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척전-장철문 저

최척전-장철문 저

  • 320호
  • 기사입력 2015.03.26
  • 편집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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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거서 독서리뷰에 grace 님이 올린 것입니다.



1.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
요즘 젊은 세대들 간에 ‘마녀 사냥’, ‘썸 앤 쌈’ ‘두근두근’ 등의 TV프로그램이 인기다. 드라마나 영화의 대부분도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낭만적 줄거리와 구조로 일관된다. 어떠한 시련과 고난도, 예컨대 여자주인공이 암이나 백혈병 같은 위독한 병에 걸려도 선남선녀인 남녀 주인공들의 뜨거운 사랑 앞에선 극복 가능한 단순질병에 불과해진다. 이렇게 요즘 유행인 TV프로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즐기고 들을 수 있는 노래 가사에 사랑이 넘쳐 흐른다. 예전 70년대 음악, 아니 그 전 음악부터 시작해 지금 노래까지 대다수가 사랑과 이별에 관련되어 있다.
나 또한 대학에 와서 처음 연애를 해보았다. 여고를 다니며, 실제로 대학에 가면 CC가 될 거라는 부푼 기대와 핑크빛 로맨스를 꿈꾸며 학창시절에는 공부에만 몰두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남녀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보며, 대학에 가서 나도 저렇게 멋진 사랑을 하고 남자 주인공처럼 멋있는 남자친구를 사귀리라라는 다짐을 해 본 기억이 난다. 그런 로맨스를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시절, 고전소설 <최척전>, <춘향전>, <운영전>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고전 소설을 읽으며 나 혼자 독서실에서 가슴 뜨거워지는 상상을 했다. 개인적으로 <최척전>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독서실에서 수능특강에 나온 <최척전> 인용 지문을 여러 번 읽으며 나 혼자 설레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2. 누구나 사랑을 지켜내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시대적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주인공인 최척과 옥영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그들의 뜨거운 사랑을 지켜간다. 안남(베트남)이라는 타지에서 그들은 다시 만나고, 둘째 아들을 낳으며 그들의 진실된 사랑은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이겨낸다. 이 소설은 다른 고전 소설과는 달리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조력자나 하늘의 도움 등이 등장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인 성격을 갖는데 이러한 소설의 사실주의적인 특성이 주인공들의 사랑을 더욱 실감나게 전달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실제로 나는 대학에 와서 같은 대학의 남자친구를 사귀어 보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고 이별했을 때, 현재 동갑의 같은 대학 남학우와 연애를 하며 <최척전>을 다시 읽으며 오거서를 쓰고 있는 지금. 각각의 상황은 다르지만 연애를 해본 경험자로서, <최척전>에 나오는 남녀주인공들의 서로를 향한 뜨겁고 영원한 사랑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척과 옥영은 다른 남자나 여자에게 한 눈팔지 않고 첫사랑, 오직 그 둘만을 바라보며 사랑을 한다. 나의 경우처럼 과제나 시험같은 사소한 현실적인 한계가 아닌, 전쟁과 생계라는 생명의 위협을 주는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해 나간다. 연애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연애를 시작하는 것만큼 변함없는 감정으로 연애를 지속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 것이다. 하지만 최척과 옥영은 연애가 아닌 결혼, 결혼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힘으로 어려운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삶의 바탕이며 원동력이다. 서로에게 그들은 살아가는 이유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정말 뜨겁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달콤하고 행복한 것인가를 알기에 이 명언이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인생의 목적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은 바로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이란 짝사랑이 아닌 나와 배우자가 서로를 믿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인생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고난들을 사랑의 힘으로 이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최척전>에 나오는 남녀주인공처럼 말이다.

3. 이별조차도 극복되는 사랑 - 희망을 함게 꿈꾸다
인생은 본디 고독하고 외롭다고 한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결혼을 하고 연애를 하면서도 각기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최척전>의 주인공인 최척과 옥영도 인생의 많은 고난을 겪는다. 옥영은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남편을 만나러 배를 타러 가는 도중, 배를 뺏겨 절벽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최척도 임진왜란으로 인해 아들과 아내, 부모님을 잃었을 때 자살충동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 말고도 그들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질책하며 고난을 겪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피할 수 없다. 또한 매 순간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옥영과 최척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아들의 조언, 꿈 속에서 장륙금불의 조언 등의 도움으로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 희망을 안고 결국 고난에서 벗어난다. 실제로 누구나 힘든 순간은 온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받고 그 고난을 이겨내고 희망을 간직한 채 성공이나 자신이 바라왔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최척전도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 모두가 재회하여 행복하게 산다.
남녀 주인공들의 진실된 사랑이 인생의 고난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고난을 이겨낼 원동력이 되어 다시 사랑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극도의 절망적 순간에서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 남녀의 사랑을 넘어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용기와 희망을갖게 함으로써 외로움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리라는 기대와 정답을 <최척전>은 보여준다. <최척전>의 주제와 구조를 새겨보며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을 지켜내려는 용기와 믿음이 있으면 말이다.