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오수현 변호사 인터뷰

  • 536호
  • 기사입력 2024.03.30
  • 취재 이준표 기자
  • 편집 오소현 기자
  • 조회수 2152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 물건과 관계를 맺는다. 음식을 사 먹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릴 때 혹은 자취방을 구할 때 등 일상생활을 살아가며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는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민법에 대해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저자 오수현은 글로벌경제학과(11)를 졸업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재율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동시에 민법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험서와 실용서 사이 인문 교양서 역할을 하는 민법책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러한 소망을 갖고 3년간의 작업 끝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Q.『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이 브런치북 대상을 받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민법에 관한 책을 쓰시기로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학부를 마치고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7기로 처음 들어갔을 때 방황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수험 공부로써의 법학에 적응을 어려워했어요. 자발적으로 유급을 선택했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방황하고 헤매면서 왜 수험 법학에 실패했을까? 에 대한 물음을 오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시간 동안 두꺼운 교과서를 찬찬히 음미할 여유가 생겼고, 법학의 큰 틀을 잡고 민법의 기초와 이해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수험 법학의 경우 모든 수험이 그러하듯이 예외적인 사례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런 사례가 시험에 합격하는 데에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많은 학생들이 법학의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Q. 집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책을 집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쉽게 풀어쓰자’ 였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땐 줄이는 게 가장 어렵다고 흔히 말하잖아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내용을 줄이고 줄여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첫 초안은 8개월 만에 마무리했는데 거의 800페이지에 달했어요. 분량을 줄인 대신 정말 얘기하고 싶은 얘기는 미주에 적었습니다. 저는 전공 교과서를 쓰는 입장이 아니므로 쉽고 재밌는 민법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Q. 법이라는 학문 특성상 공부할 때 단어 혹은 개념을 혼동하기 쉬운데요, 변호사님만의 해법이 있을까요?


딱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한자어 풀이에 익숙해져라. 법학을 공부하다 보면 많은 한자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한자어 풀이를 정의와 일대일대응을 시켜서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자어를 알면 법학 용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2. 두 번째는 정의 규정이나 문장을 멋대로 끊어서 밑줄 치지 마라 입니다. 공부해야 할 범위와 양이 아주 많다 보니 수험생들은 계속 이를 요약하고 분량을 줄이려 합니다. 


밑줄과 요약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량 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필요한 작업이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밑줄을 긋지 않은 부분이더라도 꼭 정독하라는 겁니다. 친구들이 특히 앞에 전제(~~한 경우, ~~한 때에)가 되는 부분을 종종 잊어버려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처음엔 연필로 책을 전부 다 그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지우면서 정말 중요한 부분만 펜으로 밑줄을 남겼어요. 네 맞아요, 결국엔 다 읽으라는 말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 계속 보지 말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Q. 여타 법과 민법의 가장 차별되는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에 썼듯이 민법은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라 인물 관계의 키워드를 잘 붙잡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동그라미 하나, 직선 하나, 네모 하나 관계도를 명확히 그리면서 공부해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Q. 변호사 활동도 함께 하면서 책 집필은 언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달리기를 하고 돌아올 때 영감을 얻습니다. 돌아올 힘을 생각 안 하고 다 뛰고 난 다음 천천히 걸어오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핸드폰에 하나씩 적어 놓아요. 집에 돌아와 리마인드 하며 적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든 다른 무엇이든 저는 운동을 적극 추천합니다. 운동을 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정신이 명료해져요. 특히 섬세하고 잡생각이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글 쓰는 것을 취미로 생각하거나 업으로 삼고 싶은 친구들은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만들어 놓으시길 추천해 드려요.


Q.성대 재학 시절 변호사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부끄럽지만 자타공인 아카데미학을 추구하는 학생이었어요. 인문학 공부를 좋아하고 도서관에 앉아 여러 분야를 탐독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성균관대 글로벌 경제학과에 입학해 1학년 때 기초학문을 많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경제학 박사들끼리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할 정도로 탐구심이 높았습니다. 2학년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학교를 다녔고 나머지 2년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복수학위를 수료했습니다. 학점과 상관없이 학문을 탐구하고 학구열이 높았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요즘 외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 해외에 갔다 오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려요. 저의 학부 시절 키워드는 앞서 말한 아카데믹과 해외 경험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회 혹은 동아리보다는 자신의 내실을 다지는 데에 충실했고 이것이 결실을 맺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며 환경을 확 바꿔보는 도전도 했고, 궁금한 논문은 찾아 읽어보고, 좋아하는 작품 혹은 작가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님은 탐독과 다독의 고민 기로에 섰을 때 무엇을 더 우선하나요?


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저 같은 경우 다독보다 탐독을 중요시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독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시간 내에 다독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해 봤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오디오북을 활용하자’ 였습니다. 6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방법인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오디오북으로 평소 자신이 잘 읽지 않는 책을 듣는 것입니다. 듣는 독서가 실제로 효과적이라는 뇌과학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만일 자신이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다독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번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처음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플랫폼을 잘 활용하라는 말씀을 드릴게요. 요즘은 작가 및 출판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잘 구축된 플랫폼이 많이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창작의 날씨처럼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구독자를 알릴 수 있는 곳들이 있어요. 이러한 플랫폼에서 글을 쓰면 좋은 점은 자기 글의 현실적 경쟁력을 따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양질의 글도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지 않으면 출판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봐주는 구독자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출판사에서 연락도 오고 섭외 요청이 들어옵니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어렸을 적부터 작가라는 꿈을 놓지 않았는데 군복무 시절 도전해 보자 해서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고 어느새 첫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Q.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교는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잘해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합니다.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십분 누렸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적극적으로 성균관대학교를 활용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 이용하길 바랍니다. 교수님이나 행정실 방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뭐라도 나올 거예요, 열심히 우는 아기한테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이요. 여러분들의 찬란한 미래를 기대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