴보았다. 이 밖에도 저자가 다양한 문학 작품들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책 안에 무수히 담겨 있다. 남은 이야기들을 이선재 작가의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에서 꼭 확인해 보자.


삶에 지쳐 문학을 놓아버린 당신에게, 여러 문학 작품을 통해 새로이 문학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정해진 길은 없어요, 삶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당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