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레프 톨스토이 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레프 톨스토이 저

  • 316호
  • 기사입력 2015.01.28
  • 편집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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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거서 독서리뷰에 울랄라 님이 올린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나에게 매우 로맨틱한 책이다. 여자 수험생이라면 한번쯤 만들어본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남자친구와 같은 책 읽어보기"가 내 소원 중 하나였다. 당시 좋아한 남자아이에게 이걸 꼭 하자고 약속하고, 둘 다 대학 입학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골랐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이 있어보이고, 또 유명한 고전이니만큼 내 소원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부산여행을 간 나는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2000원을 주고 이 책을 구입했다. 무려 1995년에 찍힌 중고책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여러 주인을 거쳐 커피로 추정되는 갈색 액체와 연필등으로 도배되어있었는데, 중고책 특유의 운치를 더욱 살려주는것 같았다.

천주교 신자인 나에게 책의 내용은 신부님의 강론말씀, 혹은 미사중 들은 독서 내용같았다. 천사 미하엘이 벌거벗은 채로 성당 앞에서 웅크려 있을 때 그를 구제한 세몬은 특별히 정의롭지도, 선하지도 않았다. 그냥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든 보통의 사람처럼 속물적이고, 술의 유혹에 빠지기도하고, 사람사이의 관계를 두고 계산을 하기도 한다. 그가 미하엘을 구한것은 그가 대단히 선량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있는 동정심, 타인을 가엾어하는 마음이 그순간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세몬보다 조금 더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그의 부인은 미하일과 미하일을 데려온 세몬을 구박한다. 하지만 이역시 그녀가 특별히 나쁘고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든 고단한 생활 때문에 타인을 상냥하게 대하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이며, 그녀의 마음 깊은 곳 안에는 미하일에 대한 동정과 선량함을 지니고 있다.

미하일은 세몬과 세몬의 아내 마트료나에게서 하느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부자가 자신이 죽게 될 운명을 모르고 허세를 부리는 것을 보며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고아인 아이가 어여쁜 보살핌 속에 자라나는 것을 보며 인간이 사랑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미하일의 깨달음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사실 정말 쉬워서 톨스토이가 이렇게 단편집까지 내주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타인에 대한 동정심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있는 가장 선량하고 고귀한 마음이다. 세상이 아무리 팍팍하고 살기어려워 많은 학자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볼 때에도 결국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인간은 사랑으로 사는것이라는, 예수님이 한 평생 가르치고자했던 그 간단한 진리가 이 책에 들어있었다.

인간만큼 악한 존재는 없다고들 하지만, 인간은 생판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큰 축복을 지녔다. 이는 본능만을 따르거나 동족만을 보살피는 동물과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그 이유는 곧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나에게도 이러한 선량한 마음과 동정심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나의 속물적인 마음과 계산이 이를 방해해왔다. 나를 사람답게 만드는 그것을 포기하지 말자. 자본주의 세상속에서 필요한 나의 가치만을 알리지 말고, 인간의 존엄성을 먼저 지키자. 이 책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